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셀프선물 … 지난 1년 열심히 뛴 내게 큰맘 먹고 질러봐 "럭셔리 홍콩"

김도균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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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나리] 1년 동안 고생한 내게 최고의 선물을 하고 싶다면? 요즘 여자들은 홍콩에 간다. 유럽보다 가깝다. 일본보다 저렴하다. 싱가포르보다 화려하다. 게다가 2월 중순까지는 전 세계 쇼핑객이 몰리는 세일 시즌.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섭씨 15도다. 가끔 한번 제대로 '럭셔리'해지고 싶은 이들을 위한 2박3일 홍콩 겨울 여행기.

첫째 날, 스파에서 몸부터 풀고

11:30 아~,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홍콩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에서 예약해 놓은 한 특급호텔 스파로 달려갔다. 스파는 일에 찌들고 탁한 공기에 시달리는 도시여성의 영원한 로망.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향긋한 차와 쿠키, 한방사우나.월풀마사지탕.샤워실 등을 갖춘 최고급 스파룸. 로비에서 만난 이본 리는 "싱가포르에서 홍보 컨설턴트로 일한다"며 "홍콩에 출장 올 때마다 포시즌.인터컨티넨털홍콩.페닌슐라 호텔 등의 스파를 즐긴다"고 했다. 가격은 서비스 종류에 따라 500~4500홍콩달러(1홍콩달러는 원화로 약 120원).

14:30 다음은 '럭셔리 홍콩'의 필수 코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오후 2~7시 사이, 만다린오리엔탈.인터컨티넨털홍콩.페닌슐라호텔 등지에 가면 2단 혹은 3단 은식기에 작품처럼 코디네이션된 쿠키.샌드위치.초콜릿.케이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값은 200~300홍콩달러. '케이크 한 조각에 300칼로리' 어쩌고 하는 다이어트 상식은 다 던져버리고 한껏 달콤함에 젖었다.

20:00 홍콩 하면 야경, 야경 하면 스타 페리다. 그중에서도 대세는 선상 바 '아쿠아 루나(Aqua Luna)'. 홍콩섬 스타페리 선착장 옆 피어 5(Pier 5)에서 빨간 돛이 낭만적인 페리에 올랐다. 오후 8시는 레이저 쇼가 시작되는 시간. 2층 데크의 푹신한 쿠션에 파묻히듯 누워 샴페인과 야경, 화려한 쇼를 즐겼다. 아쿠아 루나의 마케팅 디렉터인 캐서린 렁은 "음료 한 잔을 포함한 티켓 값이 낮에는 150홍콩달러, 저녁에는 180홍콩달러"라며 "예약은 호텔 컨시어지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aqua.com.hk).

21:30 늦은 저녁 식사는 요즘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 중 하나로 소문난 퓨전 중식당 '보 이노베이션'에서 했다. 이곳을 추천해준 싱가포르 경제잡지 '디 에지'의 세실리아 추 기자는 "사장이자 조리장인 알빈 렁이 눈앞에서 직접 조리해 서빙하는 '치프 테이블 디너'(880홍콩달러)가 최고"라고 말했다(boinnovation.com).

둘째 날, 최고의 야경을 찾아서

09:00 도심에서만 빙빙 돌 수는 없다. 떠오르는 관광지 란타우섬으로 출발. 차로 30분 달려 도착한 곳이 옹핑고원이다. 최근 여기에 고원을 가로지르는 5.7㎞ 구간의 케이블카 '옹핑 360(NgongPing 360)'이 문을 열었다. 23분 동안 발 아래로 란타우 공원, 남중국해, 옹핑 고원이 차례로 지나갔다(np360.com.hk).

11:30 케이블카보다 더 좋았던 건 바닷가 마을 타이 오(Tai O). 선착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시장을 가로질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것을 죄다 말려 파는 건어물 상점들이 특히 인상적. 수프 맛 내는 데 그만이란 말에 혹해 꼬치에 꿰어 말린 굴을 100홍콩달러어치 샀다.

15:00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 여행가이드인 레베카 유의 조언대로 삼슈이포 아플리우 거리에 있는 뱀탕집 '쉬아 웡 힙'(852-2386-9064)에 들렀다. 뱀탕 한 그릇에 22홍콩달러. 여주인 차우 카 링은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큰 장에서 킹코브라 한 마리를 꺼내 목에 걸어 보였다. 오싹할 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19:00 홍콩 호텔 중 야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인터컨티넨털홍콩 라운지로 갔다. 주룽반도의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칵테일 시리즈 '나인 드래건' 중 '레드 드래건'을 마셨다. 화려하고 장대한 도시의 밤. 절로 한숨 폭 나오는 풍경을 뒤로하고, 세계적 일식당 체인 '노부(NOBU)'의 홍콩 매장에 들어섰다. 올 7월 인터컨티넨털홍콩 안에 문 을 연 노부는 뉴욕 본점의 경우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 순위에서 늘 50위권 안에 들곤 하는 식당. 일식이라지만 퓨전화, 코스요리화한 요리를 고급 사케와 함께 느긋하게 즐겼다(noburestaurants.com).

셋째 날, '본토'보다 더 맛있는 프랑스 식당

13:00 드디어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도심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사이 쿵 지역의 프렌치 레스토랑 '원-서티원(One-thirtyone)'으로 갔다. 홍콩.싱가포르 고위 관료들의 단골 식당이자 영화배우 재키 찬이 여배우들을 대동하고 만찬을 즐긴다는 곳이다. 유럽풍의 단아한 건물, 강 쪽으로 시원하게 열린 정원, 허브 밭과 보트 선착장. 그곳에서 수제햄과 멜론을 곁들인 스페인식 '이베리코 벨라타'로 식사를 시작했다. 홍콩에서 들른 레스토랑 중 단연 최고. 동행한 호주 여행작가 크리스티나 페리퍼는 "프랑스 최고급 레스토랑보다 여기 콩소메(맑은 수프)가 더 맛있다"고 했다. 비교적 싼 점심 메뉴도 있지만, 1인당 1000~1500홍콩달러를 호가하는 값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 조리장인 게리 척은 그러나 "청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위해 한 두 달 전부터 예약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one-thirtyone.com).

홍콩=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