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Insight

김미라200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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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놓은지도, 영어 공부한지도 오래돼서

저 용어가, 저 철자가 맞나 모르겠지만,

저 것이 오늘 2006년 12월 26일 새벽 5시쯤

내게로 찾아왔다. 아니, 둥실 떠올라서 화악 퍼지고 있다.

 

인지적 통찰은, 상담 초기에 핵심감정이 파악되면

보통 끄덕끄덕하며, 그래도 그것 또한 쉽지만은 않게

오게 마련이다.

 

상담가가 해야할 일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즉 감정적,

정서적 통찰을 깨닫도록 함께 연맹해서 조금씩 조금씩

밀고 당기며 무의식에 잠겨있던 감정들과 기억을

깨우는 것이다.

 

상담도 하지 않고있고, 아무 현실적인 일은 없었으나

지금도 어디가 아파서 우는 것마냥, 소리나는 울음이 난다.

컥, 컥 대는 소리가, 꽤나 오래 숨어있던 것이,

머리로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

맞다고, 몸이, 마음이 이렇게 고백하고 인정하는 데에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여러 번의 드라마와, 두 사람의 상담가, 그리고

공부한 가락지로 여기까지 왔다.

가슴팍이 아프고, 숨쉬기 힘든 통곡이 툭툭 터지고,

팔에 힘이 없어 핸들 놓치기가 여러 번이다.

두 손의 온도는 오늘 새벽을 기점으로 차가워져서

아직도 차갑다.

 

날새자마자 모두들 각자 보내고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려고 했으나

기찻간에서 쓰러질 것같아 가지 '못하고' 있다.

병탁씨한테까지도 갔으나, 진료실에서 기절할까봐

약만 겨우 타왔다.

첫 상담가에게 전화하려했으나 아무 말도 못할 것같아서

그냥 참고 있다.

 

우는 소리에 '어어억, 어어거, 어이구, 어이구 '

소리가 절로 난다.

이날껏 팽팽하던 긴장의 줄 하나가 끊어져,

그래서 그냥 잠시 추락한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게 맞다고 믿고 싶다.

 

결혼한 뒤로는 시어버지께서 옷은 내게 맡기신다.

어제도 겨울 셔츠가 필요하시다고 하셔

혼자, 시내에서 옷을 사고, 나온김에

영화나 보자하고 젤 빨리 시작해서 젤 빨리 끝나는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자하고 본 것이 몰래 본 것이'중천'

별 거 아니다. 한국판 '스폰'이라고 해야하나...

 

이틀 전부터 수면제가 없어, 어제는 포도주 반병을 마시고

새벽 4시가 넘어 잠들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의 집이 나오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의 과거로 돌아가,

그 집에 2층을 올리기 전, 옥상이 있던 옛날 집에서

엄마와 함께 한 방에서 잔다.

본래는 엄마와 둘이 지내게 되면서 각방을 썼지만

꿈에선 함께 잔다.

 

지금 생각해도 그 주택은 위험하다.

아버지의 그 성깔의 약발이 온 동네를 휩쓸어준 덕에

돌아가시고 난 뒤 여자 둘이서 사는 거 뻔히 알아도

아무 일 없었으나, 돌이켜보면 위험천만한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수 있었던 조건이었다.

 

옥상에서 많아봐야 중학생 정도되는

남자새끼 세놈이 연을 날리며 웃지도 않고 우리집 마당까지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며 놀고 있다.

불안하다.

그런 낮의 상황을 나만 아는 상황에서

엄마와 잠든 밤에 혼자 잠이 깬다.

꿈 속에서 가위 눌린다. 방문도 열려있고 대문도 열려있다.

옆에 자는 엄마를 깨우거나 내가 일어나서 모두 잠궈야하나

가위눌린 몸이 아무 것도 하질 못한다.

 

귀신도, 헛것도 아니고, 실질적인 현실적인 공포가 엄습한다.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 전혀 지켜낼 수 없는 상황,

전혀 방어할 힘도 없는 상황,,,,,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과, 누군가 쳐들어 올 것이라는 공포감에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꿈 속에선 아버지 상을 치른지 꽤 됐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어딘가 숨어 있다가

한달에 일주일 정도 집에 머무르다가 다시 숨곤 한다.

근데 하필 아버지도 없는 이 밤에

엄마는 아무  방비도 없이, 그냥 잔다. 엄마야말로 허깨비다.

이상하다, 아버지가 올 리가 없쟎아,

분명 미이라처럼 꽁꽁 묶어서 입관하고 땅에 묻었는데

어떻게 여길 온단 말인가,,,

근데 며칠 전 집에 온 아버지는 뭔가,,

꿈에서도 혼란스럽고,,,진작부터 꿈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숨소리가 거칠어져 내 귀에 들릴 지경이다.

죽을 지경이다. 손도 저려오고,,,

흔들흔들 옆에서 꺠워 일어나보니

나는, 남편도 있고, 아이도 둘이나 있다.

저쪽 방엔 수민이가 자고 있고, 남편 등 뒤엔 승민이가 웅크리고 자고 있다.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같아서, 깨웠다고 한다.

 

옆자리에 엄마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 집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꿈에서 깨는 데에, 현실감각을 찾는 데에 한참 걸렸다.

수민이 방에 가서 수민이 옆에도 누웠다가

승민이 옆에도 누웠다가

남편 팔베게도 해봤다가 하면서

점점 의식이 돌아오고,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도

몇 가지 함께 돌아왔다.

 

그리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내 마음 속의 확신.

'집에서 탈출한 이 전의 과거에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전혀 보호받지 못했고,

그 누구도 나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라고 느끼는 순간

깊은 슬픔이 지나갔다.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는

내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하며

남편 몰래 울었다.

 

1999년 첫 상담 때, 상담 2회째

첫 통찰로 다가왔던 이미지는 이랬다.

전쟁 중인 사막. 사막의 밤은 얼마나 춥나..

천으로 된 막사 하나 치고 혼자, 바깥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세상은 온통 전쟁터이며, 나는 늘 무장을 하고

전투준비를 합니다.

나는 정말로 바람소리를 싫어한다.

 

2002년 여름, 최샘께도 그랬다.

'바다같은 밤사막의 모래알보다도 작은 제가

혼자 있는 것같습니다,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선생님이 느끼는 나에 대한 텔레는

어느 황무지에 뿌려놔도 뚫고 나올 '잡초'같은

독초...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오늘 새벽..

중요한 꿈을 꾸면서, 이렇게 한 귀퉁이 깨어나게 되었을까.

추적하고 추적한 결과는

'중천'에서 한번이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영화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

'널 보호하지 못했다. 너를 지키지 못했다.

니가 죽어가는 걸 아무 것도 못해보고 그저 보고만 있었다

다시는 혼자두지 않겠다. 지킬 것이다. 지킬 것이다'

 

영화보는 내도록은 아무 느낌도 없었고

거의 졸다시피,,,야, 허준호, 카리스마가 너무 세서

오히려 유치하다...겨우 이거였는데,

.............

 

환자였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프로이드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남편에 대한 적개심이 줄었고

아이들의 의미가 더 중요해졌다.

 

최샘에게도 '심의'라는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너는 존재하지 않는 '진짜'를 찾아..

너는 절대 '만족'이라는 게 없을 거야

계속 허기지고 불만스러울 거야.

근데 니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너에게 있어 그나마 '진짜'인 걸 이미 얻었는데

그걸 인정하기가 싫어서, 견디다견디다 여기 온 거지..

'아이들'....니가,,너처럼,,,아이들을 지켜낼 수 없을까봐,

보호할 수 없을까봐, 너 하나 돌보는 데에도 힘들어 죽을 것같은데

얘들을 둘씩이나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거냐고,,그래서

차라리 새끼들마저 '진짜'가 아니라고 우기는 거야.

근데 그러는 자체가 넌 이미 '진짜'를 찾았다고,,

그래서 드라마도 안 하는 거야. 드라마가 진짜라고 생각하지?

아니야. 드라마도 심드렁하지? 드라마는,,그냥 안하면 되지만,

아이들은?,,,아이들은 어쩔 거야.

니 몫이야. '진짜'라고...

니가,,,수민이,,,친정엄마한테 키우는 거,,

못 미더워서,,그 좋은 자리,,그냥 관뒀쟎아..아니야?

니 인생 송두리째 던지는 거. 얘 키우겠다고 다 놓고

들어앉은 거..그것도 하나의 죽음이지.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거..너같이 너밖에 모르는 인간이, 아이들을 위해서 죽었쟎아'

'당연한 거 아닌가요? 어느 부모나?'

'너한텐 아니지. 너같은 사람한텐 힘든 일이지'

 

슬픔도 아직, 아니 시작이고

한동안 아플 것이다. 그러나

정말 오랜만에 두 아이에게 아침상을 제대로 차려주고

수민이에게 오늘 찰흙으로 도깨비를 만들자고 약속했다.

 

그래, 여느 부모에게는 일상이나

나에게는 힘든 일이지...

 

도깨비를 만들어, 현관에 둬야지.

 

아이들이 나의 어둠에 많이 가려지지 않고

밝게 자라주어 고맙다.

어제는 승민이가 치덕치덕 치대길래

'에이, 징그럽다'하니, 다섯살짜리가 하는 말이

'안 징그럽다. 엄마가 좋으니까 그러는 거지'하고

혼자 히히히 하고 웃는다..웃는다...

 

친구야.

한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떄가

지금은 정말 단 한순간도 없다.

그 시간 안에

너와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들이 내게는 중요하고

지금 나를 살아있게 만든 시간들인데,

너의 의미가 클텐데,

아직은,

지금은 그렇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아마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

 

새벽,,험한 꿈에서 일어나

그게 꿈인 걸 다행으로 여긴 것처럼

아직 가까이 니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