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반대

김정하20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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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국 침구사와 한국 한의사 자격의 상호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FTA 협상에서 우리는 의사와 간호사,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 등 17개 전문직종의 양국간 자격 상호 인정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한의사 자격을 상호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17대 1이라는 단편적인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미국 침구사와 한국 한의사의 위치가 결코 동등하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제시할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의 한의사는 의사의 오더를 받거나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단순히 환자에게 침을 놓는 미국의 침구사가 아니다. 한의사에게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한국의 한의사들은 6년 동안, 혹은 그 이상의 오랜 시간동안 배워온 방대한 한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서 시술하는 의사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미 전역에 약 60여개교의 한의과 대학이 설립되어 있고, 이들 중 가장 많은 한의과대학이 설립되어 있는 캘리포니아에는 주정부가 인정하는 한의과대학이 20여 곳 있다. 이러한 미국의 한의과대학은 대부분이 예과 과정이 따로 없이 2년제 이상의 학사 학위를 받은 자에 한하여 입학을 허가하고 있고, 입학 후 본과 4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한의과 대학은 1년에 4학기(Quarters) 까지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부분이 방학 없이 수업을 진행하여 3년만에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다. 총 교육 시간을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 경희대의 경우 한방기초 1856시간, 양방기초 1632시간, 임상과목 2736시간으로 총 6224시간을 교육받는 것에 비해 미국의 AKOM의 경우 한방기초 864시간, 양방기초 480시간, 임상과목 654시간으로 총 1998시간에 불과하다.

  이러한 미국의 한의과 대학의 경우 2년제 이상의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입학하여 졸업을 하면 석사 학위가 주어진다는 점이 국내의 의학, 치의학, 한의학 전문 대학원과 그 성격이 유사해 보이지만 입학 과정에서 미국의 일반적인 의과대학이나 우리나라의 한의과 대학처럼 까다로운 검증 과정이 없다는 점과, 우리나라에 비해 턱없이 짧은 교육시간을 볼 때 실제 국내 한의과 대학보다 질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한의과 대학 교육의 특징은 양방에서 일반적으로 교육중인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을 한의학에 체계적으로 적용한 한방 생리학, 한방병리학, 한방 진단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앞서 제시한 과목들 중, 한방 진단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의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한의학 한문, 중국어, 원전학, 예방의학, 상한론, 각가학설, 온병학, 금궤요략 등의 한의학 원전에 기반한 중요한 기초과목들은 전혀 교육하지 않고 있다.  양방 과목에 있어서도 미국의 한의과 대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교육하는 양방 기초 과목인 해부학과 양방 생리학의 경우에도 국내 한의과 대학이 미국의 한의과 대학보다 월등히 많은 교육 시간을 할애하여 심도있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그 외 생화학, 면역학, 방사선학, 약용 식물학 등 다양한 양방 기초 교육과정 역시 국내 한의과 대학이 미국보다 훨씬 넓은 교육 기반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한의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최근 대체 의학의 유행과 함께 한방 의료를 서양의학의 후유증과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한 가지 방법론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에는 한의학에 대한 법률과 제도도 거의 없는 실정으로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 ‘침구사(Acupuncturist 또는 Licensed Acupuncturist; Lic. Ac)’로 제도화 되어있을 뿐이다. 이러한 침구사 제도 역시 순수민간단체인 NCCAIM을 통한 시험 제도와, 각 주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으로 나뉘어 있는 등 아직도 그 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살펴보았듯이, 서양의학에 준하는 독립성과 체계성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미국에서 유행처럼 논의되고 소비되는 대체의학과는 같은 범주에서 논의될 수가 없다. 이는 우리 한의학의 절대적인 비교우위다. 우리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제도 안에서 유구한 학문의 역사가 증명해 주는 민족 의학에 대해 합리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국민의 건강을 독립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의료주체로 길러져 왔다. 이것을 경제논리에 입각한 협상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것은 가장 근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희생시켜야 하는 엄청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과 자존심까지도 담보해야 할 문제다.


※ 미국과 한국 한의과 대학에 관한 사실내용은「한국보건사회연구원 Working Paper 04-09, 외국의 한의과 대학과 우리나라 한의과 대학의 학제 비교 연구, 유근춘 이한울 오성종 박철진」을 참고 했습니다. 

 

-어느 동국대 한의대생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