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통령 손학규는 어떨까?

김세호20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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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통령 손학규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정치적, 또는 정치 정서적 지형도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영남과 호남, 즉 동서 구도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의 동서 구도는 이제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역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여러 면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말할 수는 있다.

 

  현재의 지역적 지형도는 크게 세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상남북도와 강원도, 그리고 충주 이동(以東)의 충북 지역이 제 1 카테고리이다.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지역이 제 2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 경기와 충남, 충주 이서(以西)의 충북지역을 제 3 카테고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정치적 지역색만을 기준으로 나눈 것일 뿐, 이념적 지형도가 아님을 먼저 밝혀 둔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거주지역이 아니라, 출생적, 혈연적, 정서적 연고지를 기준으로 나눈 구분이다.

 

  대한민국의 현재 인구를 5천만명으로 잡고, 제 1 카테고리에 속하는 인구는 40% 수준인 2천만명 정도라 할 수 있다. 제 2 카테고리에 속하는 인구가 20% 수준인 1천만명 정도일 것이다. 제 3 카테고리에 속하는 인구를 40% 수준인 2천만명 정도로 보면 대략 정확할 것으로 짐작이 간다. 선거권이 없는 인구도 있지만 이는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할 후보군을 카테고리 별로 묶어 본다면, 제 1 카테고리 출신은 '이명박', '박근혜', '권영길' 후보 정도이다. 제 2 카테고리에는 '고건', '정동영', '원희룡' 후보가 있다. 제 3 카테고리에는 '손학규'와 '김근태' 후보가 있다.

 

  20세기 말까지의 정치지역적 지형도 상의 인구 점유는 제 1 카테고리가 50%, 제 2 카테고리가 30%, 제 3 카테고리가 20%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대결 구도 하에서는 제 1 카테고리에서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100%였다. 1997년도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매우 이래적인 현상이었지만, 사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은 그 시점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20세기적 정치지형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출생한 엄청난 수의 70년대, 8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선거권을 얻고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20세기적 지역 판도는 끝나가고 있다. 물론 70년대, 80년대 초반 출생 유권자들이 자기 부모의 연고지에 대해 전혀 무감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당장 나부터도 내 부모님의 고향인 경상도에 대해 그다지 큰 정서적 유대를 느끼고 있지 않다.

 

  어쨌거나 지역 정서가 여전히 존재하고 범주 별 인구 비율을 감안해 본다면, 이제는 제 3 카테고리, 즉 기호지방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할 토대가 충분히 갖추어 진 것 같다. 솔직히 나와 같은 서울, 경기, 충청도 출신의 젊은이들은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동서 지역 감정이 너무나 못마땅 하기도 하거니와 이제는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들이 연고 인구 40%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3 범주 출신의 국민(거주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들은 여전히 정치적 소외 집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제 3 범주 출신의 정치인 역시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해왔고 여전히 그러하다. 멀리는 김종필, 이인제, 이한동 후보가 그러했고, 가까이는 손학규, 김근태 후보가 그러하다.

 

  나는 지금 지역 감정이나 지역 정치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제 3 범주를 연고로 둔 국민들이 어리석게도 영남이 좋으니 호남이 좋으니 하는 동서 감정 놀음에 여전히 휘둘려 다닌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도 대통령 후보라고 하면 영남 출신일까, 호남 출신일까 하고 되묻는 버릇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해도, 서울경기, 충청도 지역은 옛부터 땅이 기름지고 기후가 알맞아 고대 이래로 각 세력의 각축장이 되어왔다. 그래서 지리적 우세를 점하기 위한 세력들이 한강 유역을 차지하려는 다툼도 치열했다. 역사적으로도 이 지역은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하고 걸출한 위인들을 낳았다. 이순신 장군, 정약용 선생, 김구 선생이 그러한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리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이 세 위인들은 하나같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삶을 마감해야 했다. 위의 세 위인은 자신의 권력이나 이익이 아니라 백성 전체의 자존과 번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인물이다. 정치적 이유로 끊임없이 공격과 모함을 당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보지 못한 점도 똑같다. 지역적 특색인지 역사적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제 3 범주 출신 사람들은 정치적 야심이 적었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의 대학 시절 경험으로 보아도 확실히 제 3 카테고리 출신 학생들은 권력욕이나 출세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제 1 카테고리 지역은 지리적으로 매우 척박하다 보니 항상 물자가 부족했다. 밤낮없이 침범하는 왜구 세력 때문에 편안할 날이 없었다.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 보니 지역적 고립도 심각했다. 그래서 제 1 범주 지역 사람들은 드센 성향을 갖게 되었고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성향을 갖게 되었으며, 출세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반대로 제 2 카테고리 지역은 평야가 발달하고 물자가 충분하다 보니 오히려 외부세력의 수탈 대상이 되곤 하였다. 충분한 물자를 독차지 하기 위한 토착 세력의 수탈로 인해 이 지역의 피지배층은 항상 피해의식과 계급 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제 3 카테고리 지역은 고려시대 이래로 1천년을 넘게 정치의 중심지였다. 북방 세력이나 남방 세력의 침입과 위협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었다.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가장 가까이서 혜택을 받았고 보호를 받았다. 중앙 정부의 관리 하에 있다 보니 토호 세력의 수탈이나 전횡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심성이 유순하고 권력욕이 적어지게 된 것 같다.

 

  조선왕조가 패망하고 100년이나 지났지만, 현대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정치적 지역색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영남과 호남을 가르는 동서 감정이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망령이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그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지역주의의 환상이 끝나기 위해서는 제 3 범주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해야 한다고 여긴다. 제 1, 제 2 범주의 국민들을 소외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그 범주의 국민들이 어리석은 환상에서 깨어나고 정치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 후보 중에는 손학규 후보가 가장 적임자이며 균형감과 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여긴다. 솔직히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지만,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 된다면 기꺼이 지지할 생각이다. 내가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제 3범주 출신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지난 2002년 손학규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우리팀의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 집 앞 공원에서 당선자로 나타난 그를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시민들의 축제에 정치인이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마뜩치 않았다. 그러나 그 이 후로 재임 4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경기도에 대기업 단지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와 협력한 거의 유일한 한나라당 정치인이기도 했다.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도지사로서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입김을 행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4년 재임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손학규라는 인물의 됨됨이를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녀는 조지 부시 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저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되어, 네오콘(신보수주의세력)에게 둘러 싸인 채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부시처럼, 그저 얼굴 마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상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이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라는 것도 주변의 측근들이 모두 극보수주의자라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미국 대선의 경우 민주당의 진보 성향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 신 영남 한풀이 논리에 끌려다니게 되어 더 큰 지역감정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지나친 보수 성향 역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기 힘든 약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 개인의 지적인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새로운 개발 독재형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종교적, 직업적, 학벌적 연고주의가 지나치게 강한 개인적 성향으로 인해 비기독교인, 비고대인, 전문적 정치인들과 큰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높은 인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많은 논란과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독선적 캐릭터와 70년대식 개발 논리로 경제를 바라보는 낡은 인식도 약점으로 보인다.

 

  고건 후보는 행정가적 지도력은 탁월해 보이나, 정치가로서의 지도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다.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고건 후보는 손학규 후보나 원희룡 후보보다 더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진보 세력의 지지를 획득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행정가로서 인정 받았다는 것은 원만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회주의자로서의 면모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민주화 과정에서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손학규 후보가 민심 대장정을 시작했을 때, 또 노무현 정부에 대해 위로의 시선을 보냈을 때, 나는 그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이순신 장군, 정약용 선생, 김구 선생의 면모를 발견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손학규 후보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어쩌면 앞의 세 위인처럼 그냥 권력의 뒤안 길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를 지지하고 싶다. 우리 모두의 화합과 번영과 지역구도의 타파를 위해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추진력과 정치적 소신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출신의 대통령에게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나의 지지자가 대통령이 된 징크스가 이어져 환갑을 맞이한 돼지 띠 대통령의 밝은 웃음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