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세크리터리

이영주2006.12.30
조회61
[Movie] 세크리터리


 

요즘같이 모기가 부쩍 극성을 부리는 밤.

잠도 못자고 짜증나는 요즘,

케이블TV가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참 우연히 본 영화.

 

제목이 웬지 자극적(?)이라 인터넷으로 찾아본

이영화의 정보는 의외로 간단히 정의 됐다.

 

'S'인 상사와 'M'인 비서.

하하...; 땡긴다. 땡겨. ㅡ_ㅡ;

 

 

바싹 마른 몸매에 어깨는 구부정하니

어리버리해보이는 여자 리 할러웨이.

생긴건 멀쩡하고 멀끔한 변호사 애드워드 그레이.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보이고 머뭇거리는 것은 물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과장된 굽신거림.

게다가 자학을 즐기는 피학적인 태도까지.

M의 기질을 정확히 갖춘 리 할러웨이.

 

- 인형의 발을 뾰족하게 갈고, 바늘이며 뾰족한 침,조각칼들이

가득담긴 할러웨이의 보물상자. 버리지 못하고 다시 주워오는

그녀의 버리지 못하는 욕망은 그렇게 책상서랍 맨 아랫쪽에

감춰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Secretary'광고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아- 먼가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ㅋㅋ

(각종 음란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현대판 주종관계지 않은가?)

 

면접을 보러간 그레이의 사무실은 뭔가 한판 일어난 것 같은

희한한(?) 분위기. 게다가 질질짜면서 짐을 들고 나가는

옛비서로 추측되는 여자의 살벌한 눈빛.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어쨋든...

이 상황에서 어쩜 이 둘은 서로의 절묘한 Match를 느꼈던 듯하다.

 

잔뜩 움츠린 듯한 그녀의 머뭇거림에서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짐승의(?)느낌이 깨어났을지도?

결국 둘은 가까운 공간 안에서 숨쉬는 주종관계가 되었다.

 

이 둘의 숨겨진 주종관계가 폭발하게 된 것은 머지 않아.

 

할러웨이가 남자친구와 얄궃은 농담을 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후,

그레이는 마치 빨간펜 선생님처럼 타이핑한 문서에

빨간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려넣으며 할러웨이를 다그치고

그녀의 눈물섞인 "I'm sorry"를 듣기 위해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게 된 것.

 

눈물을 질질 짜면서도 그레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라주는 할러웨이의 뿌리깊은 '노예근성'이

그레이가 애써 숨기고자 했던 'S'를 들어내게 만들었다.

결국, 인신공격과 윽박지르는 벌말고도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후둘겨패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결국 할러웨이와 그레이는 서로가 천상의 하모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Movie] 세크리터리

할러웨이의 기어다니기;

 

 

 

그 뒤부터 이어지는 할러웨이와 그레이의 천태만상은

완전 코미디.

 

은근히 일부러 글자를 틀리고.

문서를 물고 기어다니고.

"콩4개 감자으깬거 한스푼"만 먹으라는 그레이의 전화에

온몸으로 느끼면서 저녁을 먹는 할러웨이.

1년치는 될 것같은 빨간펜을 연필꽂이 가득 꽂아두고.

그레이가 부르면 요염하게 엉덩이를 뒤로빼며 책상에 엎드리고.

 

그런데 참 재밌는 건.

이 둘의 SM콤비는 단지 이런 플레이에서만 들어난다는 것.

 

그레이가 할러웨이를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입장이 싹 바뀐 것이다.

 

그 즐기던 빨간펜도 버려버리고

아무리 틀린 글자를 넣어도 거들떠 보질 않는 그레이에게

덥썩덥썩 유혹의 손길을 뻗어오는 것은 오히려 할러웨이.

M의 기질이라던가, 그동안의 행실을 보아하면

그녀는 단지 그레이의 손길을 기다리며 훌쩍여야 정상이거늘,

발정난 암코양이처럼 온몸을 비벼대며

유혹의 향기를 날려대는 것은 오히려 할러웨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 머.. 앞부분 이었긴 하지만 - 그레이의 전처라고

추정되는, 한눈에 봐도 대가 무지하게 쎄보이는 여전사 타입의

부인이 왔을때, S의 전사 그레이는 벽장에 숨어서

할러웨이에게 "영구 없~다'를 외치게하기까지.

S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돌아서려는 그레이를 잡은 것도

사랑을 쟁취하기위해 방송에 보도가 될 정도로

약속을 지키며 기다린 것도 M의 비서, 할러웨이.

반면, 후둘겨패며, 괴롭히기 좋아하던 그레이는

오히려 그녀를 원래 피앙세에게 돌려주려는

발칙한 소심플레이를 보인다.

 

머.. 이 둘은 이만큼 찰떡궁합이라는 소릴까?

 

겉이고 속이고..

둘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듬을 수 있을만큼의

절묘한 조합의 SM콤비라는 것을 증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먼가 이상한 느낌을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 두주인공들은 애써 평범해보이는 삶을 살고자

애쓰고 있었던 괴로웠던 사람들.

 

감춰둔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낼 사람을 만났음에도

애써 고개를 돌리며 범인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레이의 모습에서 서글픈 어른의 동화를 볼 수 있었다.

 

결국, 우리의 욕망은 한낫 성(性)스런 동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