나는 애완견을 양수 받은 것이다. - 오늘 3번째로 글 적네...

아스피린2006.07.13
조회1,012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도 업무에 집중이 안 되네요.

 

갈구는 상사님이 없어서 더 그런가봅니다만...에효~

아무리 시친결을 안 떠돌려고 해도 자꾸 떠돌게 되네요.

 

제목이 너무 극단적입니다만...

저걸 보통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말하자면 "나는 XX씨와 결혼했다."가 될 듯...

 

결혼을 앞두고 이런저런 일들로 시댁을 들락날락 하던 시절...

어머님이 절 앉혀놓고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이야기의 주는 바로 다음입니다.

"XX는 뭐를 싫어하니까 이렇게 해서 먹이고 아침은 꼭 챙겨 먹이고 XX는 뭐 하니까

이렇게 챙기고 저렇게 챙기고..."

아마 거의 갈때마다 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만...

처음에는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에 결혼 했으니 잘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남편 될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도 참 좋았지만...

어느 날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제가 이 집의 애물단지 하나를 치워주는 기분이랄까...

거기다 그걸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보관은 어쩌고 뭐는 어쩌고...이런 주의를 듣는...

한마디로 본인들이 애물단지를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어서

관리인을 하나 고용해서 맡기는 듯한 기분이 결혼 전에 이미 들더군요.

꼭 무슨 애완견 분양 받아 가져가는데 전주인이 "우리 똘이는 뭘 좋아하고 뭘 어쩌니 이렇게 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가 팍팍 들었다는...(얼마나 심한지 이해 가십니까?)

 

그때쯤 이상하다는 생각에 그만했어야 하는데...

이 일 말고 정말 결혼 파토낼만한 사건을 남편될 사람이 제공도 했었고...

하지만 결혼은 신성한 것이고 그때만 해도 콩깍지가 콱 씌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결혼 하고 신혼 초...

하여간 이런것 저런 것 가져다주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참으로 많은 것을 말하시더군요.

그때만 해도 산뜻한 새댁이었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의무감에 불타서

참으로 열심히 남편을 잡아가며 아침도 챙겨주고 쥬스도 갈아주고 지극정성이었죠.

제일 인상적인게 인삼 갖다 주면서 먹이라는 미션을 내리셔서리..

인삼우유를 만들어서 쓴 것을 안 먹는 남편에게 겨우 먹여서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짓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절대 불량식품도 못 먹게 하고 결혼하고 7개월이 넘도록 집에서 라면을 끓인 적이 없으니

저도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었다죠...(울 남편...야식 좋아하고 인스턴트 환장합니다..-_-;;;)

그때만 해도 워낙 제가 새댁이고 어리버리했으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습니다만...

(본인도 못 먹인 아침을 저 보고 먹이라니...지금이라면 그렇게 말대꾸 했을 듯...)

 

본의 아니게 합가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님이 영양제도 한웅큼 챙기고 아침도 챙겨주라고 하더군요.

영양제는 항상 먹지도 않고 먹으라고 싸준 샌드위치는 차 안에서 며칠째 굴러다니고...

집도 내 집도 아니고 애 보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쁜데

거기다 먹지도 않을 것이고...

남편의 경우 먹지도 않을 뿐더러 챙겨주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는데

제가 굳이 챙길 이유를 못 느끼더군요.

그 다음부터 항상 남편 앞에 건강음료와 영양제 한웅큼을 어머님이 6달 이상 꾸준히 챙기시더이다.

(물론 전 남편도 등한시 하는 아주아주 게으른 며느리라는 딱지가 붙었구요.)

울 남편...정말 먹기 싫은지 동정의 눈초리로 절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보고 먹어달라고 통 사정을 합니다만..

솔직히 저 챙겨준 것도 아니고 남편 챙겨준 것을 기분상 먹고 싶지 않죠...

그래도 하도 남편이 곤란해해서 몇번 먹어줬죠...(남편과 틀어지면 가차없이 쌩~ 남편은 혼나고...)

물론 저희가 어머님한테 말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데 놔두시라고 제가 몇번 말씀도 드렸었죠.

챙기기 싫어서 별 소리 다 한다 ...정도로 치부하시더군요.

남편이 안 먹는다고 땡깡도 부렸더니...

몸도 부실하게 하고 다니는 놈이 잔소리도 많다...라는 식이십니다요.

챙겨줌에도 매우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어머님이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것은 당연히 남편 뿐이었죠.

어느 마음 좋은 어머님이 며느리한테까지 저렇게 정성을 보일런지..

(만약 며느리에게 저렇게 해주시는 시어머님 만나신 분은 평생 감사하며 사십시오.)

너무 티나게 차별하는 것이 무슨 콩쥐팥쥐의 한 장면도 아니고...

그래도 오지랍 넓은 저는 제가 챙길 것을 어머님이 챙기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울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가장 가운데 낀 둘째로서 집에서 제일 못난이 취급 받는다는...

(아래 고민고민님의 글에 나오는 남친 취급 정도면 되겠습니다. 그런데도 저 정도니...)

다른 형제들 올 때 어머님의 행동은(특히 장남) ...정말 옆에서 보기에 부담이다 못해 끔찍합니다.

오죽하면 제일 못난이랑 결혼해서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지요...

 

아...어머님이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것은 남편 뿐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꼬마, 시댁의 가장 첫째 손주 녀석...

지극정성으로 오만가지 정성을 들여서 키웁니다.(이 녀석이 어머님의 큰 아들보다 더 대접 받는군요.)

정말 옆에서 보면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지경의 정성을 쏟더군요.

(원래 애엄마는 저인데 항상 보면 수수방관하는 입장이 되어버린다는...)

 

어쩌다 외갓집(저희 친정) 다녀오면 하시는 어머님 말씀은 정말 환상이십니다..

"에휴~먹이는 것이 시원치 않아서 그 새 삐쩍 말랐네

(남들이 듣는다면 코메디 하는 줄 압니다. 다들 애가 너무 건장하고 튼튼해서 부러워하는구먼..)

잠을 제대로 재우지도 않고 그렇게 막 굴리면 어떻게 해~ 피곤해서 계속 자잖아."

(모든 일정은 꼬마 위주로 돌아가니 오죽하시겠습니까? 절대 규칙적인 생활이 없습니다..-_-;)

어쩌다가 감기나 몸살이라도 나면 난리난리도 아닙니다.

친정 식구들이 보고 싶다고 데리고 오라고 항상 하지만(외가에서도 첫손자입니다.)

애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조마조마하시더군요. 시댁 눈치 보여서 못 오게 할까봐...-o-

 

애가 먹는 식단은 초특급 비밀이지만

제 생각에 아마 이건희네 손자들도 이렇게 안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드니...

애 입속으로 들어가는 돈만 한달에 50만원 이상 된다는...-o-

(듣는 순간 허리가 휘청~)

물론 지금은 저 정도의 강도는 아니지만...한참 분유값과 먹는게 겹치던 시절에 저랬다는...

생각해보니 더 되었나? 하여간...

엄청난 호사를 누리고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습니다.

 

그 덕에 저희 애...21개월짜리 주제에 심히 건방진 면이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자기 위하고 자기한테 쩔쩔맨다는 것을 알지요.

물론 엄마 빼고~ (전 애가 버릇없이 행동하는 꼴을 못 봐서리..가차 없지요)

 

하여간 전에는 당연 저도 고슴도치 엄마라서 울 애기도 이쁘고 한데...

요근래는 점점 제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소외되고 겉도는 느낌으로 항상 살다보니

이제 봐도 <막내도련님> 삘 나지...제 애가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다 항상 말썽부리고 혼내려면 할머니 뒤로 쏙 숨어버리는 영악성에 대략...할말 없습니다.

 

요근래 우울하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점점 이런 생각이 드네요.

나는 이 집에서 무엇인가?

남편 돌보고 애 낳아서 보기 위해 무보수로 고용된 사람이 아닌가..라는 자괴감이 드네요.

그걸로 우울해있는 어제 어머님이 결정적으로 쇄기를 박더군요.

"XX(남편)가 자는데 이불도 제대로 안 깔고 제대로 안 자는데 니가 당연히 챙겨야 하는 것 아니야?"

소심한 저...웅얼웅얼거렸죠..

"XX아빠가 애에요? 어른인데 자기 잘 자리도 못챙기고 그러나요?" 투덜투덜...

 

역시나 저는 남편 돌보고 애 낳고 애 보기 위해 무보수로 고용된 사람이 맞더군요.

 

어머님이 평소에 지론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자의 행복은 가정을 잘 건사하는 것이다. 남편 잘 챙기고 아이 낳아서 잘 기르는 게 제일로 중요하다."

물론 본인은 저 가치관으로 열심히 사셨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경은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도 않거든요.

제 또래 중에도 저 가치관을 중요시 여기고 사는 분도 있겠지만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고

전 그 생각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꼭 본인의 가치관을 강요해야 하는 것인지...

전 결혼 전부터 사회활동 운운에 목 매는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공부 뒷바라지 해줘야 결혼한다는

조건도 내걸었었는데 그때 왜 싹수가 아니라고 반대를 안 하셨는지 생각해보니

아마 시어머님 성격에 쟤가 저런 생각해도 결혼만 하면 확 바꿔주겠다...라고 생각하셨을거라는

우울한 결론이 나오네요.

 

결혼하고 어엿이 독립된 가정을 이루었는데...

참견을 넘어서서 자기 아들 인생도 아니고 며느리 인생을 쥐락펴락 하려는 시부모님 생각을

도통 이해할 수 없네요...

특히 저의 경우 집에서 자랄 때 안 바라고 알아서 하자는 주의로 커서인지...

정말 적응이 안 됩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