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의 행위에는 일정한 순서와 그걸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성 같은게 있다. 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하지 않으면 일어날 여러가지 극단적인 상황들...
...남들이 보기엔 낡고 가치없어 보이는 물건들에 대한 집착으로 온 방에 그 엄청난 더미를 수집해 놓았지만 그 속에서 그가 정착 찾고자 하는 것은 결국 찾지 못했다...
...균형에 대해 집착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것은 혼자 살아서는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 때 가장 불편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수년 동안 내가 벗어나지 못했던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내 삶의 정교한 하나의 의식이라고 생각해왔던 그것은 일시적인 정렬일 뿐이었으며 또한 내 자신의 내부와 외부 사이의 힘든 투쟁에 대한 역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사라지는 저 밤의 별들처럼 이제는 나를 지나가 버릴 것이다. 나는 내가 누구보다 의존적인 존재이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균형이라고 믿고 있었던 강박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고 의지하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다. 나의 삶은 그것으로도 이미 한 세계이며 나의 억지가 그 세계를 관통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찾아낸 하나의 가치 때문이다...
中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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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갈 때 왼발을 먼저 뻗지 않으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한 명씩 사라질 것 같은 것. 손목 시계가 헐렁이면 무언가 불안해서 혈관이 튀어나올만큼 꽈악 쪼이는 것. 기도를 마친 후 호흡을 멈추고 있으면 그 만큼의 시간 동안 만이라도 세상이 평화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 책꽂이의 책이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순서대로 정렬하는 것.
균형이라는 것에 끝도 없이 집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의 정형화된 패턴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충동적 이기보다 질서 정연하며 습관보다 더욱 강력하다. 마치 서서히 굳어버린 시멘트 처럼 나중엔 변형시키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일종의 강박행위 랄까.
의도 되었건 의도 되지 않았건 나는 주일이면 어김없이 교회를 찾아가 성스러운 예배를 드리는 신성한 의무를 행하는 어느 신도처럼 강박을 실천 중이다. 하지만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 패턴에 제약을 가할 수 없기 때문 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이 당위성을 부여한건 스스로의 자아이기 때문이다.
국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