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 the girl next door

송민영2007.01.09
조회24

 

사진은 민중의 손으로 허물어진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기념비.

2005년 5월에 찍은 것.

 

 

(영화 Marie-Antoinette의 예고편을 보고 흥분해서 적은 글)

 

프랑스 혁명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은 2000년에 "서양근현대사"라는 교양과목을 듣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 과목을 가르치시던 강사는 프랑스 혁명의 강경좌파였던 자코뱅당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던 분. 그래서 나는 철저한 자코뱅당의 시각에서 프랑스혁명을 배웠고, 그 혁명의 모든 이벤트들은 한없이 아름답고 감동에 가슴 벅찬 것으로 다가왔었다.

 

생각해보라. "왕의 권력은 신으로 부터 주어진 것이다"라는 왕권신수설이 지배하던 당시 유럽에 불어닥친 계몽주의 (아!! 내 사랑 계몽주의!!!)의 광풍에 영향을 받은 민중들의 손으로 이룩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 주는 감동이란 정말 대단했다.

 

백성의 굶주림은 외면한채 사치와 향락에 빠져 타락해버린 왕실과 성직자, 귀족의 이야기!!  볼테르와 루소 등의 계몽사상에 대한 토론으로 살롱에서 밤을 지새우던 많은 빠리 지식인들의 이야기!! "자유/평등/박애"를 공표한 인권선언문의 이야기!! 백성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그 건물의 벽돌을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허물어뜨린 이야기!! 부둣가에서 생선을 팔던 아낙네들이 베르샤유 궁으로 몰려가 왕가를 빠리로 데려온 이야기!! 혁명을 통해 "백성"에서 "시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교과서에서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왕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많이 왜곡되어 있었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 아니었다.뿐만 아니라, 한 싸이코 마라의 선동에 의해 격해진 대량처형의 거센 공포는 너무 과소평가 되어있었다.

 

당시 루이 16세는 선대인 루이 14세나 15세와는 달리, 과세증가 정책을 반대하였고, 나아가 귀족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평등화를 추구했으나 이 계획은 귀족들의 거센 반대로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래서 루이는 전반적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삼부회를 소집했는데 거기서 귀족계층이 낮은 신분의 의원들을 따돌리는 바람에 테니스 코트 선언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혁명의 시작이 되어버린 것. -_-

 

마리 앙트와네트의 인생을 차근차근 따라가보면, 정말 한편의 비극이다. 마리는 마리아 테레지아가 여왕이던 오스트리아 황실의 막내 공주로 태어나 14살에 프랑스로 시집을 온다. 오랜 기간 동안 적대 관계였던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맺어진 결혼이었다. 그러나 루이 16세의 성기능 장애 때문에 7년간 후계자를 낳지 못했고, 그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안 좋은 감정을 사기 시작했다.

 

혁명이 가까워진 당시 마리 앙트와네트는 루이 16세보다 더 허영과 사치에 찌들은 Austrian bitch 로 불리고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마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소문들은 왕가와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이들이 퍼뜨린 악소문이다. 대표적인 유언비어가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지"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마리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알지 못했다. -_- 그리고 당시 마리의 소비성향은 기타 다른 유럽 국가의 왕비들과 다르지 않았고, 혁명이 가까워오던 1780년대에는 오히려 소박한 의상들을 입었다. "쟌느"라는 야심찬 여자에 의해 조작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에 대한 소문과 "왕비는 아들과 근친상간한다더라"라는 소문, 그리고 "여러 남자들과 번갈아가며 잠자리를 한다더라"라는 소문 등이 백성들에게 퍼지고 마리를 놀리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유행하였으나, 마리는 전혀 몰랐다.

 

마리는 그저 순진무구한 온실 속의 화초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좋은 일도 좀 했는데, 가난한 고아들을 몇명 입양해서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며 키웠다.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 인근에 사는 백성들에게 매일 먹을 것을 조금씩 나누어주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즉, 훌륭한 왕비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우리가 보통 상상하듯 미친듯이 이기적이고 사치에 찌들은 악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루이 16세나 마리 모두 그냥 그저 "몰랐을 뿐"이다. 당시의 봉건체제가 얼마나 경직되고 답답한 소통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왕가가 거주하는 곳이 수도 파리에서 떨어진 베르사유인 것만 봐도 당시 통치계급이 매우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음이 보인다. 즉,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는 그들이 직접 한 말처럼 "너무 어렸고" 이들의 사형은 정말 불필요했다.

 

그래서 혁명의 중심이었던 로베스피에르가 루이 16세의 사형 결정을 매우 망설였는데, 고민 끝에 루이가 가진 왕정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사형을 결정했다. 즉 루이는 그의 상징적 의미로 사형에 처해진 것이지, 그가 폭군이거나 완전 무능력한 통치자라서가 아니었다. 마리는 루이가 처형된 1793년 1월 보다 9개월 뒤인 10월에 처형되었는데, 그 처형의 원인은 순전히 당시 빠리에 떠돌던 각종 악성 유언비어 때문이었다. (여기에 그녀의 모국인 오스트리아에 대한 견제까지)

 

나를 "Paris빠"로 만들은 프랑스 혁명의 이야기. 그리고 그 혁명의 광풍에 희생된 마리 앙트와네트의 이야기. Lost in translation 의 감독 Sofia Coppola 가 감독을 한다는 2006년판 Marie Antoinette.

 

아 정말 많이 기대된다!!

 

인터뷰에 의하면 마리의 35살까지만 영화에서 보여준다고 하니, 딱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는 1789 년까지의 마리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영화는 끝날 듯 하다. 예고편으로 짐작컨데, 10월 6일 생선장수 아낙들의 베르사유 궁 침입 사건 장면 후, 법정에서 재판받는 마리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듯. 이는 영화의 캐스팅 정보로도 확인되는데, 등장인물에 프랑스 혁명의 주역이 된 인물들의 이름이 하나도 없고 court member 만 두세명 적혀있다. 이 재판에서 마리에게 갖가지 모욕을 가하는 법관들에 맞서 마리가 보여준 태도와 대답들은 그 현장의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영화 전개상 매우 감동스러운 부분이 될듯. (스포일러가 될 것같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 이때 법정의 사람들은 정말 무자비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마리 앙트와네트의 입장과 시각에서 그녀의 생애를 비출 듯하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국으로 정략결혼을 와서 순진하게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충실히 살아오다가 날벼락을 맞는 마리 앙트와네트. 마치, 그저 우물안에서 살아온 죄 밖에는 없는 한 개구리가 우물 밖 진짜 세상을 보고 충격을 받는 구성처럼. 게다가 소피아 코폴라가 lost in translation 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에 대한 여성적 시각' 을 떠올린다면 이 예상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5월 24일에 개봉. 아 정말 기대된다!!!!

 

다음은 영화에 대한 나의 자질구레한 다른 우려들

 

1. 제발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지" 라는 대사가 안 나오길.

 

2. 제발!! 제발 제발!! 귀족들의 로맨틱한 궁정생활에 대한 영화로만 끝나지 않길.

 

3. 제발, 페르젠과의 로맨스는 지나가는 한 부분으로만 다루어주길.

 

4. 아비규환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여성인 마리에게 가해지는 잔인하고 다양한 폭력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길. (마리는 처형되기까지 왕이었던 루이 16세와는 완전 다른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 일화는 너무 많은데, 일례들로는 수감생활 중에 성적모욕을 당했던 점이나, 처형시 매춘부들 사이에 끼어있었던 것 등이 있다. 아, 간수들이 마리의 어린 아들에게 술을 먹이고 엄마를 모욕하는 노래를 가르쳐서 부르게 한 것도 유명하고 잔혹한 사례이다. 세상에 엄마에게 이보다 더한 고문이 있겠는가?)

 

6. 그래도 어느정도 균형을 잘 맞춰주길. '순진무구'한 마리 보다는 '순진무식'한 마리로 묘사하면 딱 맞을 듯. 나라를 통치하는 자가 무식하면 죄가 되니.

 

5. 왜?!! 왜!?! 철저한 미국 소녀 이미지의 Kirsten Dunst 를 마리로 캐스팅했는지 그 의도를 확연하게 설명해주길. (으아... 예고편을 10번 본 지금도 적응 안됨)

 

 

* 예고편을 보려면 : http://www.imdb.com/title/tt0422720/trail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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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영화를 본 뒤에 적는 글.

 

Marie Antoinette - The girl next door in Versailles

 

오매불망 목놓아 기다리던 개봉일에 달려가서 보았다.

아!! 역시 우리의 소피아 코폴라!!!

 

마리 앙트와네트를 사치향락의 나락에 빠진 이기적인 여왕의 이미지가 아닌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한 순진한 소녀로 잘 그려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너무 현대적이고 비유럽적인 마스크의 Kirsten 때문에 약간 몰입이 안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Kirsten 의 대중적인 이미지 - 이웃집 소녀 - 를 영화에 그대로 적용하여 마리 앙트와네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게다가 이는 소피아 코폴라가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소피아 코폴라 버전의 마리 앙트와네트 영화들의 장면들을 보면 굉장히 남성의 시각을 충족시키는 - 그래서 일반 여성관객들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 외모의 여성들이 마리 역을 맡아왔다. 부스티에 위로 넘쳐올라오는 가슴과 뇌살적 눈빛의 관능적인 외모 (심지어 히스토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 까지). 마리 앙트와네트의 이런 요부적인 이미지는 그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헛소문들에 의해 austrian bitch 라고 불리우던 그 당시의 평판의 representation과 다름없다.

 

그러나 마리가 비쩍 마르고 (음... 이 부분에서도 공감대 형성이 약간 어려워지는구놔 -_-) 화사하지 않은 소녀로 표현하는 것은 소피아 코폴라의 개성과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페르젠과의 관계에 대해서 실제로 연애했다 안 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영화에서 짧고 깔끔하게 "했다"로 처리한 것도 좋고, 베르사유 궁을 떠나 파리의 뛸르리 궁으로 이송되는 마리와 가족들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처리한 점도 마음에 든다. 영화의 후반부까지 보게 되면 우리의 순진한 마리가 너무 안쓰러워서 차마 그 이후의 고난을 지켜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베르사이유를 떠나는 마차에 갇힌 채 예측할 수 없는 이후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마리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아프기 때문에.

 

소피아 코폴라에 대한 내 애정만으로도 이미 별 세개, 깔끔한 스크립트와 화려한 영상미로 나머지 별 두개. (소피아 코폴라는 빨리 다음 작품을 계획세우라!!)

 

프랑스 혁명사에 대한 나의 페티쉬는 이미 위에 다 풀어놨으므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