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헬리콥터 부모, 그림자 부모 지성의 상징 대학 안에도 몸만 어른인 청년 수두룩 부모가 과잉보호 계속땐 자녀들에 비극적 후유증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12가지 방법’을 소개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모들은 한국 부모에 비해 아이들의 정신적 독립을 강조하면서 키우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도 성인이 된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간섭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나 보다.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는 걸 보면.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부모들은 대부분 헬리콥터 부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림자 부모’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최근 급식문제로 교사를 찾아가 무릎 꿇게 한 부모들은 그 자녀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란 점에서 배려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극성 부모와 자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이른바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과 그 어머니가 찾아왔다. 외아들인 이 청년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강의 스케줄은 물론 자신의 생활 계획을 세우지 못해 어머니가 도와준다고 했다. “어머니가 스케줄 표를 일일이 관리해주면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이 남학생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잘못되는 게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부모가 대신 선택해준 전공 과목과도 적성이 거의 맞지 않는 듯 보였지만, 어머니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신체적 성숙은 이뤘지만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은 이루지 못한 채 완벽주의의 덫에 걸린 ‘우울한 키덜트’였다.
이 경우는 조금 심각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다른 대학생들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의과대학 학생들만 해도, 어떤 환자의 증세에 대해 논해 보자고 토론을 제안하면 책에 나와 있는 모범답안들만을 얘기하지,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설령 틀리더라도)이나 새로운 문제 제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머리는 좋은데 자기만의 생각이 없고, 책임감은 더더욱 부족하다는 게 동료 교수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미래 교육에 관한 전문가인 프랑스의 에드가 모랭 교수는 “미래 사회의 유능한 인재는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력, 인간 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건전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보면 참으로 멀고 먼 이야기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우울한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너도나도 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 대학에게 맡겨진 첫째 과제는 대학입시라는 비인간적 관문을 뚫느라 정신적 성장은 유년기에서 멈춘 학생들의 인격 교육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학마저도 취업 준비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생들은 죄다 ‘취업고시생’으로 밤잠을 설치고, 가시적 연구 성과물을 요구받는 교수들은 ‘논문제조기’로 전락해가고 있다. ‘경쟁이 최선’인 신자유주의 시대이니 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어떤가. 대부분 기숙 생활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돼 있을 뿐만 아니라, 세속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자기들만의 독특한 캠퍼스 문화를 즐기며 학문에 몰두한다. 내가 아는 한 우리처럼 도서관에 앉아 취업 준비에만 몰두했다가는 학점 ‘빵점’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대학은 고등학교의 연장’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 정부와 대학당국,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아무리 경쟁이 미덕인 사회라지만 대학 고유의 가치를 저버릴 순 없지 않은가. 부모들 또한 인생의 모든 목표를 대학입시에 두고 아이를 과잉보호하며 양육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전문가로서 감히 단언하건대, 그 후유증이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비극적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헬리콥터 부모 안 돼요` [중앙일보]
뉴스위크, 자녀 독립심 키우기 12계명 소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5월 22일자)가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12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이 잡지가 제시한 여러 방법 중 가장 핵심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라'는 것. 예를 들면 부모가 아이들 야구경기에 가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주심에게 고함을 지르곤 하는데, 이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감을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음악가가 되기를 원했던 자녀가 금속공예에 빠졌다면 아이를 믿고 그 꿈을 북돋워 주는 게 좋다고 뉴스위크는 충고했다.
잡지는 또 "만일 자녀가 이미 대학생이 되었다면 더 가르쳐 주고 싶은 유혹이 있더라도 억제하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이전에 부모가 한 말과 행동을 대부분 기억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도'는 반복적인 잔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모들은 한국 부모에 비해 아이들을 독립심 있게 키우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은 요즘 미국 부모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라는 신조어다. 자녀가 성인이 돼도 계속 그 주변을 맴도는 부모를 가리킨다.
뉴스위크는 자신이 헬리콥터 부모인지 판별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디킨슨대학과 미국 학부모협회 공동 개발)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헬리콥터 부모는 대학생 자녀를 대신해 교수를 만나고,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뛰어가 자녀 대신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아이가 리포트를 쓰느라 끙끙대거나 사소한 규칙 위반으로 벌칙을 받게 돼도 대신 나서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도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의 직장까지 찾아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같은 문제를 다뤘다. 신문은 GE(제너럴 일렉트릭)와 보잉(Boing)사의 인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직 중인 자녀를 뽑아달라고 회사에 직접 부탁하는 부모가 적잖게 있으며, 부모와 의논하느라 입사 여부를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젊은이도 많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자녀의 연봉 협상에 부모가 대신 나서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부모들은 대학과 기업의 입학.채용 담당 부서를 직접 공략한다는 뜻에서 '가미카제 부모'라고도 불린다.
신문은 "부모-자녀 간 탄탄한 유대감은 평생 갈 자산이지만,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부모-자녀 관계' 전문가인 펜실베이니아대 미사 머리 이튼 교수도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키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자녀가 다 자란 뒤에도 주변을 맴돌면서 간섭을 멈추지 않는 부모를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에는 대학에서 수강과목을 골라주고, 교수와의 상담에 끼어드는가 하면, 좋은 룸메이트를 배정해 달라고 로비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 부모는 심지어 자녀가 입사한 기업과의 연봉협상까지 나서고 있다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용어는 새롭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얘기다. 이 땅의 부모들 중에도 ‘헬기부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혹시 헬기부모가 아닐까. 교육 과잉의 한국에서 펼쳐지는 헬기부모 현상을 짚어보고, 그 치유법을 알아본다.
#아들의 신혼 첫날밤도 관리하는 헬기 부모들
대학입학과 동시에 끝나던 치맛바람이 이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학부제 대학 입학후 학과를 선택하는 학과설명회는 아예 반 이상이 부모들이다. 취업설명회에서도 자녀 손을 잡고 온 부모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ㅅ대 교수 김모씨(35)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자 지난 학기에 겪은 악몽이 떠올랐다. “우리 애 성적이 왜 이래요?” “성적 산출 근거가 뭔가요?” 난데없는 중년여성들의 항의에 기가 막혀 동료교수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는 약과란다. 직접 찾아와 항의하거나 리포트를 대신 들고 오는 부모도 있다는 것이다. 한 공대교수는 학생을 공장실습에 보낸 뒤 “우리 애를 왜 위험한 데 보내느냐”는 항의까지 받았다며 허탈해했다.
대학공부나 취업에서는 물론 결혼과 이혼과정에도 부모의 입김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유명 대학원 MBA 출신의 잘 나가는 남편과 결혼했던 최모씨(34)는 이내 파경을 맞았다. 신혼 첫날 남편과 얘기했던 내밀한 얘기가 시어머니에게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앞날이 캄캄하다고 판단, 주저없이 이혼을 결심했다.
60대 초반 주부 김모씨는 ‘헬리콥터 부모’의 전형이다. 장성한 3남매는 늘 김씨에 의해 조종돼 왔다. 큰아들을 자신이 결정하여 결혼시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이혼시켰다. 의사를 만들기 위해 재수와 삼수를 시킨 자녀들은 모두 자신의 적성과 다른 일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3남매는 재력 있는 어머니 그늘에서 별 문제를 못느끼면서 살고 있다.
#부모의 우산 속에 숨어버린 헬기 키즈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가 필요하다면 슈퍼맨이나 베트맨을 자처한다. 한 어학연수 전문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응답자 가운데 16%만이 ‘어학연수 비용을 본인이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25%가 1천만원이 넘는 연수경비를 부모님이 마련해 주실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는 30, 40대 10가구 중 1가구 정도가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도 부모와 동거하는 20~34세 독신자(기생독신자) 수를 2000년 말 기준으로 4백6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연구를 담당한 이지평 연구원은 기생독신자를 ‘부모와 동거하면서 주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거의 공짜로 이용하되, 자기가 번 돈은 유흥비 등에 쓰는 젊은이’로 정의했다.
강남의 젊은층들 사이에는 골치 아픈 직장을 포기하고 머더 앤 파더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는 ‘M&F 펀드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부모의 도움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작년 가을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열린 합동입시설명회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수험생과 학부모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헬리콥터 부모 왜 생기나
부모와 자녀간의 유별난 밀착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수가 줄고, 부모학력이 고학력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풍족해진 시간과 돈을 한두명인 자녀에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
사실 요즘 아이들은 저마다 가정에서 왕자와 공주로 키워지고 있다.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이성미씨는 일부러 실내화 빨기며 자기방 청소, 효도 일기 쓰기 숙제를 자주 내준다. 이교사는 “준비물을 안 가져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태연히 ‘엄마가 안 챙겨줘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부모의 정신적인 미성숙함도 과잉밀착의 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아이들이 두돌만 돼도 독립심이 생기는데 부모들이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며 아이를 크지 못하게 한다. 그 기저에는 의존적인 아이를 보며 즐기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헬기 부모·헬기 키즈는 행복할까
이런 ‘풍족한’ 관심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할까.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의 역할이 대학입시까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자녀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역경지수’가 높았다. 부모가 짜준 틀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온 헬기 키즈들의 역경지수가 높을 리 없다.
신철희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신철희 소장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가르치지 않아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만든다”며 “이러한 아이들은 대인생활, 학교생활에 불만이나 트러블도 많고 행복도가 낮다”고 말한다. 특히 부모가 경제적으로 노후준비가 안됐을 때, 헬리콥터 키즈들은 자신의 불만만을 앞세우기에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늘 세트로 다니는 ‘캡슐모자(母子)’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헬기부모, 캡슐모자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내가 혹시 헬리콥터 부모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보자.
[심리] 헬리콥터 부모
[아침논단] 헬리콥터 부모, 그림자 부모
지성의 상징 대학 안에도 몸만 어른인 청년 수두룩
부모가 과잉보호 계속땐 자녀들에 비극적 후유증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12가지 방법’을 소개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모들은 한국 부모에 비해 아이들의 정신적 독립을 강조하면서 키우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도 성인이 된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간섭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나 보다.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는 걸 보면.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부모들은 대부분 헬리콥터 부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림자 부모’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최근 급식문제로 교사를 찾아가 무릎 꿇게 한 부모들은 그 자녀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란 점에서 배려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극성 부모와 자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이른바 명문대에 다니는 대학생과 그 어머니가 찾아왔다. 외아들인 이 청년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강의 스케줄은 물론 자신의 생활 계획을 세우지 못해 어머니가 도와준다고 했다. “어머니가 스케줄 표를 일일이 관리해주면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이 남학생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잘못되는 게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부모가 대신 선택해준 전공 과목과도 적성이 거의 맞지 않는 듯 보였지만, 어머니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신체적 성숙은 이뤘지만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은 이루지 못한 채 완벽주의의 덫에 걸린 ‘우울한 키덜트’였다.
이 경우는 조금 심각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다른 대학생들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의과대학 학생들만 해도, 어떤 환자의 증세에 대해 논해 보자고 토론을 제안하면 책에 나와 있는 모범답안들만을 얘기하지,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설령 틀리더라도)이나 새로운 문제 제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머리는 좋은데 자기만의 생각이 없고, 책임감은 더더욱 부족하다는 게 동료 교수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미래 교육에 관한 전문가인 프랑스의 에드가 모랭 교수는 “미래 사회의 유능한 인재는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력, 인간 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건전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보면 참으로 멀고 먼 이야기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우울한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너도나도 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 대학에게 맡겨진 첫째 과제는 대학입시라는 비인간적 관문을 뚫느라 정신적 성장은 유년기에서 멈춘 학생들의 인격 교육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학마저도 취업 준비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생들은 죄다 ‘취업고시생’으로 밤잠을 설치고, 가시적 연구 성과물을 요구받는 교수들은 ‘논문제조기’로 전락해가고 있다. ‘경쟁이 최선’인 신자유주의 시대이니 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어떤가. 대부분 기숙 생활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돼 있을 뿐만 아니라, 세속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자기들만의 독특한 캠퍼스 문화를 즐기며 학문에 몰두한다. 내가 아는 한 우리처럼 도서관에 앉아 취업 준비에만 몰두했다가는 학점 ‘빵점’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대학은 고등학교의 연장’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 정부와 대학당국,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아무리 경쟁이 미덕인 사회라지만 대학 고유의 가치를 저버릴 순 없지 않은가. 부모들 또한 인생의 모든 목표를 대학입시에 두고 아이를 과잉보호하며 양육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전문가로서 감히 단언하건대, 그 후유증이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비극적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헬리콥터 부모 안 돼요` [중앙일보]뉴스위크, 자녀 독립심 키우기 12계명 소개
이 잡지가 제시한 여러 방법 중 가장 핵심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라'는 것. 예를 들면 부모가 아이들 야구경기에 가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주심에게 고함을 지르곤 하는데, 이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감을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음악가가 되기를 원했던 자녀가 금속공예에 빠졌다면 아이를 믿고 그 꿈을 북돋워 주는 게 좋다고 뉴스위크는 충고했다.
잡지는 또 "만일 자녀가 이미 대학생이 되었다면 더 가르쳐 주고 싶은 유혹이 있더라도 억제하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이전에 부모가 한 말과 행동을 대부분 기억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도'는 반복적인 잔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부모들은 한국 부모에 비해 아이들을 독립심 있게 키우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은 요즘 미국 부모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라는 신조어다. 자녀가 성인이 돼도 계속 그 주변을 맴도는 부모를 가리킨다.
뉴스위크는 자신이 헬리콥터 부모인지 판별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디킨슨대학과 미국 학부모협회 공동 개발)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헬리콥터 부모는 대학생 자녀를 대신해 교수를 만나고,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뛰어가 자녀 대신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아이가 리포트를 쓰느라 끙끙대거나 사소한 규칙 위반으로 벌칙을 받게 돼도 대신 나서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도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의 직장까지 찾아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같은 문제를 다뤘다. 신문은 GE(제너럴 일렉트릭)와 보잉(Boing)사의 인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직 중인 자녀를 뽑아달라고 회사에 직접 부탁하는 부모가 적잖게 있으며, 부모와 의논하느라 입사 여부를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젊은이도 많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자녀의 연봉 협상에 부모가 대신 나서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부모들은 대학과 기업의 입학.채용 담당 부서를 직접 공략한다는 뜻에서 '가미카제 부모'라고도 불린다.
신문은 "부모-자녀 간 탄탄한 유대감은 평생 갈 자산이지만,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부모-자녀 관계' 전문가인 펜실베이니아대 미사 머리 이튼 교수도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키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자녀가 다 자란 뒤에도 주변을 맴돌면서 간섭을 멈추지 않는 부모를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에는 대학에서 수강과목을 골라주고, 교수와의 상담에 끼어드는가 하면, 좋은 룸메이트를 배정해 달라고 로비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 부모는 심지어 자녀가 입사한 기업과의 연봉협상까지 나서고 있다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용어는 새롭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얘기다. 이 땅의 부모들 중에도 ‘헬기부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혹시 헬기부모가 아닐까. 교육 과잉의 한국에서 펼쳐지는 헬기부모 현상을 짚어보고, 그 치유법을 알아본다.
#아들의 신혼 첫날밤도 관리하는 헬기 부모들
대학입학과 동시에 끝나던 치맛바람이 이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학부제 대학 입학후 학과를 선택하는 학과설명회는 아예 반 이상이 부모들이다. 취업설명회에서도 자녀 손을 잡고 온 부모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ㅅ대 교수 김모씨(35)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자 지난 학기에 겪은 악몽이 떠올랐다. “우리 애 성적이 왜 이래요?” “성적 산출 근거가 뭔가요?” 난데없는 중년여성들의 항의에 기가 막혀 동료교수에게 물어보니 그 정도는 약과란다. 직접 찾아와 항의하거나 리포트를 대신 들고 오는 부모도 있다는 것이다. 한 공대교수는 학생을 공장실습에 보낸 뒤 “우리 애를 왜 위험한 데 보내느냐”는 항의까지 받았다며 허탈해했다.
대학공부나 취업에서는 물론 결혼과 이혼과정에도 부모의 입김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유명 대학원 MBA 출신의 잘 나가는 남편과 결혼했던 최모씨(34)는 이내 파경을 맞았다. 신혼 첫날 남편과 얘기했던 내밀한 얘기가 시어머니에게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앞날이 캄캄하다고 판단, 주저없이 이혼을 결심했다.
60대 초반 주부 김모씨는 ‘헬리콥터 부모’의 전형이다. 장성한 3남매는 늘 김씨에 의해 조종돼 왔다. 큰아들을 자신이 결정하여 결혼시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이혼시켰다. 의사를 만들기 위해 재수와 삼수를 시킨 자녀들은 모두 자신의 적성과 다른 일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3남매는 재력 있는 어머니 그늘에서 별 문제를 못느끼면서 살고 있다.
#부모의 우산 속에 숨어버린 헬기 키즈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가 필요하다면 슈퍼맨이나 베트맨을 자처한다. 한 어학연수 전문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응답자 가운데 16%만이 ‘어학연수 비용을 본인이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25%가 1천만원이 넘는 연수경비를 부모님이 마련해 주실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을 꾸려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는 30, 40대 10가구 중 1가구 정도가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도 부모와 동거하는 20~34세 독신자(기생독신자) 수를 2000년 말 기준으로 4백6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연구를 담당한 이지평 연구원은 기생독신자를 ‘부모와 동거하면서 주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거의 공짜로 이용하되, 자기가 번 돈은 유흥비 등에 쓰는 젊은이’로 정의했다.
강남의 젊은층들 사이에는 골치 아픈 직장을 포기하고 머더 앤 파더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는 ‘M&F 펀드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부모의 도움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 왜 생기나
부모와 자녀간의 유별난 밀착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수가 줄고, 부모학력이 고학력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풍족해진 시간과 돈을 한두명인 자녀에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
사실 요즘 아이들은 저마다 가정에서 왕자와 공주로 키워지고 있다.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이성미씨는 일부러 실내화 빨기며 자기방 청소, 효도 일기 쓰기 숙제를 자주 내준다. 이교사는 “준비물을 안 가져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태연히 ‘엄마가 안 챙겨줘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부모의 정신적인 미성숙함도 과잉밀착의 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아이들이 두돌만 돼도 독립심이 생기는데 부모들이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며 아이를 크지 못하게 한다. 그 기저에는 의존적인 아이를 보며 즐기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헬기 부모·헬기 키즈는 행복할까
이런 ‘풍족한’ 관심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할까.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의 역할이 대학입시까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자녀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역경지수’가 높았다. 부모가 짜준 틀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온 헬기 키즈들의 역경지수가 높을 리 없다.
신철희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신철희 소장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가르치지 않아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만든다”며 “이러한 아이들은 대인생활, 학교생활에 불만이나 트러블도 많고 행복도가 낮다”고 말한다. 특히 부모가 경제적으로 노후준비가 안됐을 때, 헬리콥터 키즈들은 자신의 불만만을 앞세우기에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늘 세트로 다니는 ‘캡슐모자(母子)’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헬기부모, 캡슐모자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 내가 혹시 헬리콥터 부모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