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스 가족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왕초이옵니다~ 그 동안 댁내 두루두루 무고하시고, 그 태생이 말썽꾸러기인 골프도 역시 잘 계시온지요~
세상이 많이 변하고, 그것도 하도 빨리 변해서 변화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인 것 같은 21세기에, 이 몸 역시 변화가 있어서 이제 북경에서 살게 된지 일년이 다 됐습니다.
그래도 골프는 변함없이 제 생활의 중요한 한 토막이고, 골스 역시 언제나 하루 한번씩은 들여다 봐야 하는 생활의 단면입니다. 하여, 이번 겨울에는, 한국을 떠나서 치는 골프 이야기를 슬금슬금 할까 합니다. 그저 철 들면 망령 날까봐 철 안 드는 넘의 골프 좋아하는 이야기려니 하고, 잠시라도 짬이 나면, 편한 맘으로 함께 하시지요~
라이프 베스트는 가출했던 녀석이 예고 없이 들이닥치듯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우선 태국에 가서 라베를 기록했던 이야기.
12월 초에 태국 출장을 가게 됐는데, 일정 자체가 조금 부지런을 떨면 3일간 아침에는 18홀씩 운동을 해도 될 만했습니다. 그래서 북경의 겨울이 오면서 접어두었던 골프클럽을 꺼내 며칠간 연습을 했는데 대략 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북경을 출발, 토요일 심야에 도착해서 일요일 오전에 가까운 지인 둘과 나섰는데 …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는 시원한 워터 해저드와 아득한 페어웨이,
하하 그러나 실제 그 자리에 서보면 워터 해저드는 별로 위협이 아니랍니다.
첫 홀, 티 샷이 약간 당겨졌고 세컨 샷은 잘 쳐냈고, 어프로치로 올려서 두 퍼팅. 티 샷이 썩 맘에 들지 않아서 당연히 파4인 줄 알고 ‘보기’라고 캐디에게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파5였더군요. ㅋㅋ 거저 주은 것 같은 파 세이부로 시작한 셈이지요.
이후 전반에는 티 샷이 계속 양호하게 가기는 했으나, 9번 홀에서 어이 없는 – 사실은 실력대로 - 더블보기를 하면서 어쨌든 41타.
후반에 들어서서는 조금 더 나아졌지요. 줄줄이 놓치는 버디 퍼팅에도 불구하고 숏 퍼팅을 실수 없이 퍼 담으면서 버디 하나 없이 39타! 하하하~ 81타가 알량한 라베였는데 한 타를 또 알량하게 갱신했더라구요~ 한 타만 더 줄였으면 7자 기념으로 ‘그 밤이 새도록’ 펐을 텐데ㅎㅎ …… 동반자가 몹시 아까워하더군요 ㅎㅎ
스코어가 더 좋아진 것은 전적으로 아이언 샷이 그린 위에 또박또박 떨어진 덕분입니다. 평소에 습관적인 뒷땅이 스코어의 발목을 꽤나 잡아당겼는데, 연습장에서 턱을 목 안쪽으로 당기면서 등판을 최대한 곧게 펴는 연습을 했더니 뒷땅이 좀 줄어들었고, 뒷땅 없는 아이언 샷이 스코어를 좋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러나, 고작 80타로 라베니 뭐니 하는 건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골스에 왕싱글들이 즐비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 몸이 보기 플레이를 하면서도 이미 ‘득도(??)’를 해버려서, 라베라고 까무러치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라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태국 방콕의 그 코스가, 제가 보기엔 라이프 베스트 몇 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아주기에 손색이 없었고, 골스 가족들에게 충분히 소개할 만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 골프장의 이름은 The Royal Gems Golf and Sports Resort입니다. 태국의 상대방 회사가 The Be**** Gems였는데, 출장 준비와 함께 골프장을 부킹하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혹시 자매회사 아니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렇답니다. 이런 인연도~
이 로열젬CC는 회원제로 운영을 해서 회원 동반 않고는 라운드 할 기회가 없는 골프장이었는데, 작년부터인가 한국인이 외부영업을 맡아서 약간은 개방적으로 운용하더군요. 아무튼 3일간 이 골프장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오후엔 일하고 아침마다 18홀을 반복해서 누벼봤습니다.
이 코스는 블랙 티가 7192야드, 블루 티 6590야드, 화이트 티 6234야드, 레드 티가 5467야드. 전체적으로 짧은데, 그대신 18홀 내내 워터 해저드가 뱀이 칭칭 감아 돌 듯 이어져 있어서 일정한 난이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안락하고, 어찌 보면 워터 해저드가 난감하기도 하고, 몇몇 코스는 도전적인 레이아웃도 좋습니다.
티잉 그라운드는 깔끔하고, 페어웨이는 고른 양탄자같이 부드럽고, 그린 역시 관리상태가 좋고 스피드도 빠른 편입니다. 구석구석의 디테일은 한국의 명문 코스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제가 겪어본 동남아시아의 어떤 코스보다 낫습니다.
제 관점에서 제일 맘에 드는 것은 그린. 눈으로 보기에도 깔끔하고 스피드도 빠릅니다. 이런 그린에서 퍼팅을 하면 스트로크 한대로 가기 때문에 퍼팅이 자기 실력만큼만 딱 고만큼만 구현되는 법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그린이 어떠니 저떠니 하는 핑계를 둘러댈 여지가 없지요~
제 경우엔 그린에 올려도 항상 롱 퍼팅을 하는 게 제 실력인데, 그 롱 퍼팅이 거리계산에 딱딱 맞게 일정하게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니까 좋은 스코어 내기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그린을 좋아합니다.
또 하나는 캐디입니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캐디 비슷한 실력의 캐디들을 보는 게 거의 불가능인데, 이 곳 캐디들은 유니폼도 깔끔하게 잘 입고, 기능적인 훈련 역시 잘 되어 있습니다. 캐디들의 실력이라는 것이 거리계산과 퍼팅 어드바이스가 핵심인데,
처음 몇 번은 캐디와 판단이 다를 때 당연히 제 판단으로 퍼팅을 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캐디의 도움말이 맞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솔직히 드뭅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캐디들, 목까지 두르는 저것과 진한 화장 때문에 나이는 물론,
누가 누구 캐디인지도 헷갈립니다.
러프는 러프답습니다. 심하지 않지만 대가를 적당히 치러야만 합니다. 벙커 역시 벙커답게 벙커 샷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가끔 벙커가 딱딱하게 굳는 흙으로 되어 있는 곳을 보게 되는데 그런 황당함은 없더군요.
워터 해저드는 18홀 내내 플레이어를 따라다닙니다. 어찌 보면 위협적이고, 어찌 보면 너스레만 떠는 느낌입니다. 그 대신 장외로 나가는 것이 이외에 OB가 없고, 전체 길이는 약간 짧습니다.
코스 주변에는 워터 해저드 건너 왕족들이 사는 주택도 있습니다. 초호화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볼 만합니다. 가끔은 정원에서 물을 주고 있거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거주자들과 가까이 눈이 마주치기도 합니다.
몇몇 홀은 특히 재미있습니다. 17번 홀 파3는 티잉 그라운드 옆의 워터 해저드에 악어가 살고 있습니다. 두 번 악어를 목격하는데, 희한하게 악어를 목격하면 긴 퍼팅을 성공시켜서 동반자들을 경악시키곤 했지요~ 제게는 잊지 못할 귀여운 악어~
17번 홀 티잉 그라운드 옆의 워터 해저드에 사는 악어 …. 악어가 귀엽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저 악어를 볼 때마다 환상적인 롱퍼팅을 성공시켰으니 저건 분명히 행운의 악어!
파5 18번 홀은 워터 해저드가 세 개인 셈입니다. 결국 물을 두 번 건너는 것과 비슷한 레이아웃입니다. 티 샷 220야드, 세컨 샷 140야드를 친 다음 써드 샷을 길게 160야드를 치거나, 티 샷 220야드 다음에 170야드를 똑바로 치고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데, 세컨 샷에서 고민하는 맛이 괜찮습니다. 잠시만 삐끗하면 물귀신이 삼켜버리니까요.
9번 홀도 파5인데, 티 샷 경쟁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홀입니다. 좌측으로 휘어진 홀인데, 티 샷을 잘 하면 레귤러 온에 무리가 없고, 티 샷이 좀 빗나가면 한 타를 불가피하게 접고 가야 합니다.
13번 홀 파3에서는 레드 티를 지나야 화이트 티가 나오는 기묘한 레이아웃입니다. 처음 카트를 몰고 가면 잠시 헷갈리지요.
레이디 티를 지나서 나오는 화이트 티, 저기 깃발 아래 보이는 하얀 공은 바로 제 공입니다
ㅎㅎㅎ 전홀 파4에 이어 연속 버디를 잡았는데,
다음 홀이 파5였으면 누군가 말하는 사이클 버디를 잡았을텐데 파4가 나오는 바람에 그냥 ㅎㅎㅎ
숙소는 골프코스 안에 있는 작은 호텔(Lodge)을 썼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18번 홀이 전면 창으로 넓게 들어옵니다. 간밤에 골프를 꿈꾸면 잠을 잤다면, 잠을 깨면서도 골프코스를 보면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취향이지만, 저는 27홀이나 36홀이 아니라 18홀만 치고 쉬는 겨울골프를 좋아합니다. 이럴 때 야외수영장이 안성맞춤이지요. 두어 시간 편안하게 누어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는 ‘늘어지는 즐거움’이 그만이지요.
저 아이들은 아이들인데 ... 저 발은 누구 발??
이곳이 스포츠 클럽이라서 배드민턴과 스쿼시 야외수영장 헬스장이 함께 있는 것도 취향에 따라서는 좋은 조건일 듯싶습니다. 한국인 경우라면 투숙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라운드 기회가 없고, 투숙객에게는 수영장과 헬스장은 무료랍니다. 스쿼시는 2800원에 하루 종일~
한국인이 골프장 영업을 하면서 자연히 식당에선 한국음식이 따로 제공되는데, 주방장 아줌마 솜씨가 괜찮습니다. 아마도 잘만 의논하면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해산물 듬뿍 사다가 주문형 해산물 파티도 가능할 것 같은데, 저는 시간이 없어서 말도 못 꺼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위치는, 방콕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인데, 저녁에 혹시 외출을 한다면 교통체증까지 감안한다면 넉넉잡고 한 시간 안쪽으로 됩니다. 저처럼 출장을 가서 한두 번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도 충분히 유용한 골프장입니다. 새로 오픈한 방콕공항까지는 거리가 더 멀지만 교통체증이 없는 고가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그것 역시 한 시간이면 족해서 시내교통도 양호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평지이기 때문에 방콕에서 거리는 멀지만 산지에 있는 골프장에 비교하면 3도 가량 더 덥습니다.
이곳은 한국인 대상의 골프패키지가 있는데, 숙소와 식사 포함해서 1일 36홀 12만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저처럼 18홀만 치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약간 비싼 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루 36홀을 너끈히 소화한다면 골프에 몰두하는 환경으로 그만입니다. 물론 시내관광도 얼마든지 되겠지만~
아마 이 정도라면 겨울에 즐겨보는 골프로서는 추천할 만합니다. 저처럼 출장을 가서 짬짬이 치는 골프가 아니라, 3-5일 정도 골프 자체에 좀더 집중하고 골프 자체를 좀더 음미한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 노인 아홉 분이 함께 투숙하면서 골프를 치시더군요. 모두 9일간 태국에서 겨울골프를 치시는데, 반은 이곳에서 반은 방콕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치신답니다. 식당에서 노인들과 잠시 한담을 나눴는데, 골프코스에 대해 주로 칭찬을 하시더군요. 저와 비슷한 소감이었습니다.
세상이 하도 많이 변해서 이제 겨울에는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등으로 한번씩은 다녀오는 게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분의 겨울골프는 어떻습니까?
아직 팔팔한 연령이라고 자처하는 50대나, 30대와 겨룰 만하다고 자부하는 40대나, 아직 창창한 30대 청년층은 이곳을 꼭 한번쯤은 겪어볼 만합니다. (문의 서울 591-0772, 태국 66-89-088-2757)
(왕초일기) 태국 방콕엘 가거든 필히 로열젬CC에서 한번~
이 글은 오랜만에 골프스카이(www.golfsky.com)의 제 고정칼럼인 왕초일기에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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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가거든 이 코스 한번 괜찮지요
깔끔한 로열젬에서 느닷없는 라베기록
골스 가족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왕초이옵니다~ 그 동안 댁내 두루두루 무고하시고, 그 태생이 말썽꾸러기인 골프도 역시 잘 계시온지요~
세상이 많이 변하고, 그것도 하도 빨리 변해서 변화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인 것 같은 21세기에, 이 몸 역시 변화가 있어서 이제 북경에서 살게 된지 일년이 다 됐습니다.
그래도 골프는 변함없이 제 생활의 중요한 한 토막이고, 골스 역시 언제나 하루 한번씩은 들여다 봐야 하는 생활의 단면입니다. 하여, 이번 겨울에는, 한국을 떠나서 치는 골프 이야기를 슬금슬금 할까 합니다. 그저 철 들면 망령 날까봐 철 안 드는 넘의 골프 좋아하는 이야기려니 하고, 잠시라도 짬이 나면, 편한 맘으로 함께 하시지요~
라이프 베스트는 가출했던 녀석이 예고 없이 들이닥치듯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우선 태국에 가서 라베를 기록했던 이야기.
12월 초에 태국 출장을 가게 됐는데, 일정 자체가 조금 부지런을 떨면 3일간 아침에는 18홀씩 운동을 해도 될 만했습니다. 그래서 북경의 겨울이 오면서 접어두었던 골프클럽을 꺼내 며칠간 연습을 했는데 대략 감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북경을 출발, 토요일 심야에 도착해서 일요일 오전에 가까운 지인 둘과 나섰는데 …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는 시원한 워터 해저드와 아득한 페어웨이, 하하 그러나 실제 그 자리에 서보면 워터 해저드는 별로 위협이 아니랍니다.
첫 홀, 티 샷이 약간 당겨졌고 세컨 샷은 잘 쳐냈고, 어프로치로 올려서 두 퍼팅. 티 샷이 썩 맘에 들지 않아서 당연히 파4인 줄 알고 ‘보기’라고 캐디에게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파5였더군요. ㅋㅋ 거저 주은 것 같은 파 세이부로 시작한 셈이지요.
이후 전반에는 티 샷이 계속 양호하게 가기는 했으나, 9번 홀에서 어이 없는 – 사실은 실력대로 - 더블보기를 하면서 어쨌든 41타.
후반에 들어서서는 조금 더 나아졌지요. 줄줄이 놓치는 버디 퍼팅에도 불구하고 숏 퍼팅을 실수 없이 퍼 담으면서 버디 하나 없이 39타! 하하하~ 81타가 알량한 라베였는데 한 타를 또 알량하게 갱신했더라구요~ 한 타만 더 줄였으면 7자 기념으로 ‘그 밤이 새도록’ 펐을 텐데ㅎㅎ …… 동반자가 몹시 아까워하더군요 ㅎㅎ
스코어가 더 좋아진 것은 전적으로 아이언 샷이 그린 위에 또박또박 떨어진 덕분입니다. 평소에 습관적인 뒷땅이 스코어의 발목을 꽤나 잡아당겼는데, 연습장에서 턱을 목 안쪽으로 당기면서 등판을 최대한 곧게 펴는 연습을 했더니 뒷땅이 좀 줄어들었고, 뒷땅 없는 아이언 샷이 스코어를 좋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러나, 고작 80타로 라베니 뭐니 하는 건 별로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골스에 왕싱글들이 즐비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 몸이 보기 플레이를 하면서도 이미 ‘득도(??)’를 해버려서, 라베라고 까무러치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라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태국 방콕의 그 코스가, 제가 보기엔 라이프 베스트 몇 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아주기에 손색이 없었고, 골스 가족들에게 충분히 소개할 만하다고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 골프장의 이름은 The Royal Gems Golf and Sports Resort입니다. 태국의 상대방 회사가 The Be**** Gems였는데, 출장 준비와 함께 골프장을 부킹하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혹시 자매회사 아니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렇답니다. 이런 인연도~
이 로열젬CC는 회원제로 운영을 해서 회원 동반 않고는 라운드 할 기회가 없는 골프장이었는데, 작년부터인가 한국인이 외부영업을 맡아서 약간은 개방적으로 운용하더군요. 아무튼 3일간 이 골프장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오후엔 일하고 아침마다 18홀을 반복해서 누벼봤습니다.
이 코스는 블랙 티가 7192야드, 블루 티 6590야드, 화이트 티 6234야드, 레드 티가 5467야드. 전체적으로 짧은데, 그대신 18홀 내내 워터 해저드가 뱀이 칭칭 감아 돌 듯 이어져 있어서 일정한 난이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안락하고, 어찌 보면 워터 해저드가 난감하기도 하고, 몇몇 코스는 도전적인 레이아웃도 좋습니다.
티잉 그라운드는 깔끔하고, 페어웨이는 고른 양탄자같이 부드럽고, 그린 역시 관리상태가 좋고 스피드도 빠른 편입니다. 구석구석의 디테일은 한국의 명문 코스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제가 겪어본 동남아시아의 어떤 코스보다 낫습니다.
제 관점에서 제일 맘에 드는 것은 그린. 눈으로 보기에도 깔끔하고 스피드도 빠릅니다. 이런 그린에서 퍼팅을 하면 스트로크 한대로 가기 때문에 퍼팅이 자기 실력만큼만 딱 고만큼만 구현되는 법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그린이 어떠니 저떠니 하는 핑계를 둘러댈 여지가 없지요~
제 경우엔 그린에 올려도 항상 롱 퍼팅을 하는 게 제 실력인데, 그 롱 퍼팅이 거리계산에 딱딱 맞게 일정하게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니까 좋은 스코어 내기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그린을 좋아합니다.
또 하나는 캐디입니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캐디 비슷한 실력의 캐디들을 보는 게 거의 불가능인데, 이 곳 캐디들은 유니폼도 깔끔하게 잘 입고, 기능적인 훈련 역시 잘 되어 있습니다. 캐디들의 실력이라는 것이 거리계산과 퍼팅 어드바이스가 핵심인데,
처음 몇 번은 캐디와 판단이 다를 때 당연히 제 판단으로 퍼팅을 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캐디의 도움말이 맞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솔직히 드뭅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캐디들, 목까지 두르는 저것과 진한 화장 때문에 나이는 물론, 누가 누구 캐디인지도 헷갈립니다.러프는 러프답습니다. 심하지 않지만 대가를 적당히 치러야만 합니다. 벙커 역시 벙커답게 벙커 샷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가끔 벙커가 딱딱하게 굳는 흙으로 되어 있는 곳을 보게 되는데 그런 황당함은 없더군요.
워터 해저드는 18홀 내내 플레이어를 따라다닙니다. 어찌 보면 위협적이고, 어찌 보면 너스레만 떠는 느낌입니다. 그 대신 장외로 나가는 것이 이외에 OB가 없고, 전체 길이는 약간 짧습니다.
코스 주변에는 워터 해저드 건너 왕족들이 사는 주택도 있습니다. 초호화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볼 만합니다. 가끔은 정원에서 물을 주고 있거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거주자들과 가까이 눈이 마주치기도 합니다.
몇몇 홀은 특히 재미있습니다. 17번 홀 파3는 티잉 그라운드 옆의 워터 해저드에 악어가 살고 있습니다. 두 번 악어를 목격하는데, 희한하게 악어를 목격하면 긴 퍼팅을 성공시켜서 동반자들을 경악시키곤 했지요~ 제게는 잊지 못할 귀여운 악어~
17번 홀 티잉 그라운드 옆의 워터 해저드에 사는 악어 …. 악어가 귀엽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저 악어를 볼 때마다 환상적인 롱퍼팅을 성공시켰으니 저건 분명히 행운의 악어!
파5 18번 홀은 워터 해저드가 세 개인 셈입니다. 결국 물을 두 번 건너는 것과 비슷한 레이아웃입니다. 티 샷 220야드, 세컨 샷 140야드를 친 다음 써드 샷을 길게 160야드를 치거나, 티 샷 220야드 다음에 170야드를 똑바로 치고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데, 세컨 샷에서 고민하는 맛이 괜찮습니다. 잠시만 삐끗하면 물귀신이 삼켜버리니까요.
9번 홀도 파5인데, 티 샷 경쟁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홀입니다. 좌측으로 휘어진 홀인데, 티 샷을 잘 하면 레귤러 온에 무리가 없고, 티 샷이 좀 빗나가면 한 타를 불가피하게 접고 가야 합니다.
13번 홀 파3에서는 레드 티를 지나야 화이트 티가 나오는 기묘한 레이아웃입니다. 처음 카트를 몰고 가면 잠시 헷갈리지요.
레이디 티를 지나서 나오는 화이트 티, 저기 깃발 아래 보이는 하얀 공은 바로 제 공입니다 ㅎㅎㅎ 전홀 파4에 이어 연속 버디를 잡았는데, 다음 홀이 파5였으면 누군가 말하는 사이클 버디를 잡았을텐데 파4가 나오는 바람에 그냥 ㅎㅎㅎ숙소는 골프코스 안에 있는 작은 호텔(Lodge)을 썼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18번 홀이 전면 창으로 넓게 들어옵니다. 간밤에 골프를 꿈꾸면 잠을 잤다면, 잠을 깨면서도 골프코스를 보면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취향이지만, 저는 27홀이나 36홀이 아니라 18홀만 치고 쉬는 겨울골프를 좋아합니다. 이럴 때 야외수영장이 안성맞춤이지요. 두어 시간 편안하게 누어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는 ‘늘어지는 즐거움’이 그만이지요.
저 아이들은 아이들인데 ... 저 발은 누구 발??이곳이 스포츠 클럽이라서 배드민턴과 스쿼시 야외수영장 헬스장이 함께 있는 것도 취향에 따라서는 좋은 조건일 듯싶습니다. 한국인 경우라면 투숙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라운드 기회가 없고, 투숙객에게는 수영장과 헬스장은 무료랍니다. 스쿼시는 2800원에 하루 종일~
한국인이 골프장 영업을 하면서 자연히 식당에선 한국음식이 따로 제공되는데, 주방장 아줌마 솜씨가 괜찮습니다. 아마도 잘만 의논하면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해산물 듬뿍 사다가 주문형 해산물 파티도 가능할 것 같은데, 저는 시간이 없어서 말도 못 꺼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위치는, 방콕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인데, 저녁에 혹시 외출을 한다면 교통체증까지 감안한다면 넉넉잡고 한 시간 안쪽으로 됩니다. 저처럼 출장을 가서 한두 번 라운드를 하는 경우에도 충분히 유용한 골프장입니다. 새로 오픈한 방콕공항까지는 거리가 더 멀지만 교통체증이 없는 고가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그것 역시 한 시간이면 족해서 시내교통도 양호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평지이기 때문에 방콕에서 거리는 멀지만 산지에 있는 골프장에 비교하면 3도 가량 더 덥습니다.
이곳은 한국인 대상의 골프패키지가 있는데, 숙소와 식사 포함해서 1일 36홀 12만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저처럼 18홀만 치는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약간 비싼 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루 36홀을 너끈히 소화한다면 골프에 몰두하는 환경으로 그만입니다. 물론 시내관광도 얼마든지 되겠지만~
아마 이 정도라면 겨울에 즐겨보는 골프로서는 추천할 만합니다. 저처럼 출장을 가서 짬짬이 치는 골프가 아니라, 3-5일 정도 골프 자체에 좀더 집중하고 골프 자체를 좀더 음미한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 노인 아홉 분이 함께 투숙하면서 골프를 치시더군요. 모두 9일간 태국에서 겨울골프를 치시는데, 반은 이곳에서 반은 방콕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치신답니다. 식당에서 노인들과 잠시 한담을 나눴는데, 골프코스에 대해 주로 칭찬을 하시더군요. 저와 비슷한 소감이었습니다.
세상이 하도 많이 변해서 이제 겨울에는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등으로 한번씩은 다녀오는 게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분의 겨울골프는 어떻습니까?
아직 팔팔한 연령이라고 자처하는 50대나, 30대와 겨룰 만하다고 자부하는 40대나, 아직 창창한 30대 청년층은 이곳을 꼭 한번쯤은 겪어볼 만합니다. (문의 서울 591-0772, 태국 66-89-088-2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