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아무도 없으면, 마치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지는 과일이 된 기분이었다. 소리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시간이 흘러 싸늘하게 식어간다''''. 얕은 잠에 들었다가 퍼뜩 눈이 떠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옆에서 자고 있을 곰 인형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영 손에 만져지지 않아 그때야 옆을 돌아보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곰 인형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잠이 덜 깬 채 일어나 이부자리에 앉아 방 안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곰 인형이 내게 등을 보이고 창밖을 보는 자세로, 베란다 쪽 커다란 창문에 얼굴을 댄 채 앉아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무서워하면 더욱 무서워질 것 같아, 창가로 가서 곰과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멋진 새벽이었다. 옅은 파란색과 분홍색이 구름에 반사되어 이 세상이 아름다운 어떤 축복의 주문에 감싸여 있고, 나쁜 일 따위는 하나도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느님이 알록달록하고 투명한 빗자루로 지난밤 사이에 낀 더러움을 싹싹 쓸어낸 다음처럼 여겨졌다. 나는 곰 인형이 창밖을 보고 싶어 하면 그냥 보게 내버려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창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애절하게 보여, 안아 들고서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아침, 곰 인형 앞에 오렌지색 예쁜 구름이 길게 뻗어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아직 배기가스로 더럽혀지지 않은 공기는 투명해서, 보고만 있어도 불어오는 바람의 싸늘한 감촉까지 전해질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몹시 쓸쓸했다. 살다가 느끼는 쓸쓸함이란 그 곰 인형의 뒷모습 같은 것이어서 남이 보면 가슴이 메는 듯해도, 곰 인형은 설레는 기분으로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아름다움에 환희를 느꼈을지도 모르고. 아마도 그날 아침 가장 외로웠던 것은 곰인형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던 내 마음이리라. 부모의 부모가 죽고, 언젠가는 부모도 죽고 자신도 죽는 그런 인생의 진실이, 영원히 지속되는 어린애만의 꿈의 세계에 살며시 그 살을 맞대어 왔고, 그 기척에 한없는 무엇을 느꼈던 것이리라.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빠르게 쪼그라든 내 마음이 안절부절 기댈곳을 찾지못해 방황하고 다닐때 그 심난하고 어지럽고 난감한 상황속에서도 이 구절이 자주 떠올랐다. 그 순간의 내 모습은 곰인형과도 같았을것이나 나는 진짜 곰인형이 될수 없기에 내 애절하고 쓸쓸한 몸뚱아리는 아무도 안아줄수 없었을 것이다. 반에 자존심강한 머리는 안쓰러운 몸을 바라보고 있기도 힘이들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휘적휘적 그자리를 뜬다.
남미로 떠날래
집 안에 아무도 없으면, 마치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지는
과일이 된 기분이었다.
소리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시간이 흘러
싸늘하게 식어간다''''.
얕은 잠에 들었다가 퍼뜩 눈이 떠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옆에서 자고 있을 곰 인형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영 손에 만져지지 않아 그때야 옆을 돌아보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곰 인형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잠이 덜 깬 채 일어나 이부자리에 앉아 방 안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곰 인형이 내게 등을 보이고
창밖을 보는 자세로, 베란다 쪽 커다란 창문에 얼굴을 댄 채
앉아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무서워하면 더욱 무서워질 것
같아, 창가로 가서 곰과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멋진 새벽이었다.
옅은 파란색과 분홍색이 구름에 반사되어 이 세상이
아름다운 어떤 축복의 주문에 감싸여 있고, 나쁜 일 따위는
하나도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느님이 알록달록하고
투명한 빗자루로 지난밤 사이에 낀 더러움을 싹싹 쓸어낸
다음처럼 여겨졌다.
나는 곰 인형이 창밖을 보고 싶어 하면 그냥 보게 내버려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창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애절하게 보여, 안아 들고서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아침, 곰 인형 앞에 오렌지색 예쁜 구름이 길게 뻗어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아직 배기가스로 더럽혀지지 않은 공기는 투명해서,
보고만 있어도 불어오는 바람의 싸늘한 감촉까지 전해질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몹시 쓸쓸했다.
살다가 느끼는 쓸쓸함이란 그 곰 인형의 뒷모습 같은 것이어서
남이 보면 가슴이 메는 듯해도, 곰 인형은 설레는 기분으로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아름다움에 환희를 느꼈을지도 모르고.
아마도 그날 아침 가장 외로웠던 것은 곰인형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던 내 마음이리라.
부모의 부모가 죽고, 언젠가는 부모도 죽고 자신도 죽는 그런
인생의 진실이, 영원히 지속되는 어린애만의 꿈의 세계에
살며시 그 살을 맞대어 왔고, 그 기척에 한없는 무엇을
느꼈던 것이리라.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빠르게 쪼그라든 내 마음이 안절부절 기댈곳을 찾지못해
방황하고 다닐때
그 심난하고 어지럽고 난감한 상황속에서도 이 구절이
자주 떠올랐다.
그 순간의 내 모습은 곰인형과도 같았을것이나
나는 진짜 곰인형이 될수 없기에
내 애절하고 쓸쓸한 몸뚱아리는 아무도 안아줄수 없었을 것이다.
반에 자존심강한 머리는 안쓰러운 몸을 바라보고 있기도
힘이들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휘적휘적 그자리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