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

유철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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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기형도님의 시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전문-


나는 어느 변두리 극장안에서 쓰러져 죽었다는
이 시인의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내설악 어디메를 내려설 때쯤 보았던
이 억만년의 풍경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라는
그 노래를 이곳에서 부르고 싶었을 뿐..


 

 

 

Winter - 2005 - Inje

Signature & Photographer  CONSTANT/Chul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