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한국 영화를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을 째고 몰래 보러갔던 영화- "쉬리" 이후로, (그날 돌아오던 길에, 손톱길이의 물고기가 들어있는 손바닥 만한 어항도 샀다. 비록 얼려죽이긴 했지만... 키씽구라미가 암튼 그때 대히트였더랬지) 한국 영화의 발전 속도는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 때는 "약속", "편지" 등의 최루성 연애물만 성공하나 싶더니 이내 "두사부일체"라던가, "조폭마누라", "가문의 위기", "달마야놀자", "신라의 달밤" 등의 (조폭물이 주류를 이루긴 했으나) 코메디로 관객을 사로잡는 경지에 도달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나, "폰", "알포인트", "장화홍련" 등의 꽤 훌륭한 공포영화도 나오고 있으며 "집으로", "바람난 가족", "공공의 적" 등 경찰물, 가족물, 사회물(?) 등 정확한 영화 용어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훌륭한 영화들도 많고 이제는 숫제 "괴물" 같은 나름 스펙타클 액션물도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높아져 가는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한 해에도 수십편 수백편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영화들 속에서 정말 맛깔스럽고 내 입맛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더더군다나 최근, 보는 영화마다 우울한 영화였던 탓에 영화 주인공들 감정에 매우 몰입을 잘 하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고나면 어딘지 착잡했다고나 할지. 작년 후반기 나의 영화성적표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참담했다.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보고나면 즐거워지는 영화를 우선시하는 나로서는 배우 조인성을 돌아보게 만든 "비열한 거리" 부터 시작하여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알 수 없던 영화 "괴물", 반전이 극적이다못해 어이없던 영화 "프레스티지", 콜린 파렐의 SWAT에서와 같은 호연을 기대하며 봤다가 무참히 실망했던 영화 "마이애미 바이스", 김혜수 씨 덕분에 즐거웠으나 끝이 조금 착잡했던 영화 "타짜", 강동원과 이나영의 예상외의 호연에 울며불며 봤던 영화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까지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3시간은 멜랑꼴리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특수를 누렸던 것이다. (사진을 붙여놓고 보니... 잘난 놈들은 뭘해도 멋지다는 생각만 든다... OTL)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올드미스다이어리"를 보게 된 것은 김아중의 몫이 크다. 억지로 친구에게 끌려가 보게 되었으나 "미녀는 괴로워"가 예상외로 너무나 괜찮았던 탓에 코믹 연애물은 조금 멀리하던 내가 "올미다"도 기어코 보고 말았던 것이다. 순전히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그동안 영화 보고 나올때마다 들었던 우울한 기분이 싹 날아가면서 너무나 즐겁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던 덕택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나 생각했으니까. 극장에서는 스케일 큰 액션 영화나, 판타지물이나, 공포영화등 소리와 장면의 효과가 필요한 영화만 봐야한다고 믿었던 탓에 절대 절대 절대 깊이없이 한없이 가볍기만한 그저그런 연애물은 극장에서 보지 않겠다고 같잖은 주관을 고수하던 내가 말이다. 올미다 마니아들에겐 죄송하지만 처음 올드미스다이어리가 영화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한낱" 시트콤의 인기를 타고 그 줄거리를 따서 만든 영화를 돈 주고 보러가기란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제목부터가 맘에 안들지 않은가. "올드미스" 다이어리... 라니. 올드 미스터는 없는데, 왜 올드미스는 노래까지 나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시트콤까지 나오더니 급기야 영화까지 만들어 외쳐대는 것이란 말인가. 대체, 올드미스가 무엇이길래. 포스터도 참으로- 경박하기 짝이없다. 사실, 포스터의 문구를 보고 나는 잠시 혀를 찼다. "올해는 이남자 꼭 잡는다!!" 여자는, 인생에서 올드"미스"이면 죽어도 안된다는 것처럼- 남자가 없는 인생은 마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인생이라는 것처럼 영화는 극명하게 주장한다. "이년아, 꽉 잡아!" 하고. 영화를 비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괜찮은 영화다. 주변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을 만큼 즐겁고 사랑스럽다. 정확히는 스토리나, 최미자보다는 지현우가 사랑스럽지만. ^-^; (지현우가 이렇게 미소짓는 순간, 극장안에는 한순간, "어떡해~" 하는 여자들의 한숨이 울려퍼졌다.) 아무튼, 영화를 보기전까지 나는 괜시리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김정은을 좋아했던 탓에, "내 남자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았다가 결혼이 인생의 종착역이고 멋진 남자친구만이 자신 인생의 유일한 소득인양 구는 영화속의 주인공에게 내심 실망한 탓도 컸을 것이다. ("스물아홉 노처녀(김정은) 인생의 유일한 희망인 남자친구(김상경)에게 톱스타인 여배우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애인을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라는 짧막한 설명을 보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각설하고, 영화속의 프리뷰를 잠깐 하자면 (스포일러는 절대~ 아니다. 예고편 이상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시트콤에서 최미자가 나름 자기 프로도 있던 제법 잘나가던(?) 성우였던 것에 반해 영화속의 최미자는 영화의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인지 더욱 가진 것 없이 비참하게 변했다. 사실, 길에서 만나면 한번쯤 돌아볼 만한 미인인 예지원이건만 그녀는 미모는 물론 직장, 돈, 번듯한 남친 등등 인생을 살며 서른 쯤이 되면 가져야 할 여러가지 중에서 어느하나 가진 건 쥐뿔도 없고 심지어 자존심도 없는 여자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 너무 자서 허리가 다 아프다는 최미자의 말은 일도 없고, 애인도 없이 백수로 지내는 32살 여자의 가슴 아픈 일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미자의 일생에 드디어 뭔가 조금씩 멋진(?) 일이 시작된다. 단역이지만 라디오 고정 출연이 이루어지고, 싸가지 없지만 어딘지 멋지고 귀여운 남자 지PD와의 알콩달콩한 인연의 시작이 그것이다. 지PD의 소소한 보복(영화를 보시라)을 우연히 엿보게 된 미자는 급속도로 지현우와 가까워지고, 미자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면에 지현우도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몹시도 공식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여자는 푼수에, 사고뭉치고, 우유부단하지만 남자의 눈에만 보이는 어떤 매력이 있다. 남자는 잘생기고, 학벌좋고, 키크고, 능력있지만 조금 싸가지가 없고, 그럼에도 자기 여자한테는 참으로 잘한다. 만약 영화가 이건 뿐이었다면, 사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그저그런 연애물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재밌었던 것은, 최미자의 가족들의 삶에 관한 얘기였다. 할머니 삼인방의 둘째 언니 연애시키기 작전이 최미자의 연애와 병행되어 나오는데, 사실은 이것이 참으로 연애의 진수라 할 만하다. 예고편에 나왔으니 첫째 할머니의 대사를 잠시 인용하자면, 연애는 "쇼"고, 남자는 "후리는" 것이 아니던가. 할머니들이 연애를 위해 쇼를 하고, 남자를 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미자와 현우의 연애 이야기 곳곳에서 그 빛을 발한다. ("빤추" 사건이나, "문서" 사건이나, 할머니들이 보여주는 황당함은 이내 사랑스러움으로 바뀐다) 은행에서 일어나는 삼촌의 에피소드에서는 사회가 얼마나 손쉽게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지를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그저그런 연애 이야기가 될 뻔도 했던 이 영화는 사실 알고보면 곳곳에 잘 버무린 양념이 숨어있는 비빔밥과도 같다. 아니- 주인공 최미자의 고백보다 오히려 할머니의 고백이 더 아름답고 가슴 찡했던- 사실은 밥보다 양념이 더 맛있는 비빔밥이다. 눈부신 조연들의 개성, 잘 짜여진 스토리, 딱 맞는 이미지의 캐스팅들, 시트콤 시절부터 이어진 탄탄한 동료애로부터 비롯되었을 척척 호흡이 맞는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을 웃기고 울리고 혼을 빼놓는다. 영화가 괜찮다고 칭찬하는 건 이쯤 해두겠다. 영화를 보기 전, 괜찮은 남자를 잡아 결혼을 하는 것이 여자인생 성공의 척도냐? 하고 우울하게 반문하던 내가 뭐- 사랑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어딨나- 남자건, 여자건- 마음껏 사랑해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딨나- 그래- 여자에겐 좋은 남자를 잡는 것이, 남자에겐 좋은 여자를 잡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가벼운 연애 영화를 가볍게 칭찬해줄 수 있게 바뀌었으니, 이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심지어, 내남자의로맨스의 김정은도 정말 사랑해서 그렇게 프로포즈에 목숨 걸었겠거니- 하고 용서했다) 마지막으로, 참으로 인상깊었던 최미자의 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왜 나한테 뭐라 그래, 내가 그렇게 만만해? 마음에 없으면 단둘이 술 마셔주지도 마! 영화 보잔 말도 하지마! 전화해서 "뭐했냐,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 그런말도 하지마! 단둘이 술 마시고 만나주고 그랬으면... 그렇게 했으면.. 사랑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해줘야 돼, 그게 예의야...!! " 그래, 그게 예의다. 111
연애에 관한 예의를 가르쳐주는 "올드미스다이어리"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을 째고 몰래 보러갔던 영화- "쉬리" 이후로,
(그날 돌아오던 길에, 손톱길이의 물고기가 들어있는 손바닥 만한 어항도 샀다. 비록 얼려죽이긴 했지만... 키씽구라미가 암튼 그때 대히트였더랬지)
한국 영화의 발전 속도는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 때는 "약속", "편지" 등의 최루성 연애물만 성공하나 싶더니
이내 "두사부일체"라던가, "조폭마누라", "가문의 위기", "달마야놀자", "신라의 달밤" 등의
(조폭물이 주류를 이루긴 했으나) 코메디로 관객을 사로잡는 경지에 도달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나, "폰", "알포인트", "장화홍련" 등의
꽤 훌륭한 공포영화도 나오고 있으며
"집으로", "바람난 가족", "공공의 적" 등 경찰물, 가족물, 사회물(?) 등
정확한 영화 용어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훌륭한 영화들도 많고
이제는 숫제 "괴물" 같은 나름 스펙타클 액션물도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높아져 가는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한 해에도 수십편 수백편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영화들 속에서
정말 맛깔스럽고 내 입맛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더더군다나 최근, 보는 영화마다 우울한 영화였던 탓에
영화 주인공들 감정에 매우 몰입을 잘 하는 나로서는
영화를 보고나면 어딘지 착잡했다고나 할지.
작년 후반기 나의 영화성적표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참담했다.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보고나면 즐거워지는 영화를 우선시하는 나로서는
배우 조인성을 돌아보게 만든 "비열한 거리" 부터 시작하여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알 수 없던 영화 "괴물",
반전이 극적이다못해 어이없던 영화 "프레스티지",
콜린 파렐의 SWAT에서와 같은 호연을 기대하며 봤다가
무참히 실망했던 영화 "마이애미 바이스",
김혜수 씨 덕분에 즐거웠으나 끝이 조금 착잡했던 영화 "타짜",
강동원과 이나영의 예상외의 호연에 울며불며 봤던 영화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까지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3시간은 멜랑꼴리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특수를 누렸던 것이다.
(사진을 붙여놓고 보니... 잘난 놈들은 뭘해도 멋지다는 생각만 든다... OTL)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올드미스다이어리"를 보게 된 것은 김아중의 몫이 크다.
억지로 친구에게 끌려가 보게 되었으나
"미녀는 괴로워"가 예상외로 너무나 괜찮았던 탓에
코믹 연애물은 조금 멀리하던 내가 "올미다"도 기어코 보고 말았던 것이다.
순전히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그동안 영화 보고 나올때마다 들었던 우울한 기분이 싹 날아가면서
너무나 즐겁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던 덕택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나 생각했으니까.
극장에서는 스케일 큰 액션 영화나, 판타지물이나, 공포영화등
소리와 장면의 효과가 필요한 영화만 봐야한다고 믿었던 탓에
절대 절대 절대 깊이없이 한없이 가볍기만한 그저그런 연애물은
극장에서 보지 않겠다고 같잖은 주관을 고수하던 내가 말이다.
올미다 마니아들에겐 죄송하지만
처음 올드미스다이어리가 영화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한낱" 시트콤의 인기를 타고 그 줄거리를 따서 만든 영화를
돈 주고 보러가기란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제목부터가 맘에 안들지 않은가.
"올드미스" 다이어리... 라니.
올드 미스터는 없는데,
왜 올드미스는 노래까지 나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시트콤까지 나오더니 급기야 영화까지 만들어 외쳐대는 것이란 말인가.
대체, 올드미스가 무엇이길래.
포스터도 참으로- 경박하기 짝이없다.
사실, 포스터의 문구를 보고 나는 잠시 혀를 찼다.
"올해는 이남자 꼭 잡는다!!"
여자는, 인생에서 올드"미스"이면 죽어도 안된다는 것처럼-
남자가 없는 인생은 마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인생이라는 것처럼
영화는 극명하게 주장한다.
"이년아, 꽉 잡아!" 하고.
영화를 비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괜찮은 영화다.
주변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을 만큼 즐겁고 사랑스럽다.
정확히는 스토리나, 최미자보다는 지현우가 사랑스럽지만. ^-^;
(지현우가 이렇게 미소짓는 순간,
극장안에는 한순간, "어떡해~" 하는 여자들의 한숨이 울려퍼졌다.)
아무튼, 영화를 보기전까지 나는 괜시리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김정은을 좋아했던 탓에,
"내 남자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았다가
결혼이 인생의 종착역이고
멋진 남자친구만이 자신 인생의 유일한 소득인양 구는
영화속의 주인공에게 내심 실망한 탓도 컸을 것이다.
("스물아홉 노처녀(김정은) 인생의 유일한 희망인 남자친구(김상경)에게 톱스타인 여배우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애인을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라는 짧막한 설명을 보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각설하고, 영화속의 프리뷰를 잠깐 하자면
(스포일러는 절대~ 아니다. 예고편 이상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시트콤에서 최미자가 나름 자기 프로도 있던
제법 잘나가던(?) 성우였던 것에 반해
영화속의 최미자는 영화의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인지
더욱 가진 것 없이 비참하게 변했다.
사실, 길에서 만나면 한번쯤 돌아볼 만한 미인인 예지원이건만
그녀는 미모는 물론 직장, 돈, 번듯한 남친 등등
인생을 살며 서른 쯤이 되면 가져야 할 여러가지 중에서
어느하나 가진 건 쥐뿔도 없고 심지어 자존심도 없는 여자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 너무 자서 허리가 다 아프다는 최미자의 말은
일도 없고, 애인도 없이 백수로 지내는 32살 여자의
가슴 아픈 일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미자의 일생에 드디어 뭔가 조금씩 멋진(?) 일이 시작된다.
단역이지만 라디오 고정 출연이 이루어지고,
싸가지 없지만 어딘지 멋지고 귀여운 남자 지PD와의
알콩달콩한 인연의 시작이 그것이다.
지PD의 소소한 보복(영화를 보시라)을 우연히 엿보게 된 미자는
급속도로 지현우와 가까워지고,
미자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면에 지현우도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몹시도 공식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여자는 푼수에, 사고뭉치고, 우유부단하지만
남자의 눈에만 보이는 어떤 매력이 있다.
남자는 잘생기고, 학벌좋고, 키크고, 능력있지만
조금 싸가지가 없고, 그럼에도 자기 여자한테는 참으로 잘한다.
만약 영화가 이건 뿐이었다면,
사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그저그런 연애물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재밌었던 것은,
최미자의 가족들의 삶에 관한 얘기였다.
할머니 삼인방의 둘째 언니 연애시키기 작전이
최미자의 연애와 병행되어 나오는데,
사실은 이것이 참으로 연애의 진수라 할 만하다.
예고편에 나왔으니 첫째 할머니의 대사를 잠시 인용하자면,
연애는 "쇼"고, 남자는 "후리는" 것이 아니던가.
할머니들이 연애를 위해 쇼를 하고,
남자를 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미자와 현우의 연애 이야기 곳곳에서 그 빛을 발한다.
("빤추" 사건이나, "문서" 사건이나,
할머니들이 보여주는 황당함은 이내 사랑스러움으로 바뀐다)
은행에서 일어나는 삼촌의 에피소드에서는
사회가 얼마나 손쉽게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지를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그저그런 연애 이야기가 될 뻔도 했던 이 영화는
사실 알고보면
곳곳에 잘 버무린 양념이 숨어있는 비빔밥과도 같다.
아니- 주인공 최미자의 고백보다
오히려 할머니의 고백이 더 아름답고 가슴 찡했던-
사실은 밥보다 양념이 더 맛있는 비빔밥이다.
눈부신 조연들의 개성, 잘 짜여진 스토리, 딱 맞는 이미지의 캐스팅들,
시트콤 시절부터 이어진 탄탄한 동료애로부터 비롯되었을
척척 호흡이 맞는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을 웃기고 울리고 혼을 빼놓는다.
영화가 괜찮다고 칭찬하는 건 이쯤 해두겠다.
영화를 보기 전,
괜찮은 남자를 잡아 결혼을 하는 것이
여자인생 성공의 척도냐? 하고 우울하게 반문하던 내가
뭐- 사랑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어딨나-
남자건, 여자건- 마음껏 사랑해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딨나-
그래- 여자에겐 좋은 남자를 잡는 것이,
남자에겐 좋은 여자를 잡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 가벼운 연애 영화를
가볍게 칭찬해줄 수 있게 바뀌었으니,
이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심지어, 내남자의로맨스의 김정은도 정말 사랑해서 그렇게
프로포즈에 목숨 걸었겠거니- 하고 용서했다)
마지막으로, 참으로 인상깊었던 최미자의 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왜 나한테 뭐라 그래, 내가 그렇게 만만해?
마음에 없으면 단둘이 술 마셔주지도 마!
영화 보잔 말도 하지마!
전화해서 "뭐했냐,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 그런말도 하지마!
단둘이 술 마시고 만나주고 그랬으면... 그렇게 했으면..
사랑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해줘야 돼, 그게 예의야...!! "
그래, 그게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