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낙타를 집어넣는 방법

김영완2006.12.27
조회61
 

냉장고에 낙타를 집어 넣는 방법 하나.



내 꿈은 사막에 있는 야생낙타를 산채로 잡아 거실에 있는 냉장고 아래 부분에 쑤셔 넣는 것이다.

내 꿈은 아주 꼬맹이 였을때부터 (그러니까 적어도 엄마가 아빠보다 무섭다는 걸 깨달았을때 쯤) 시작되었기 때문에 난 어렸을 적 부터 야생낙타라는 녀석을 알아야만 하다는 압박감에 곧잘 빠지곤 했다.

덕분에 나이답지 않게 잦은 ‘동물의 세계’시청으로 난 녀석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야생낙타라는 동물은 본래부터 본성이 아주 험악하고 또 아주 위협적이다. 한 예로 야생낙타는 자신의 분이 풀리지 않으면 사막에 있는 모래를 씹어 먹을 정도로 성격이 포악하다.


둘째, 위가 약하다. 매번 생각 없이 먹은 모래 때문에 잦은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셋째, 건망증이 심하다. 그런 소화불량이 모래 때문인 걸 알면서도 화만 나면 모래를 먹는다.


넷째, 자주 이동을 한다. 야생낙타가 먹은 모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막 면적이 줄어들어 살 곳 또한 줄어 들어서인 듯 하다.


다섯, 1년 365일 발정기다.(이건 나와 비슷하다.)


여섯, 검은 중절모를 쓰고 다녀 다른 낙타와 비교가 확실히 된다.



난 근 2년 동안 가까운 내 나름대로의 연구로 얻은 결과를 갖고 22살 매우 나른했던 여름 어느 공항에서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으로 갈 비행기 표를 끊는다.

그리고 검은 중절모의 야생낙타를 찾기 위한 내 비행은 기내의 미모 스튜어디스 때문에 나중으로 미룰까 했지만(키 차이가 너무 나는 것 같아) 다시 낙타에 집중한다.

중력에 내 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걸 느꼈을때 쯤 창밖으로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의 모래언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띵똥-


“환영합니다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입니다.”

꺽다리 가슴 큰 승무원이 말했다. 잠시 후, 비행기는 멈춰섰고 난 천천히 개찰구를 빠져나와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공항 밖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에 처음 도착한 느낌이란 마치 이글대는 8월의 검정 아스팔트위에 털이 북실북실한 양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가는 그런 느낌이였다.

여튼 무척이나 더웠던 것 밖에 기억이 안난다. 공항 밖에는 하와이풍의 요란스러운 옷을 입은 원주민 무리가 한데 원을 두르고 모여 조그마난 맥주를 먹으며 크게 웃어 재끼고 있었다.

그 외에도 신경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지만 별로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난 눈앞에 주차된 노란 택시를 집어타고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이 시작되는 입구로 향하는 동안 적어도 2만번의 부채질은 했던 것 같다. 낙후 된 도시 환경 때문인지 털-털- 거리는 노란 택시에는 코딱지만한 에어콘이나 선풍이 따위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겨우 도착한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 입구에서 나와 반대로 너무 여유로와 보이는 택시기사에게 반감이 나 돈을 지불하며 “빌어먹을 덥지도 않냐”란 욕을 아닌척 웃으며 인사처럼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아듣기라도 한건지 택시기사는 가운데 손가락을 번쩍 하고 들어 올린 후 털-털- 거리는 택시와 함께 뒤뚱뒤뚱 사라져 버렸다.


“ WELCOME 카탈라루깔랄뚜라망고바루때스 사막”


모래사장에 대충 꽂아져 있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첫 날, 생수병을 안 사고 여행을 시작한 걸 정말 매우(10살 크리스마스때 산타 거시기를 걷어찬 기억 이후) 후회를 했다.

난 너무 생각 없이 진행했던 내 스케줄을 원망하며 야생낙타고 뭐고 살기 위해 사막 여기저기를 휘젖고 다니기 시작했다.

둘째 날, 오후 2시 쯤에는 갈증이 최고조로 올라 사막 중앙에서 ‘꺅!’하고 비명을 질러 버렸다. 그러나 내 신경만 더 자극했던 것일까 얼마 후 더 극심한 갈증이 밀려왔다.

바로 그때... 내가 꺅! 하고 지른 비명이 귓가에서 사라지는 바로 그 순간 멀리서 야생낙타 한 마리가 여유롭게 내 쪽으로 다가 오는게 보였다. 녀석은 정말 검정 중절모를 쓰고 있었고 가끔씩 입 언저리를 툴툴~ 거리며 찐득한 침을 튀겨댔다.

그리고 뜨거운 사막 모래를 경계하는 녀석의 걸음걸이는 마치 끈적한 양념통닭을 손에 안 묻히고 먹으려는 내 동생 녀석의 손동작 같았다.

어찌됐건 난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야생 낙타를 발견한 것 이였다. 물론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 이였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난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처음에 나를 경계 하는 듯 했지만 내가 별다른 위협을 보이지 않자 크킁- 거리며 냄새를 맡고 잠시 후 나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난 녀석의 주위를 아주 자연스럽게 따라 다녔다. 낙타는 가끔씩 날 쳐다 보기도 했지만 주로 선인장이나 모래 따위를 씹어 먹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잠시 후, 녀석이 나에 대한 경계가 완벽하게 풀려 버리는 순간 난  음흉하게 낙타에게 다가가 결국 녀석의 허벅다리에 있는 힘껏 마취주사를 꽂는데 성공했다. 잠시 후, 야생낙타는 “뜌렉!!”하는 이상한 신음 소리를 밷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 길고 낙타를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 한 복판에 야생낙타를 집어 던졌다. 녀석은 꽤나 유연하게 바닥에 눕혀졌다. 마치 유통기한이 많이 지난 낙지 따위를 3층 높이에서 척! 하고 떨어뜨리는 느낌과 비슷했다. 녀석을 뒤로 한 채 꽤 오랬동안 끊었던 담배를 한껏 빨아 당겼다. 아마도 안도감이나 불안감 중간정도에서 항상 취했던 행동이 습관처럼 베여 나왔던 것 같다.

얼마나 지났을까... 재떨이에 네,다섯 개피의 담배가 고꾸라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을때 낙타가 잠에서 깨어났다. 낙타는 갑자기 바뀌어 버린 환경에 당황을 했는지 집안 여기저기를 산만하게 뛰어다니며 끈적한 침을 밷어 댔다. 결국 낙타는 별다른 대책이 서질 않았는지  거실 1인용 소파에 털석~하고 주저 앉았다.

난 너무 일방적으로 데려온 낙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위로차원의 말을 건냈다.

“이봐 야생낙타 미안해. 하지만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

눈이 풀린채 깊숙이 쇼파에 몸을 묻은 낙타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이런.. 잡힐 줄이야.. 대단하군 대단해..”

“미안.. 야생낙타..”

낙타는 꽤나 촉촉한 눈망울을 아주 느리게 껌벅 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때문에 날 이곳으로 데려 온거지?”

“내 꿈 때문이였어”

야생낙타는 검정 중절모를 벗으며 무릎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았다.

“그래 네 꿈이 뭔데?”

“널 냉장고 아래 있는 야채서랍에 집어 넣는 것...”

“냉장고는 뭐고 야채서랍은 또 뭐야?”

낙타는 서서히 마음이 놓였는지 이것저것을 물어 보기 시작했다.

“뭐 별거는 아니야 냉장고는 차고 시원한 곳이지 니가 살던 곳하고는 정 반대되는 곳이야 그곳에는 마실 것도 있고 먹을 것도 있어 그냥 마음만 먹으면 집어 먹으면 되 아주 쉽다고.. 그래 니가 중절모를 썼다 벗었다 하는 행동보다 더 쉽다고”

낙타는 턱을 궤더니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좀 더 생각해 보고”

낙타는 몸을 일으키더니 거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크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결국 내방 의자에 실례를 범하기도 했지만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좋아! 한번 들어가 보지!!!”

낙타는 거실 중앙에서 거꾸로 뒤집어 누운체 천장을 보며 말을 꺼냈다.

“고마워, 야생낙타!”

난 낙타를 데리고 거실 구석에 있는 냉장고를 보여 주었다.

“음...시원한데 정말로 이런게 있을 줄이야...”

야생낙타는 냉장고 문을 콧잔등으로 쓱 밀더니 안에서 나오는 냉기에 집중하며 말을 꺼냈다.

“음..좋아..좋아.. 내가 들어가면 문을 잘 닫아줘 꼬리가 낑기지 않게 말야!”

야생낙타는 순순히 냉장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난 녀석의 꼬리가 낑기지 않는걸 모두 확인하고 천천히 냉장고 문을 닫았다.


얼마후, 열어 본 냉장고에는 야생낙타가 얼어 죽어 있었다.

  





글쓰기 좋아하는 무명 작가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그걸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