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도시 파리, 아니면 꽃의 도시 피렌체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그러나 영원한 도시로 형용되는 곳은 온 세계에서 로마밖에 없다. '영원한 도시'라고 하면 그 뒤에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아도 유럽인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로마를 의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면 왜 로마만이 이렇게 수식되는 것일까. 나에게는 로마가 불멸의 고급 콜걸처럼 여겨진다. 스스로는 무엇하나 노력해서 생산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돈주고 뒷바라지해주는 남자가 부족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창부. 지금 와서는 나이가 좀 들었지만 아직도 장래를 생각해서 저축을 한다든지 생활설계를 한다는 것과 무관한 여자. 오다가다 객사한다 한들 그게 무슨 한이 되느냐고 여기는 타고난 낙천가. 로마는 그런 자유로운 여자만이 가지는 매력으로 언제나 남자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도시다. 첫 애인은 로마 제국이었다. 이 사상 최대의 대제국 수도가 일곱 언덕과 그 사이를 파고 굽이굽이 흐르는 테베레 강을 낀 로마였다. 북으로는 영국에서 남으로는 북아프리카, 서로는 에스파냐에서 동으로는 중근동에 이르는 제국의 부가 수도 로마로 흘러 들어왔다. 그 다음 애인은 로마 가톨릭 성당이다. 이번에는 로마 제국을 붕괴시킨 기독교도들의 헌금이 교황청을 둔 로마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로마는 첫 애인이 죽은 후 곧 다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이다. 이번 애인은 상당히 오래 살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사치를 부리게 해주었다. 첫 애인 시대 때는 대리석 기둥과 동상으로 멋을 부렸으나, 다음 애인은 그녀를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그림과 건축으로 꾸며주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백년 전인 1870년, 베네치아나 피렌체 등의 소국으로 나뉘었던 이탈리아가 통일되었다. 소국 분립시대에 교황청 영토를 쥐고 있던 가톨릭 본산은 이것으로 로마를 중심으로 한 영토를 다 잃어버리고 바티칸 공국 내에 칩거하게 되었다. 애인 챙길 사치는 이미 해서는 안 될 시대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른 남자가 나타나 주었다. 통일 후의 이탈리아가 수도를 로마로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대 로마제국, 로마 가톨릭 교회라는 두 애인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지만, 그래도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사는데 불편은 없다. 게다가 얼마쯤 지나자 관광객이라는 단체 애인까지 붙었다. 이 또한 그녀에게 사치를 시켜줄 능력이 없는 서민게층이었으나 전 애인이 사준 드레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단체객은 만족하여 주머니 돈이나마 뿌려주었다. 이런 식으로 로마는 어언 2천 년 동안이나 노쇠한 몸을 이끌고 객사는커녕 잘만 살아왔던 것이다. 언제나 남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사치의 극치를 맛본 여자처럼, 그녀는 뒤에 따라오는 파리나 런던이라는 이름의 애송이에게 인기가 모여도 별로 슬퍼 보이지 않는다. 남자들의 관심을 사려고 문화의 중심은 여깁네 하고 선전하기에 긍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매력이 빠진 것이 괴테나 스탕달처럼 남자들 중의 남자라 해도 좋을 남자들이 열심히 선전해준 덕에 단체객 획득에 여태껏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로마는 현대의 이른바 지식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있다. 파리나 런던처럼 창가를 한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시대의 첨단을 걷는 사상을 안다는 서점이나, 전위극을 상연하는 극장들이 지붕을 맞대는 그런 지적인 활기가 없다고 그들은 로마를 시골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인 도시인에게 로마는 마땅치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뭐, 사람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니 할 수 없지. 거듭 말하지만 로마는 인텔리가 흡족해하는 도시는 아니다. 이 도시의 매력을 알기에는 시골내기가 가진 소박한 정열과 호기심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두 시골내기를 소개해보자. 괴테와 펠리니라는 두 유명한 시골내기를. ........ 거듭 말하지만 로마는 보통 인텔리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스스로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한 후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고있는 이의 정열에는 답해주지만, 시대의 첨단을 간다느니, 전위 따위나 부르짖는 사람에게 로마는 시큰둥하니 돌아서서 모 른 척하며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전위란 무엇일까. 펠리니는 현대예술의 첨단을 가고 있었고, 괴테도 전위였다. 둘 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즉 진짜 전위란 옛 사람들과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시골내기의 심성을 가짐으로써 창조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아니까 시대의 전위란 이런 겁니다 하고 마치 광고전단을 눈앞에 펼쳐보이는 것 같은 짓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소박한 마음으로 과거로 뛰어들어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을 빼내 온다. 그것을 가지고 현대로 다시 나왔을 때, 참된 창작이 시작되어 진짜 전위가 개시된다. ...... 로마! ROMA를 반대로 읽으면 AMOR가 된다. AMOR는 라틴어로 '사랑'이라는 뜻이다. - 시오나 나나미, 中 : 영원한 도시 로마 中 발췌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 1
꽃의 도시 파리, 아니면 꽃의 도시 피렌체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그러나 영원한 도시로 형용되는 곳은 온 세계에서 로마밖에 없다.
'영원한 도시'라고 하면 그 뒤에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아도
유럽인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로마를 의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면 왜 로마만이 이렇게 수식되는 것일까.
나에게는 로마가 불멸의 고급 콜걸처럼 여겨진다.
스스로는 무엇하나 노력해서 생산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돈주고 뒷바라지해주는 남자가 부족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창부.
지금 와서는 나이가 좀 들었지만 아직도 장래를 생각해서
저축을 한다든지 생활설계를 한다는 것과 무관한 여자.
오다가다 객사한다 한들 그게 무슨 한이 되느냐고 여기는
타고난 낙천가. 로마는 그런 자유로운 여자만이 가지는 매력으로
언제나 남자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도시다.
첫 애인은 로마 제국이었다. 이 사상 최대의 대제국 수도가
일곱 언덕과 그 사이를 파고 굽이굽이 흐르는 테베레 강을 낀
로마였다. 북으로는 영국에서 남으로는 북아프리카,
서로는 에스파냐에서 동으로는 중근동에 이르는 제국의 부가
수도 로마로 흘러 들어왔다.
그 다음 애인은 로마 가톨릭 성당이다.
이번에는 로마 제국을 붕괴시킨 기독교도들의 헌금이
교황청을 둔 로마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로마는 첫 애인이 죽은 후 곧 다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이다.
이번 애인은 상당히 오래 살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사치를 부리게 해주었다. 첫 애인 시대 때는 대리석 기둥과
동상으로 멋을 부렸으나, 다음 애인은 그녀를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그림과 건축으로 꾸며주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백년 전인 1870년, 베네치아나 피렌체 등의
소국으로 나뉘었던 이탈리아가 통일되었다.
소국 분립시대에 교황청 영토를 쥐고 있던 가톨릭 본산은
이것으로 로마를 중심으로 한 영토를 다 잃어버리고
바티칸 공국 내에 칩거하게 되었다.
애인 챙길 사치는 이미 해서는 안 될 시대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른 남자가 나타나 주었다.
통일 후의 이탈리아가 수도를 로마로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대 로마제국, 로마 가톨릭 교회라는 두 애인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지만,
그래도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사는데 불편은 없다.
게다가 얼마쯤 지나자 관광객이라는 단체 애인까지 붙었다.
이 또한 그녀에게 사치를 시켜줄 능력이 없는 서민게층이었으나
전 애인이 사준 드레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단체객은 만족하여 주머니 돈이나마 뿌려주었다.
이런 식으로 로마는 어언 2천 년 동안이나 노쇠한 몸을 이끌고
객사는커녕 잘만 살아왔던 것이다.
언제나 남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사치의 극치를 맛본 여자처럼,
그녀는 뒤에 따라오는 파리나 런던이라는 이름의 애송이에게
인기가 모여도 별로 슬퍼 보이지 않는다.
남자들의 관심을 사려고 문화의 중심은 여깁네 하고
선전하기에 긍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매력이 빠진 것이 괴테나 스탕달처럼
남자들 중의 남자라 해도 좋을 남자들이 열심히 선전해준 덕에
단체객 획득에 여태껏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로마는 현대의 이른바 지식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있다. 파리나 런던처럼 창가를 한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시대의 첨단을 걷는 사상을 안다는 서점이나,
전위극을 상연하는 극장들이 지붕을 맞대는
그런 지적인 활기가 없다고 그들은 로마를 시골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인 도시인에게 로마는 마땅치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뭐, 사람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니 할 수 없지.
거듭 말하지만 로마는 인텔리가 흡족해하는 도시는 아니다.
이 도시의 매력을 알기에는 시골내기가 가진 소박한 정열과
호기심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두 시골내기를 소개해보자.
괴테와 펠리니라는 두 유명한 시골내기를.
........
거듭 말하지만 로마는 보통 인텔리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스스로의 본질을 충분히 고려한 후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고있는 이의 정열에는 답해주지만, 시대의 첨단을 간다느니,
전위 따위나 부르짖는 사람에게 로마는 시큰둥하니 돌아서서 모
른 척하며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짜 전위란 무엇일까.
펠리니는 현대예술의 첨단을 가고 있었고, 괴테도 전위였다.
둘 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즉 진짜 전위란 옛 사람들과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시골내기의 심성을 가짐으로써 창조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아니까
시대의 전위란 이런 겁니다 하고 마치 광고전단을
눈앞에 펼쳐보이는 것 같은 짓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소박한 마음으로 과거로 뛰어들어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을 빼내 온다.
그것을 가지고 현대로 다시 나왔을 때,
참된 창작이 시작되어 진짜 전위가 개시된다.
......
로마! ROMA를 반대로 읽으면 AMOR가 된다.
AMOR는 라틴어로 '사랑'이라는 뜻이다.
- 시오나 나나미, 中
: 영원한 도시 로마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