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2

박인섭200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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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스승을 마주 하고 있다.

"스승님 저번에 토끼 털을 찾으라고 하신 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 토끼 털하고 세상의 불공평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

"네. 네. 아직 뭐 달라진 건 없습니다"

"..."

"..."

 

제자는 지혜를 구하는 구도(求道)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신세가 원망스럽다. 온통  그런 질문 밖에 없다.

 

"받아라. 이 세마리 중 한 마리만 선택해서 잘 키워 보도록 하거라"

"이게 뭡니까?

"보면 모르겠느냐"

 

스승은 제자에게 작은 병아리 세마리가 든 보자기를 건네 주었다. 똑 같은 종에 똑 같은 성을 가지고 태어난 병아리 세마리.

 

제자는 우선 구별을 위해 그 중 한 마리 발에 실을 묶었다.

그리고 제자는 선택 된 한 마리에게 유독 많은 먹이를 주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화창한 봄에는 같이 외출도 하고 산에서 신선한 벌레도 잡아

주고 맑은 물로 목욕도 자주 시켰다.

 

제자의 정성은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다른 병아리에 비해

덩치도 크고 털에 윤기가 났다. 구별을 위해 다리에 실을 묶을

필요 조차 없었다.

 

"스승님 이젠 어떻게 할까요?"

"그냥 지금 처럼 잘 키우기만 하거라"

 

다른 무관심의 병아리도 그렇게 자라서 이제 한마리의 닭이

되었다. 제자의 닭은 자연스럽게 세마리의 닭 중 제일 큰 닭이

되었고 이웃의 다른 닭들도 점점 그 닭 주변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더 좋은 모이를 차지했고 더 이쁜 닭을 차지 했다.

 

제자는 흐믓하다. 자신의 인위적인 정성이 다른 대상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니. 감탄 스럽기 까지 하다.

 

"닭은 그저 닭 일 뿐이다.

 저 닭 무리는 너의 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느냐?"

"..."

사람이 닭의 생각을 어찌 알겠는가? 닭이란 존재가 과연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존재인지 조차 모르겠는데..

 

"저 닭들은 너의 닭의 잘 남 보다

너의 지극한 정성이 부러울 뿐이다.

평등에서 네가 불공평으로 개입한 차별이 부러울 뿐 일 것이다"

 

제자는 자신의 존재 가치가 자랑스럽다.

그렇게 한 참의 일상 반복되었다.

 

"이제 이 닭을 어떻게 할거냐?"

 한없이 자랑스러운 닭을 스승이 꺼꾸로 붙잡고 있다.

스승은 제자를 다그친다.

"벌써 이 닭이 다른 닭을 괴롭혀 털이 다 뽑히고 이 배부른
부리에 찍혀 피가 나서 죽은 닭이 10마리가 넘는다

내가 그냥 잘 키우라고 했지 다른 닭을 죽이라고 했느냐?"

"..."

 

 

도무지 세상은 온통 불 공평 투성이다.

늘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럽다.

닭 한마리 키우는 것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검은 솥단지에 자신의 닭이 펄펄 끓고 있다.

 

-박 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