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이데올로기

서영신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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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유는 칼슘의 보고다

우유는 칼슘·단백질 등 114가지 영양소가 함유된 완전 식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특히 우유의 칼슘으로 인해 뼈가 튼튼해진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고 21세기의 화두인 '골다공증'에 좋다고 생각한다. 골다공증이 이렇듯 사람들에게 갑자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점점 인류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하버드 대학에서 미국인들의 과도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골다공증 예방에 역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도 육식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는 골다공증에 우유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우유는 '육체 고기'로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함 소의 젖이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학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우유를 많이 마시게 되면 외려 뼈에 있는 칼슘을 밖으로 밀어내서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우유업체의 권장과는 반대로 육류, 달걀 그리고 유제품과 같은 고단백질 식품은 신체에서 칼슘을 녹아 나오게 하여 신장을 통해 지나친 칼슘 손실을 일으킨다. 신장은 부하가 커지고 칼슘과 같은 미네랄 결핍을 야기한다.

외려 우유를 마시지 않는, 특히 북 아메리카의 인디언이나 인도 사람들이 우유를 먹는 서구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골다공증을 겪지 않는다.


2. 우유는 동양인들에게도 좋다

날마다 우유를 광고하는 한국의 낙동-우유 업체에게는 무척 미안한 말이지만, 동양인의 70% 이상이 유당소화효소(유당분해효소)가 없다는 건 이미 학계에서는 다 인정하고 있는 상식적인 얘기다. 유당소화 효소가 없는 사람이 우유를 먹는다고 해서 다시 유당소화효소가 생기진 않는다는 게 학자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NIH(National Institute Health:국립보건원)는 이렇게 보고 하고 있다.

"우유를 먹는다고 인체에 유당소화효소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당불내증을 가진 어린아이의 경우엔 유제 품(혹은 유당을 포함한 음식)을 전혀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양인과 흑인들의 90%(학자들마다 이 수치는 달라지지만 대체적으로 80%를 전후하고 있다)는 우유를 체내에서 소화해낼 수 있는 유당소화효소가 없다. 해서 동양인인 나처럼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복통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낙농업체와 의사들이 담합하여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개입한다.



그러나 300년 동안이나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노예로 실려간 흑인들의 육체도 아직껏 대부분 유당소화효소는가 체내화되지 않았다. 유전자와 신체적 반사 작용이 한 달 만에 진화될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의 낙농업체-의사들의 이데올로기는 참 용감하기도 하다.


3. 우유는 어린아이에게 좋다.

이미 우유보다 엄마의 모유가 어린아이에게 좋다는 건 상식이다. 어떻게 소의 젖이 인간의 젖보다 인간 유아에게 더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송아지는 생후 47일만에 체중이 2배가 되고 일년만에 120킬로그램으로 체중이 늘어난다. 우유는 이렇게 성장하는 송아지에게 알맞은 고농축 영양분과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미 낙농-우유업체와 혈전을 벌인 외국 학자들은 아이에게 우유만을 먹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피해사례를 속속 밝혀내고 있다.

소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자폐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에서부터, 어렸을 적에 우유를 많이 마시게 되면 소화기 기관이 적응을 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려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고 나이가 들었을 때도 우유를 마시지 않고 자란 사람보다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가장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유와 인슐린 의존형 당뇨 사이에는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해서 서양 사람들의 높은 당뇨증이 어쩌면 우유와 상관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사에서의 해방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적 요구와 모유 못지 않게 우유도 좋다는 낙동-우유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또한 라는 학자들의 의견이 80년대 대처리즘과 레이건노믹스의 신자유주의를 등진 채 이루어졌다는 것 역시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모유에 대한 강조가 모두 가부장적 가족주의로 귀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제 막 선택의 기회를 가졌을 뿐이지 않을까.

어쨌거나 다른 종의 젖을 먹는 유일한 종인 우리 인간들은 이제서야 자신들의 젖의 가치를 깨닫는 가장 아둔한 종이기도 한 것 같다.


4. 우유는 안전하다.

썩지 않는 식품은 안전하지 않다. 얼마 전 일본에서 썩지 않은 우유가 발견되어 커다란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소의 젖에 들어 있는 미생물들을 가공하기 위해 화학 공정 처리 과정을 겪기 때문에 우유는 100% 천연산이 되지 못하는 가공식품일 수밖에 없다.

70년 전 파스퇴라이제이션이 널리 퍼기지 전에는 우유가 전염병의 주요한 전달경로였다. 파스퇴라이제이션과 개선된 위생은 이러한 문제를 거의 제거하긴 했단다. 게다가 요즘엔 그와 급저온 살균 처리에 관한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악소들이 살균 처리되었을까? 여전히 우유 속에서는 살충제와 항생제 잔여물이 발견되고 있고, 유전자 조작 성분의 함유 문제가 최근 가장 큰 곤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된 소, 농약과 최첨단 생명공학으로 만들어진 사료, '광우병'이 상징하듯 이제 변종의 길을 걷기 시작한 소의 운명 등 우유는 근대 문명의 상처들이 용해되어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과 알레르기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실제로 모든 주요한 알레르기 연구는 우유와 유제품이 주요한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라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알레르기 학회의 마일로스 크라즈니 박사에 의하면 캐나다인의 5-10%가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자신은 종종 환자들에게 시험적으로 일정 기간 우유를 먹지 말라고 한다. 그의 환자들은 주로 두통, 콧물, 귀의 감염, 위와 장의 질환 및 천식환자들인데, 우유를 금했더니 70%가 놀라운 개선 효과를 보았다.


우유에 대하여

우유는 유목민들의 음식이다. 서구 유럽과 극동 지방의 유목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육식를 해왔고,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그들의 식단을 꾸며왔다. 그들의 창자는 채소를 위주로 먹는 우리 동양인들에 비해 훨씬 짧아, 육류를 소화해내기에 좋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규모 방목이 되기 전까지 그네들의 소와 가축은 단백질을 공급하는 불가결한 요소였지 지금처럼 과잉 생산되어 서양인들의 체내에 독소를 만드는 요인은 아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서양인들이 과잉 섭취한 육류, 그리고 우유는 이제 그네들의 몸에서도 과부하를 걸고 있다. 비만, 심장병, 당뇨, 골다공증 모두 과도한 단백질과 지방 섭취로 인해 파생된 근대의 질병들이다.

이처럼 갑자기 육류가 늘어나게 되고 우유가 세계화되는 데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을 만들어낸 서유럽과 미국 낙동업자들의 거대한 착취가 존재했다. 수 억 마리의 아메리카 자생종인 버팔로를 학살하고 그 땅의 주인인 인디언들을 수 천 만명씩이나 쓸어내버린 자리에, 서유럽의 낙동업자들은 '목초가 금이다'라고 선언할 만큼 풍부한 목초에 눈독을 들였고 유럽형 소들을 방목하기 시작했다.

카우보이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소를 유럽과 미국 내 도시로 실어나르기 위해서 철도사업과 선박 산업, 저장 기술을 번창시켰고,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은 기름기가 절절 흐르는 질 좋은 쇠고기를 공급받게 된다.

유럽 전역에서도 엔클로저 운동에 힘입어 고향에서 뼈를 묻고 살아가던 농부들을 도시로 몰아내고 시골에 거대한 방목지를 형성하면서 고기를 즐겨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중에 다른 지면에서 이 끔찍한 소의 역사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18세기 이후 유럽의 풍경은 쩝쩝거리는 거대한 입과 기름이 흐르는 고기, 그리고 이 고기를 먹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점철된다. 그리고 이때 우유의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우유는 몸에 무조건 좋다, 는 신념은 사실 낙동-우유업자들의 상업적 이해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정부와 학자들은 앞다투어 우유의 품질을 과장하면서 채식 위주로 영양을 섭취하던 식민지로 우유를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물론 낙동과 우유의 기원은 기원전 3500-2800년전의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발견되는 게 시초다. 또 기원전 2000년경 앗시리아 시대의 가축떼와 병사를 그린 벽화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유는 금방 상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근대화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소의 젖에서 바로 착유하여 집으로 가지고 가서 먹었다. 우리가 식단에서 우유를 보기 위해선 착유와 운반, 저장의 근대적인 기술이 발전되어야 했다. 이 기술들이 위에서 언급한 거대 낙농 자본에서 비롯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 1950년 이후 미국의 원조에 우유가 섞여 들어왔고, 한국인의 체질에 맞지도 않은 이 우유가 우리의 식단을 점령하고 낙농업체가 형성되는 과정에 관한 논문 하나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우리가 우유에 관한 이 얼토당치도 않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맹신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서구의 학자들과 의사들이 이제 막 우유에 관한 진실들을 고해성사 하고 있지만, 낙농-우유업체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정부와 학계는 아직도 입을 함구하고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 믿는 과학은 언제든 상대성의 원심력으로 휘어지기 마련이다. 하얀 우유의 이데올로기 만큼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비화된 과학들은 여전히 두꺼운 껍질로 봉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