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

이강섭200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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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something"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한석규의 컴백작으로

주목받은 작품. 더불어 고소영과 호흡을 맞춘 사실로도 큰 화제를

일으켰다. 다만 무엇 때문인지 흥행 면에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고, 이후에도 두 배우의 영화 출연에는 흥행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한석규가 등장한 작품들이 워낙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아 기대치가 높아진 점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오랜만에 컴백한

작품이다보니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한껏 부풀어 올라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시사회 및 개봉 이후 세간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염려가 되긴 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남(南)이 옳으냐, 북(北)이 먼저냐 하는 문제는 접어두는

것이 어떨까. 영화에서 주목한 것은 민족의 분단이라는 비극으로

인해 고국을 잃고,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은 두 남녀의 인생이었다.

결국 제3국으로의 망명을 통해 진정한 삶을 찾고자 하지만 결과는

비극으로 그치고야 만다. 어찌 두 사람만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대의 비극이고 이 민족의 비극이기도 할 것이다.

 

약간 다른 측면에서 보면 '80년대판 쉬리'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존의 '쉬리'는 90년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버전의

차이는 곧 시대상과도 맞물려 '이중간첩'은 좀더 무겁고 투박하면서

삶의 본질을 갈구하는 듯 하다. 이에 반해 '쉬리'는 좀더 세련되고

감상적인 면이 늘었다고나 할까. (-_-;) 두 영화의 교집합 중 하나인

한석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까닭도 있는 것 같다. 어찌됐든

그건 영화보는 데 큰 방해가 되지 못한다.

 

요즘 시기가 시기인지라 왠지 반공영화적인 측면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고보면 남파든 북파든 간첩들의 세계는 실로 무섭고

냉정하리만큼 현실적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면 영화는 단지

2시간만에 끝이 나고 때에 따라 다른 배우, 이야기로 만들어질

뿐이지만 실제 우리의 현실은 날마다 현재진행형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 국민들이야 그렇다 쳐도 비밀을 알고

진실을 아는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무척, 때때로 소름 돋을만큼 두렵다. 영화 속 두 남녀의

망명은 곧 우리들의 잠재적인 소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의

비극이 더 슬프고 가슴 저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