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을 때 였다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최인수2006.12.20
조회14

The Guy

ː우리가 사랑했을 때 였다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만약 그 유리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까요? 아니면 무작정 달려가

그녀를 불러 세웠을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와 나 사이엔 유리가 있었습니다.

한 아름, 유리창 밖으로 햇살을 안고 걸어가는

그녀는 여전히 똑같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사랑햇을 때였다면

유리창 앞으로 달려가 유리를 마구 두드렸겠죠.

그래도 날 안 봐준다면 어쩌면 그 유리를 깰 수도 있었을 거예요.

우리가 사랑했떤 그때는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예전처럼 우린 살아하지 않거든요.

 

담담한 내 감정에 노금 놀라기도 합니다.

2년 반 동안을 만났는데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할 뿐입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언젠가 그녀를 마주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난 이렇게 담담해질 준비를 잘하면서 살아왔던 걸까요?

 

쓸쓸히 상점을 나와

햇살이 눈부셔 손을 이마쪽으로 가져가는데

어? 어? 저기 그녀가 다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The Girl

ː못 지냈어, 너 때문이었어

 

"잘 지냈어요?"

우연히 마주친 그 사람한테, 내가 한 말이 그랬어요.

그 사람이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어서,

그 사람 힘들어할까봐 겨우 내가 지어낸 안부 인사였죠.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어요.

하지만 그 존댓말 때문에 자연스럴울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우린 더 어색해지고 만 거예요.

 

한 10초 가량을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데

그 사람 눈에도, 그리고 내 눈가에도 아주 가벼운 물방울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그 사람, 무겁게 입을 열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난, 잘 지내지 못했어요. 잘 지냈죠?"

 

"왜?왜, 못지냈어요?" 라고 난 화를 내며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면  왠지 그 사람이 더 막막해할 것 같아서

그냥 난,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어요.

하지만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을까요?

한 달에 한 번은, 미칠 것처럼 생각났는데,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은 다시 만나게 될 것만 같다는 묘한 예감

때문에 가슴이 뛰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을까요?

 

감정을 잘 숨겼구,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묻지도 않았구,

그 순간을 참 잘 넘겼단 생각이에요.

아쉽게 그 사람을 보내면서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하면서, 조금 운 것만 빼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