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마빡이 코너''의 폐지를 바라며......

최홍규2006.12.25
조회348
개그콘서트 ''마빡이 코너''의 폐지를 바라며......


 

 

200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논문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 TV를 켰다.

개그콘서트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라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인지라 더욱 기대감에 부풀어

TV 앞에서 보기 시작했다.

 

짜놓은 컨셉에 일주일 후에도 변하지 않는 아이템은

이제 우리나라 개그 프로그램의 패턴과도 같은 것이기에

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그러한 일정하고 변함없는 패턴을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에 한계가 있고,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난 주에 보았던 패턴들로 한 45분쯤 흘렀을까?

내가 보면서도 항상

'저 코너는 어떤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마빡이 코너'가 시작됐다.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시간을 잴 수 있는 기계도 무대에

가져다놓고, 또,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코미디언 정종철씨에게 오리털 잠바와 장갑, 목도리 등을 선사하여,

그 일명 '마빡이 동작'을 더욱 힘들게 하는

가학적인 행위들이 이어졌다.

물론, 코미디 프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방송심의워원회에서도 방송을 정지시키는 권한을 행사할 때,

코미디 장르만큼은 그 권한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시청자를 웃기는 조건'에서 비롯된다.

 

정종철씨가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고,

땀흘리며 동작을 하는 모양은 조금 안 쓰러웠지만,

그런데로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태권도 복을 입은 소년들이 등장했다.

어느 어린이 태권도 장에서 섭외해 온 것 같았다.

이윽고, 그 소년들은 태극 1장을 마빡이 동작으로 변형시킨

태권동작을 선보였다.

 

사실, 마빡이 코너, 아니 개그콘서트의 대장 격으로 보이는

박준형씨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고,

전 국민에세 마빡이 열풍을 몰고 싶은 욕심.

무언가 인기 끌 만한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야하는 코미디언들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이라 이해가 간다.

하지만, 코미디라고 보기에는 열정만 앞선 듯 했다.

그 '마빡 1장'이라는 동작을 보고

웃은 시청자는 몇 명이었나 묻고 싶다.

재미있어서 웃었다기보다는

민망해서 웃기는 코미디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새로운 코너와 컨셉 그리고 아이디어로 웃긴다고 하기보다는,

이미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들이 시청자들과 친숙하기 때문에

시청자로써 웃어줘야 하는 의무감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났을 때,

그가 하는 얘기가 썰렁하더라도 그가 민망할까봐서 웃어주는 것과 같은 심리다.

 

나는 코미디언 박준형씨를 좋아한다.

예전에 대학로에서 갈갈이 연극할 때,

팬으로써 사진도 같이 찍은 적이 있다.

그리고 TV토크쇼나 많은 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는 '진솔함, 효자, 의리파'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면에서

여느 연예인보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물론, 그의 진솔한 개그와 열심히하는 모습도 좋았다.

 

하지만, 요즘 요즘의 개그콘서트는

마치 내가 시청자인데도, 박준형씨의 코미디언 사단을 위해

웃어줘야 하는 아르바이트 관객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좋아서 코미디를 보고 웃어주고,

그가 이끄는 사단의 멤버들도 모두 순박하게 보여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이 개그콘서트의 구조조정에 있어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에게 그 코미디언에 대한 조그마한 연민의 감정이

그나마 남아있는 지금, 과감히 새로운 컨셉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의 어느 영역에나 골수팬이 있게 마련이다.

영화배우 골수팬의 경우에는 그 영화의 내용과 작품성에는

상관없이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다 보려고 한다.

국회의원의 골수팬은 그가 추진하는 정책을 모두 다 지지하며,

그를 위한 대규모 촛불시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골수팬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결국

그들의 우상을 파멸로 이끈다.

 

난 개그콘서트의 골수팬이었다.

맹목적으로 좋았던 때도 있었고,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개콘'과 함께했다.

하지만, 시청자로써 골수팬이기 때문에 너무 웃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필'이나 '서태지'라는 가수가 아직까지 골수팬들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는 이유는

끊임없는 실험과 그 실험으로 탄생한 곡들의

팬들에 대한 감정적 설득력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즉, 그들의 실험은 기존의 골수팬을 처음 대하는 관객으로 여기고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한 실험은 골수팬들을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고,

그 골수팬 주변의 일반관객까지 빨아들이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제 그러한 실험적 자세가

개그콘서트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시청자를 코미디언들과 친하고,

익숙한 그런 존재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언제나 새로운 무대에서 일면식도 없는 관객들이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시청자들의 철저한 평가에 조금은 긴장하며

코미디 코너를 만들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