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 대결

김승룡200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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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사장실에서

책상을 마구 치며

노조를 포기하라고

개새끼들, 불순분자라고

길길이 날뛰는 저들의 머리 속은

기업주와 노동자는 사슴과 돼지처럼

결코 동등할 수 없다는

계급사상으로 굳건히 무장되어 있는지 모른다

묵묵히 일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고

주는 대로 받고 성은에 감복하는 복종과 충직만이

산업평화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는

훌륭한 노동자의 도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이란

동등하게 존중하며 일치할 때 안정이 있고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서로를 받쳐 줄 때

큰 힘이 나온다는 걸

우리는 체험으로 안다

돈과 무력과 권력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으로 믿는

봉건적이고 독재적인 저들과

온 세상 관계가 평등한 사랑으로 일치되어야 한다고 믿는

민주적으로 단결된 우리와의

이 팽팽한 대결

계급사상이 골수에 박힌 저들은

가진 자와 노동자는 사슴과 돼지처럼

별종으로 구분되기를 원할지 모르지만

그대들이 짓밟고 깨뜨릴수록

우린 더욱더 힘차게

인간으로

평등으로

민주주의로

통일로

솟구치는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숙명적인 대결을

어찌한단 말이냐

 

 

박노해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