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얼굴, 작은 키가 내 강점” 류덕환

노원철200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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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얼굴, 작은 키가 내 강점” 류덕환

[쿠키 연예] “어디서 봤는데…?”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이해준,제작 싸이더스FNH·반짝반짝) 포스터 속 소년은 희한하게도 낯이 익다. 알고 보면 그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소년 인민군 역을 한 배우 류덕환(19)이다. 아홉 살 때부터 8년간 MBC ‘전원일기’에 복길이 동생 순길이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하지만 씨름에 소질을 보이는 거구의 소년’ 동구 역을 위해 28㎏이나 살을 찌웠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살을 찌웠다 빼는 것은 요즘 영화계에서 흔한 일이 됐지만 류덕환의 변신은 눈길을 끈다. 동구를 단지 통통할 뿐 아니라 넉넉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인물로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24일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류덕환은 앳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청년이었다. “촬영 전엔 50㎏이었는데 한끼에 삼겹살 8인분,조금 쉬었다 또 라면,이런 식으로 토할 때까지 먹으면서 두 달만에 78㎏까지 찌웠어요. 지금은 다시 53㎏으로 빠졌는데 원래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 그런지 줄이는 편이 더 쉬운 것 같아요. 군것질의 참맛에 눈을 뜨는 바람에 나머지 3㎏은 영 안빠지더라고요.”(웃음)

체중 늘리기 외에도 씨름과 춤 연습 등을 떠올리며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특히 동구의 성적 정체성 혼란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남학생들은 여성스러운 남자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잖아요. 영화에서 동구 친구들이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일은 실제 남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해요. 저도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당황하며 끊어버린 일이 있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죠.”

영화 속 동구가 남다른 점은 아버지와 친구들의 냉대와 폭력 속에서도 지극히 긍정적이라는 것. 씨름부에 들어가 상당한 운동실력을 쌓은 후에도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주먹질을 하기보다는 귀엽게 물을 튀기며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동구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이 영화는 성적 소수자의 입장을 관객에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에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했어도 자신을 사랑하고 희망을 바라보는 동구의 태도가 뭉클함을 주는 거죠. 저도 동구에게서 많이 배웠어요. 연기를 반대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를 계속 해야한다는 확신을 얻었거든요.”

여성스럽지만 거부감을 주지 않는 그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그는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의 연기를 따라하며 연습했다”고 귀띔한다. “‘모방에서 창조로’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아오이를 따라했다고 누가 짐작하겠어요? 저를 거치면서 전혀 다른 연기가 되니까요. 그래서 평소 선배들의 연기를 혼자 따라하곤 해요.”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인 그는 겨울방학때쯤 차기작 출연을 생각중이다. 주연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이번 영화는 행운이었는걸요. 연기자들 경쟁이 보통 치열해야죠. 저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노력해 나갈 거예요. 동구처럼요.”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잘생기지 않은 얼굴, 크지 않은 키”라며 웃어보였다. 그 여유있는 미소에 앞으로 그가 해나갈 수많은 캐릭터들이 스쳐 지나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사진=강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