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세계를 향해 한턱 크게 쏘다!

최용일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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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용장 밑에는 약졸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진중하여 샌님같이 말을 아끼시던 대통령께서 ‘그동안 참았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다’면서 엄청난 말 폭탄을 장전하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역시 묵묵히 여성과 청소년만을 위해 일해 온 여성가족부가 이번에는 가장을 위해 한 턱 낸 게 세계를 감동시켰나 봅니다. 참여정부 내내 할 일 없이 무위도식하던 여성부도 드디어 큰 거 하나 쏘면서 신고식 합니다.

여성부, 세계를 향해 한턱 크게 쏘다!


문제가 된 것은 여성가족부가 지난 6일부터 온라인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입니다. 여성부는 지난 6일부터 매년 연말이면 급증하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연말 회식 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성인 남성 및 단체’에게 총 3백60만원의 회식비를 지원하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26일부터 이벤트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을 잠재적인 성매수자로 몰고 있다’, ‘정부가 자극적인 이벤트성 정책에 치우친다’며 현재까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만 2백개가 넘는 비난댓글이 달리고 있으며, 각종 포털 게시판에서도 찬반 투표가 벌어져 대부분 반대가 압도적일 정도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네티즌의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한나라당은 26일 ‘정신나간 여성부’라는 부대변인 논평에서 “서민 세금을 과연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것인지 여성가족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매매와 상관없이 열심히 일선에서 일하는 한국의 건전한 남성들이 느낄 자괴감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성부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좌파성향이 유난히 강한 여성부에 대해 늘 우호적이던 민주노동당마저 비난대열에 가세한 사실일 것입니다. 민노당 대변인은 “이런 이벤트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연말 회식약속을 잡은 남성 모두를 잠재적인 성 매매자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불법을 안 저지르겠다는 다짐만으로 포상을 주는 경우는 처음 본다. 여성가족부의 이벤트대로라면 불법 무기류 집중 신고기간에 신고한 이들이나 투기 안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에게 포상금이라도 나눠줄 건가”라고 반문한 뒤, “정부의 정책 시행이 이렇게 가볍고 이벤트적으로 시행되서는 안된다”고 비꼬아 일침을 가했습니다.


26일로 마감된 이벤트 결과 1∼3등 수상자는 다음달 5일 발표할 예정인데, 이벤트 참가팀 중 참여자 가장 많은 순서대로 1등 1팀은 현금 100만원, 2등 2팀은 현금 50만원, 3등 3팀은 현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참가상 10팀에는 10만원씩 모두 36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랍니다. 현재 1,400여팀이 참여했고 1위는 1,100여명이 "성매매 안한다"고 약속한 단체가 차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금에다 홍보비용, 기타 경품비용까지 합쳐 예산 5,800여만원을 이벤트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그럴 만큼 이번 여성부의 조치는 불가결했거나 시급을 요하는 문제였을까요? 반대였습니다. 만약 그렇게 시급으로 요하고 중요한 문제였다면 언제나 우호적일 줄 알았던 민노당마저 그럴 수 있느냐고 역시 마초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강력히 추진했어야 맞겠지요.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자, 여성부는 이날 하루 종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고 합니다. 이벤트 자체를 무효화할 경우 참여자들이 크게 반발할 테고, 약속대로 진행하자니 비난여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 여성부는 상금대신 상품권으로 지급하기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홍보효과는 120% 달성한 듯합니다. 지난 2004년 성매매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을 때처럼 이번에도 세계는 대한민국의 용감한 돈키호테들을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국의 BBC는 지난 26일 '한국 성매매하지 않는 대가로 현금 지급한다'(S Koreans offered cash for no sex)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실었는데, "(여성가족부) 남자 직원들은 홈페이지에 (회식 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약속을 한 직원은 보상금을 받는다"고 쓰고 있답니다.


이 방송은 기사에서 "여성가족부는 남자들이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뒤, 성매매를 하러 가는 문화를 근절하기를 원했다"고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성매매 산업에서 100만명이 넘는 여성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매 관행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가장 인기있는(most popular) 세계 뉴스 6위, 가장 이메일로 많이 보내는(most e-mailed) 기사 5위에 랭크됐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인기있는 기사 6위에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차별과 폭별에 매일 시달린다'는 기사가 차지했다네요.

 

여성부, 세계를 향해 한턱 크게 쏘다!


그리고 CNN,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다 보도하기 시작했더군요. 여성가족부의 야심에 찬, 그리고 기발무쌍한 제안이 국내에서 도마에 오르면서 국제 뉴스로도 손색이 없이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는 것을 보니 여성부가 공보처 역할을 했다고 치면 참으로 히트작을 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옛말이 그른 적을 본 일이 언젠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여성부의 이번 이벤트가 건전한 음주문화를 세워보겠다는 것인지, 한국의 성매매 실상을 세계에 정확히 폭로해서 성매매법의 필요성을 공감시키려 했는지 그 의도는 오리무중입니다만, 적어도 한국의 참여정부는 넘버원부터 넘버 끝까지 돈키호테구나 하는 자아비판적 소임은 충분히 달성한 것만은 돋보입니다. 혹시 1등한 그 단체 상품권 받아 룸싸롱에서 자출행사 열지는 않겠지요? 그럴거면 아예 룸싸롱 상품권으로 주면 되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