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김가은200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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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불문학에서 쓰인 말로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지만

작중의 현금은 오히려 그 반대로

주변의 모든 것이 부드러워 보이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내게 그런 시간과 같은

영빈이 현금을 찾아가서 느끼는 것과 같은

불안과 압박에서 헤어날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과 시간은

어느 곳이며, 어느 시간일까

 

*Y건업 송회장 일가

한 젊은 남자의 우울한 요절에도

돈과 체면을 중시하며 가족애를 무시하는 사람들

중산층 집안의 영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영묘의 말처럼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 다를 뿐이니까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대외적인 행사가 되어버리는 건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것 아닐까

 

*이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가장 확실한 나의 것이기도 하고

내가 일생을 받들어 모신 나의 주인, 나의 몸

영빈과 영묘의 가치관은

시한부의 삶을 살더라도

자신의 병에 대해선 본인이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병과 싸울 수 있는 의지도 생기고

본인이 모르게 한다는 건

본인 몰래 무언가 작당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어찌됐건

죽을 날을 기다리건 더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건

환자 본인이 알아야 한다는 데 동감이다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너무 한꺼번에 사랑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3일 사랑할 걸 나눠서 사랑하고 있다가

하루만에 죽어버린다면 억울하니까

뭐 그럴 수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