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풀어야 살이 빠진다

김태희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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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풀어야 살이 빠진다

박용우 칼럼 9

(박용우 교수/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식욕과 뱃살의 원흉,

스트레스를 잡아라."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나서 피곤한 몸으로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차문을 열고 마당 잔디에 발을 내딪는데 순간 물컹 하고 무언가가 밟혔다. ‘뱀이구나.’하고 생각한 순간 머리카락이 쭉 뻗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바로 차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플래쉬를 켜고 자세히 살펴보니 뱀이 아니라 잔디에 물을 주기위해 내다놓은 고무호스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맥박은 정상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필자가 학생때 읽은 ‘정신신경면역학’ 서문에 나왔던 내용입니다.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의 저하를 가져와 암이나 감염성질환이 잘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 다루어져 있는 책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에 근원이라고 하는데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을까요?


 
 

스트레스-스트레스 반응

 
 

 앞에 소개한 예를 봅시다. 고무호스를 밟았음에도 이것이 뱀이라고 대뇌에서 ‘인식’하는 순간 이 신호는 빠르게 시상하부, 뇌하수체를 거쳐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에 다다르고 부신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혈압이 올라갑니다.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려면 일명 ‘flight-or-fight’(도망치던가 싸우던가) 반응을 알아야 합니다.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사냥을 하면서 먹을 것을 얻었습니다. 사냥을 나갔다가 큰 동물과 맞닥뜨리면 어떻게 했을까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가던지 죽기살기로 그 동물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팔다리 근육이 최대한의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심장은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해대면서 팔다리 근육에 혈류량을 늘려줍니다. 산소와 연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죠. 혈액 내에는 혈당과 지방산 농도가 증가합니다. 위장관은 잠시 일을 멈춥니다. 한가롭게 음식을 소화, 흡수할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나운 동물로부터 몸을 피했거나 그 동물을 때려잡았다면 스트레스 반응은 종료됩니다.  아드레날린 분비가 감소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다시 느려지고 혈압이 정상수준을 회복합니다. 한편 코티졸은 위기 상황에서 연료로 사용했던 당질과 지방산을 재충전하기 위해 식욕을 자극합니다. 음식을 섭취하여 당질과 지방산이 들어오면 비로소 분비가 줄어들면서 스트레스 이전상태로 돌아갑니다.


 

 

스트레스: 인식의 전환이 중요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스트레스-스트레스 반응은 ‘어떠한 상황’에 맞닥뜨려졌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스트레스라고 ‘인식’했을 때 나타납니다.  고무호스를 밟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무호스를 뱀이라고 ‘인식’하면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납니다.  늘 잔소리만 해대는 직장상사의 얼굴만 떠올려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목뒤가 뻐근해 지는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람이나 사물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조절의 첫 번째가 ‘인식의 전환’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트레스 미해결의 결과


 
 

 다음은 본능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적절하게 일어나서 스트레스가 해결된 후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이전상태로 돌아가야 하는데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상사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고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은 혈당과 지방산 농도를 높이고 근육에 혈액을 몰리게 합니다. 도망치던가 싸우던가 해야 하는데 환경은 그렇지 못합니다.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내 몸에서는 건강에 유해한 반응으로 진행됩니다. 아드레날린은 계속 혈압을 높이고 근육을 긴장시켜 목뒤가 뻐근해지고 허리가 뻣뻣해집니다. 코티졸은 본능적으로 식욕을 자극하게 하여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하지 않은 데에도 당질과 지방 섭취를 더 하도록 만듭니다. 여기에 단순당이나 정제탄수화물을 섭취하여 인슐린까지 증가하면 상황은 아주 어려워집니다. 여분의 에너지를 복부에 지방으로 축적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면서 복부비만과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체중증가와 셋포인트 상승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는 사나운 짐승이 쫓아올 때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 불안, 고독, 무력감, 이혼, 퇴직 같은 정신적 사회적 요인도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 그 자체도 스트레스입니다. 체중이 늘어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만성적으로 올라가있는 상태가 되면 우울감이나 기억력 장애가 잘 나타나고 골다공증, 심장병, 암 같은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되어 업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지다보니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게되고 신체활동량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스트레스와 복부비만


 
 

 가장 심각한 경우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다른 호르몬들과의 밸런스가 깨지게 됩니다. 코티졸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생리적 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코티졸은 렙틴 호르몬의 감수성을 떨어뜨립니다. 잘 알다시피 렙틴은 체중조절의 콘트롤러인 뇌에 체지방량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입니다. 렙틴 감수성이 떨어지면 내 몸은 렙틴이 부족하다고 착각하고 대사속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음식을 더 먹으려 합니다. 렙틴이 효율적으로 작동을 못면 셋포인트가 흔들리면서 조금씩 올라가게 됩니다.


 

 실제로 스트레스와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들을 보면 코티졸과 복부비만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코티졸은 렙틴 감수성을 떨어뜨려 단 음식을 더 찾게 만들고 당질식품을 몸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더 많이 섭취하면 인슐린은 당질 창고가 있는 간과 근육에 더 이상 비축하지 못하고 지방의 형태로 내장 사이사이에 쌓아둡니다.


 

 스트레스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떨어뜨립니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지면 근육량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하게 됩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도 우울과 불안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코티졸 수치가 더 높았고 테스토스테론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더 낮았으며 복부에 지방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만성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론,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을 높입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해 만성으로 유지되면 인슐린저항성, 렙틴저항성이 생기고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복부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장병으로 가게 됩니다.  스트레스와 복부비만은 악순환을 거듭하며 점점 나빠집니다. 복부 내장지방이 축적되면 그 자체로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혈액 내 코티졸 농도를 높입니다. 이는 내장지방이 더욱 쉽게 축적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내장지방은 계속 늘어갑니다.


 
 

스트레스와 야간식이 증후군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생리적인 리듬이 깨집니다. 우리 몸의 호르몬들은 24시간 주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코티졸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정상적으로 서서히 증가합니다. 이에 맞추어 배고픔 신호가 나타나고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합니다.  저녁시간 이후에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고 수면을 유도합니다. 잠이 들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  세포의 수리와 재생을 돕습니다.


 

 이러한 생리적 리듬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요? ‘야간식이장애 증후군’이란 질병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식욕이 뚝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배고픔 신호는 저녁이 되면서 점점 강해집니다. 늦은 밤에도 무언가 먹지 않으면 잠이 들 수가 없습니다. 저녁식사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섭취량의 50% 이상을 먹습니다. 체중은 계속 늘어나고 살을 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밤에도 코티졸 수치가 올라가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단지 일주일 동안만 이완훈련을 받아도 코티졸 수치가 떨어지고 배고픔 신호가 줄어들며 밤늦게 음식을 먹지 않게 됩니다.


 
 

스트레스와 수면


 
 

 수면 부족도 현대인들에게 또하나의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현재 미국인들의 수면시간은 40년 전보다 평균 2시간 줄었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시간을 인위적으로 줄였더니 배고픔 신호를 내보내는 ‘그렐린’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수치가 감소하였습니다. 배고픔 신호가 증가할 뿐 아니라 고칼로리, 고당질 음식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습니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것은 신체적 스트레스입니다. 수면부족으로 신체적 스트레스가 쌓이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지 못합니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합니다. 물론 쉽게 잠들고, 잠들어있는 동안에는 한 번 정도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중간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조절의 시작: 숙면을 취하라


 
 

 수면시간 부족과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이고 이 역시 체중증가로 이어집니다.


 

 우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평소보다 앞당겨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합니다.  방은 소음이 없고 어두워야 하며 실내 기온도 적당해야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한시간 전부터는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 조절: 이완훈련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을 다 해결한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여있을 때 의도적으로 몸과 뇌를 이완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은 가능합니다. 심호흡을 몇차례 해준다던지 사우나나 스파를 이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완훈련은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확실한 해독제입니다. 이완상태를 얻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명상, 요가, 자율훈련법(자기암시를 통해 신체 감각을 느껴가면서 이완을 유도하는 방법), 점진적근육이완법(반복훈련을 통해 근육이완을 유도하는 방법), 심상유도요법(의도적으로 이미지와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 최면 등이 그 예입니다. 웃음, 음악감상, 섹스도 유사한 반응을 나타냅니다. 요가를 하면 체중이 줄어듭니다. 요가의 운동효과 보다 이완을 통한 스트레스 조절효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스트레스와 영양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은 손상된 대사를 회복시켜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만성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이완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 많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 식이섬유, 그리고 비타민과 항산화영양소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단순당과 정제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인슐린저항성을 좋게 해주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과 인슐린이 함께 증가해 있으면 내장지방이 계속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니까요.


 

 코티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비타민 B6, B12, 엽산이 필요합니다. 이 비타민들은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의 과다분비로 인한 손상을 줄여줍니다. 미타민 B5와 C도 중요합니다. 아드레날린 밸런스를 위해 포타슘과 마그네슘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녹색잎채소와 과일에 풍부합니다. 오메가-3 지방산과 아마씨 갈은 것 혹은 아마씨유 등도 염증을 완화시키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의 축 기능을 좋게 해줍니다. 항산화제도 스트레스로 인한 ‘산화’를 줄이기 위해 필요합니다. 비타민 E, C, 코엔자임 Q-10, 리포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종합영양제를 반드시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 몇 가지를 모아보았습니다.
 

* 사랑은 아주 강력한 스트레스해소 치료제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좋고 든든한 사람들을 여기저기 심어 놓아라.


*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놓고 리스트의 가장 위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라.


* 자기자신을 사랑하라.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라.


*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라.


*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키워라.


* 많이 웃어라. 웃음은 아주 효과적인 자연치유제다.


* 뇌가 쉴 수 있는 신체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하라.


*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하라.


*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생기지 않도록 하라.


* 휴가를 놓치지 마라.


* 친한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마련하라.


* 요가를 하라


* 음식을 천천히 먹어라.


* 명상을 배워라.


* 종교가 있다면, 기도하라.


*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라.


* 사우나나 스파를 이용하라.


* 집이나 사무실에 꽃, 양초, 장식품 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꾸며놓아라.


*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하라.


* 지하철 문이 닫히려 할 때 뛰어가지 말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