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정재승2007.01.06
조회38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최근에 15권을 끝으로 10여년에 걸쳐 집필한  시리즈를 완결한 시오노 나나미. 일본 상류사회 출신으로 가쿠슈인(사족 하나..'학습원'이라 적고 각슈잉, 가쿠슈잉 등으로 읽는데, 본래 일본 왕실이나 상류층을 위해 만든 학교다. 물론 지금은 일반인? 학생이 대다수. 입학점수 자체로는 도쿄, 쿄토대 같은 국립대나 와세다, 게이오 같은 사립대 보다 낮지만 졸업생들 면면 탓인지 상류층 일류 대학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리고 물론 시오노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그런 이미지가 훨씬 강했을 것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로 이주해 고대로마사를 취재하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여기까지가 시오노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고 에가오가 그녀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전부이기도 하다. 를 초기에 몇권 읽었을 뿐이고, 점차 확장되는 이야기와 (외우기 힘든 긴 이름의) 등장인물들에 질릴 즈음 시오노의 책을 손에서 놓았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읽었던 부분마저 까맣게 지웠졌지만 읽는 동안 그녀의 강한 어투에 매료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곳곳에 뭍어있는 제국주의적 사관이나, 강한 것(사람이든 정권이든)에 대한 무한정한 애정표현 등이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것때문에 읽기를 그만두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거기에 상대방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세까지 갖추었다면 말 그대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되어주시겠다~. 잘 모르면 강한 어조로 말하기 힘들다. 물론 어설픈 지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많지만 그건 논외로 하기로 하자. 일이든 관심 분야이든 특정 영역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나오는데,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그들은 대부분 조금 대하기 피곤한 게 사실이다. 사회에서 본인만의 개성을 지킨다는 것은 예상 보다 훨씬 고된 시련의 연속이다. 그러니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려면 평균 보다 훨씬 깊은 지식과 제대로 된(본인의 판단기준에서..) 안목, 의사 관철력이 요구된다. 그런 상황에 오래 길들여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일정 부분 자신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괴팍하거나 고루하게 사설조로 말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경쟁적으로 바라보며 "쎄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즉 몹시 피곤하고 막힌 "원칼라 캐릭터"다. 그렇지만 그런 단계를 무사히 넘어서면 세상에 유일무이한 본인만의 아름다운 색채를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통과 이해, 협의와 관용과 같은 미덕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색채 만큼 타인이 가진 색채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레인보우 캐릭터"가 탄생한다.      

 

대부분은 일곱 빛깔 무지개는 커녕, "원칼라"도 되기 전에 생을 마감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지향점은 "레인보우 캐릭터"가 되는 것이지만, 일단 현재는 "원칼라 캐릭터"가 되기 위해 분주하다. 그래서인지 "무색, 무향의 캐릭터" 보다 "원칼라 캐릭터"를 높이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사설이 너무 심하게 지나치게 길었으나...

적어도 에가오의 판단에 따르면 시오노 나나미는 "원칼라"는 갖춘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를 통해, 그녀의 생을 고대로마사로 이끌고 마침내 인생 전반을 바꾼 것이 한편의 영화였다고 고백하는 부분은 조금 뭉클하기까지 하다.  

 

는 영화 평론서가 아니다.

로마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녀의 나머지 작품들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한사람으로서 를 읽고 내린 결론은 시오노 나나미는 영화에 한해서는 지극히 편협한 취향의 소유자란 것이다. 거기에 책을 발간한 시점이 이미 10년이 흘렀고, 그나마도 그녀가 젊은 시절 보았던 흑백 필름들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 추천서로 생각하고 읽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단지 어지간해서는 잘 모르는 고전영화들에 대한 세세한 추억담을 전해 듣는 기쁨과 강한 개성의 저자가 풀어내는 색다른 시각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라면 즐겁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 덧붙여서...

원제인 가

"사람들의 형태, 태도, 모습"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면

"원칼라" 작가가 들려주는 영화들이 새삼 재밌게 다가올 것이다.

 

 

 

****목차****

 

어른의 순애보
달이 빛나는 밤에
스타, 허상과 실상을 오가는 존재
전시의 리더
삶을 위한 계획
인간 혐오
남녀간의 우정
불륜의 두 가지 종말
학교 교육
지골로의 삶
고대의 전쟁과 현대의 전쟁
학식과 덕행을 갖춘 남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정의에 대하여
한눈에 반한 사랑
차별에 대하여
반성이라는 행위
악녀
수면제
자유로운 여자
언어에 대하여
꿈은 이루어진다
에피큐리언
놀이하는 마음
무도회의 수첩
파워와 품격
관능
상냥한 관계
죄와 벌
이탈리아 남자의 꿈
'라이징 선', 그후
주거에 대하여
지중해
여자의 삶
거짓과 진실
작가가 그리는 작가상
실업
경청하는 자세
8월의 고래
영상의 한계
아무도 몰라준다
생과 사, 그리고 생
단순명쾌한 히어로들
여가 선용
모자의 대화
천재, 신이 사랑한 사람
위대한 평범

시오노 나나미가 뽑은 내 인생의 영화
영화의 청춘시절을 떠올리며 | 가와모토 사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