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이 의미하는 것들

이태복2006.12.26
조회1,110

정쟁이 의미하는 것들


  을씨년스러운 세밑에 국민들의 마음은 더 을씨년스럽다.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형편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이런 심사를 헤아려 따뜻한 말로 감싸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날선 공방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정말 국민들의 현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지금 배부르기 때문에 손에 쥔 떡을 누가 어떻게 뺏어먹을까 하는 궁리만 열심히 할 리가 없다.


  속 터지는 것은 국민들뿐이지만, 이 땅의 지도층이 저절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단체의 구성원들이 뽑아준 사람들이니 국민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쟁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대통령과 고건, 여권 내의 신당파와 사수파, 야권 빅3와 기타 정파의 치고받기는 전부 2007년의 대권을 잡고 2008년 총선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이다. 모든 권력투쟁이 그렇듯 이 싸움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해질 때까지 최소한 2007년12월까지 지속되게 되어 있고 피바람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겉으로 내세운 정쟁의 명분이 비난을 했네 안했네, 신장개업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내부혁신이냐,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계승자가 누구냐, 좌파냐 우파냐 하는 것들이지만, 이 말 속에는 모두 권력투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꼼수가 감춰져 있다. 하지만 노대통령이 지역통합의 명분으로 영남권 교두보 확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정치권에 진입한 민주화세력의 일부가 자신들이 확보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가겠다는 것,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이 대권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 두 번에 걸친 대권경쟁에서 패배했지만 경제적 기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이 10년의 실정을 심판하고 반개혁적 경향을 강화해 반드시 대권경쟁에서 성공하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이 권력투쟁이 국정현안에 대한 국론을 정리하고 이 논쟁과정을 거쳐 생산적 합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된다는 데 있다.


  한국의 역사에서 정쟁이 남긴 후유증은 언제나 심각했다. 가까이 군부독재 대 민주의 구도 하에서도 양김 씨 간의 분열은 군부정권의 연장과 지역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대원군과 민왕후 세력의 다툼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자초해 끝내 망국의 치욕으로 남았고,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과 서인의 대립은 국가적 위난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상황을 오판하고 말았다. 강성했던 고구려도 내부권력집단 간의 정쟁으로 취약한 측천무후체제였던 당나라의 공격으로 무너졌다.


  이 같은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대권경쟁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정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시기의 정쟁 과정에서 국민들이 제정신을 차렸다면 망국과 국난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민주주의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일단 여러 정파의 말싸움을 한 단계 끌어올려 국정현안과 과제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저들끼리 치고 박는데 구경꾼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이 개입할 방식이 없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댓글, 전화걸기, 메시지, 기자회견 등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둘째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방관자적 태도를 견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쟁과 분열이 아닌 토론과 단결의 계기가 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사회양극화, 북핵 위기와 주변강대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키워갈려는 정성과 의지가 있어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산다.


  연말의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해의 마무리에 정성을 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