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일곱번째 이야기...

고현아2007.01.09
조회17

<EMBED src=http://mediafile.paran.com/MEDIA_8261858/BLOG/200701/1168266092_황진이-나쁜사람.WMA hidden=true type=audio/x-ms-wma loop="true" autostart="true"> #. 교방의 뒷 마당

 

 

“ 날 보자 했어? ”

 

다리.. 우두커니.. 마당 한 가운데 서서..

 먼 산만.. 바라보는 장생의 곁으로 다가가 선다.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말을 건넸으나,

공길을 바라보던.. 장생의 그 눈길이.. 떠오를까봐..

 그의 얼굴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였다.

 장생.. 잠시 동안.. 말이 없다가.. 무거운.. 입을 연다.

 

 “ 내 어디가.. 좋으냐?

 어려서부터.. 봐온 사내라곤.. 나뿐이라.. 그런 게.. 아닌,

 정말로.. 나란 놈을 믿고.. 살 맞대고 살아볼 참으로.. 한 말이냐?

농이 아닌.. 니 진정이냔 말이다.“

 

다리.. 여전히..장생에게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체,

 

 “ 그리..물으면.. 마음이 좀.. 편해져?

 그런.. 형은.. 왜 공길 형이 좋아?

어려서부터.. 줄곧.. 봐온 이라.. 그래서 마음이 가는 거야?“

 

장생.. 다리의 말에..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 그래.. 난.. 어려서부터.. 그 녀석과 늘 함께였고, 녀석만 봐왔어..

 그 마음이.. 무엇이든..

 난.. 그렇게 살아온 게 좋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

 녀석과.. 등지고.. 다른 길을 갈 생각.. 해본 적도..없었어.

그런 내 마음을.. 알면서도.. 나랑 혼인하잔 맘이.. 드냐? “

 

 

 “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게.. 미련스럽게도 한곳만 바라보며.. 살아온 천치 같은 이니까..

 그래서.. 형이 더 좋아진 건지도 몰라.

 형은.. 본성이.. 그래.. 착한 사람이야.

그 마음.. 그대로.. 그리.. 바라만 보면서.. 그렇게 살아도..

한 평생.. 별 불만 없이 그럭저럭 살아지겠지..

 그치만..

 형이.. 감싸주고, 뭐든 해주고 싶어지는.. 이에 대한..마음처럼

 내 맘도 그래.

 장돌뱅이마냥.. 세상 여기저기..굴러다니면서.. 그리 살줄밖에 모르는,

 제 몸 상하는 건..모르고.. 그이 몸만 살피는.. 미련 둥이한테..

 따신 밥도 해먹이고.. 제대로 된.. 옷도.. 해 입히고..

 살 맞대고.. 살면서..

 그 착한 마음 닮은.. 아이도 낳아 키우고..

그리.. 한 평생.. 다른 이들처럼.. 살다보면..

그 마음에.. 남는 이.. 내가.. 아니였다 해도..

난.. 내 맘 주고픈 이에게.. 맘껏.. 해주고,

 그이 와의.. 기억을..평생 나누었으니..

그걸로.. 족해.

 그거면.. 행복해.

등을 진다구? 혼인을.. 하는 건.. 등을 지는 게 아니야.

 두 사람이.. 진정,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형제보다 더한 사이라면,

서로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가는 것..

누구보다 맘을 다해 기뻐해줘야 하는 거야.

 그게 맞는 거라구.“

 

 장생.. 다리의 말을 듣고 있다가, 긴 한숨을 내쉰다.

 

 “ 너는..그리 명쾌하게.. 답을 갖고 있는 것을..

 나는 왜..이리 가슴 팍 에서만..말이 맴도는지 모르겠다.

 그래.. 니 말이 맞는 거겠지..

 헌데..다리야.

니 말대로 그리해서.. 모두가..불행해 지면.. 어쩌냐?

 내가.. 니 맘 몰라주고.. 속만 끓이게 하고..

니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어쩌냐..

 그리고..

 공길이.. 그 녀석은 또 어쩌냐.. “

 

 장생.. 답답한 마음에.. 곁에 섰던.. 나무를 주먹으로 탁..치자,

 몇 남지 않았던.. 메마른..나뭇 잎이.. 힘 없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다리.. 고개 숙이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숨을 몰아쉬며.. 들썩이는 그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린다.

 조금씩.. 가쁜 숨이.. 잦아들자.. 장생.  다리에게..

 

 “ 나 때문에.. 더.. 아팠데..

 숨기고 싶은 거.. 잊고 싶은 거.. 가슴 아픈 거..

 하나부터 열까지.. 녀석에 관한 일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 곁에서

 행복해질 수가 없데..

 난... 난 말야..

 녀석을 아프게 하는.. 것들은.. 다.. 내 손으로 없애주고 싶었는데.. 

아프지 않게.. 지켜 주고 싶었는데..

 내가.. 녀석을.. 아프게 하고 있는 줄을.. 몰랐어.. “

 

 장생.. 고개를 들지 못하고.. 쓰러질 듯.. 나무에 어깨를 기댄 체로

 바닥으로.. 천천히..미끄러져 내린다.

 그렇게.. 느릿느릿.. 힘 겹게.. 말을 꺼내놓는 장생.

 그의 떨리는.. 등을 통해... 다리의 손끝에도..

그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어느새, 다리의.. 볼을 타고..흘러내린 눈물방울이.. 턱 밑에 고여..

 파르르 떨리다가.. 옷 고름 위로.. 떨어진다..

 

 

 “ 가까이..다가가면 갈수록.. 서로의 몸에 돋아나 있는 가시가,

 소중한 이를 아프게 할 수도 있나 봐요.

 선인장처럼..

 서로가.. 상처입지 않는.. 거리만큼만.. 떨어져 살면 되요.

 가시에 찔려 상처입지 않을 만큼.. 조금 떨어져서..  

눈에 보이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너무 멀지않은 거리에..

 그럼. 괜찮아 질꺼야..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

 

 나무에.. 기댄 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생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 다리.

 그 손길에..

굳어버린 듯.. 땅만 바라보고 있던.. 장생.

 자그마한.. 다리의 품에.. 기대어 본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그였기에...

 그 자신은.. 누구에게 기대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해본 적 없는.. 어색한 일이였을 것이다.

 제 몸보다.. 훨씬 작은.. 그녀의 품에 기대어 있던 장생.

 처음으로.. 다리가.. 어린 동생이 아닌, 다 자란 어른으로 느껴진다.

 

 ‘ 그래.. 어쩌면.. 이게.. 최선일 지 몰라.

 니 말처럼.. 우린..

 서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입는.. 그런 이들이니까.‘

 

 

 #. 연화의 방

 

 

 “ 저희.. 혼인 하겠습니다.”

 

다리와 나란히.. 연화의 방으로 들어선 장생.

모두가 모여 앉은.. 자리에서.. 다리와의 혼인을 이야기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운. 곁에 앉은 공길의 얼굴을 바라본다.

 공길.. 환히..웃어 보이며,

 

 “ 잘 생각했어.

처음엔..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어르신도 계시고 하니..

 둘이서.. 차근차근 해나가면, 잘 살 수 있을 거야.

축하해.. “

 

연화.. 공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 두 사람이 함께 여야 하는 거야.

 가장 중한 것이.. 그거다.

 혼자 걷던 길.. 둘이 함께 하는 거니..

힘들 때 손 잡아주고, 보듬어 주며 그리 살아.. “

 

 장생.. 연화의 말을 듣다가,

 줄곧 시선을 피하던 공길과 눈이 마주친다.

 장생.. 그 눈길을 피하려.. 고개를.. 숙이려다..

다시..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그런..장생을 따뜻한..눈으로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지운. 그런..두 사람을 바라보다.. 입을 여는데..

 

“ 이거.. 한동안 북적이던 취월관이.. 조금 있으면..휑 하겠네요.

 저와 공길.. 청나라로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하던 일이 있는데.. 그 어르신께 말씀 드리면

공길에게 맡는 일을 알아봐 주실 듯합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 공길 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고요. “

 

 연화.. 공길과..지운을..번갈아 바라보며,

 

 “ 그래?

갑자기..한 결정은 아닌 듯 하고..

길아.. 왜 그 먼 곳까지 가려는 게냐.. 어머니..때문이냐? “

 

공길.. 연화에게,

 

 “ 어르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어머닌.. 제가 보내 드린 거라고..

 제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그래요.

아무래도..이곳에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막막하긴 하지만, 다행히 지운이도 있고, 도움주실 어르신도 계시고,,

 새로운 곳에 가면..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뭔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방법을 못찾다가..

마침.. 지운이.. 곁에 있어서..

 그래서.. 제가..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

 

 연화.. 공길의 마음을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 그래.. 길이 네겐.. 이곳이..참.. 힘들었을 게야..

 그래.. 큰 세상에 나가보면, 또.. 새로운 길이 보일게다

그렇게.. 하렴.

 .. 다들..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구나.. “

 

 

#. 교방의.. 안뜰

 

 

 “길아.. ”

 

딱히 정리할 것도 없으니..

 마음 먹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떠나자고 지운을 다그친 공길.

 그 속내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아무 말 않고, 공길의 뜻에 따라준 지운.

말을 마친 뒤..

 괜히..분주한 듯..자리를 뜨는 공길의 뒤를 따라 나온 지운이

 그를 불러 세운다.

 그의 목소리에.. 내키지 않는 듯..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는 공길.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응.. 왜? 할 말 있어? ”

 

지운.. 공길의 앞으로 다가서며..

그의 양 어깨를.. 살며시 잡고는 마주선다.

 공길.. 어색한.. 표정으로 지운을 바라보자,

 어깨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공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지운

 

“ 너한테..이용당해도 상관없단 말.. 진심이야.

헌데..길아.

 대신..나도 한 가지 정돈.. 부탁해도 되지?

내 앞에서 까지.. 그렇게..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듯.. 애쓰지 마.

 억지로 웃지도 말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그렇게 말하지도 마.

그냥.. 힘들면..힘들다고 하고, 화나면 화내고,, 울고 싶음..울어.

 그런 거.. 다.. 내가 받아줄게.

 내게 함부로 한다고 미안해 할 필요 전혀 없어.

니.. 그런 얼굴이..

 아파서.. 등 뒤로는.. 펑펑 울고 있으면서..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있는.. 그런 니 얼굴이..

 날 더 힘들게 하는 거란 거..

 그것만 잊지마. “

 

 공길.. 지운의.. 눈을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다.

 그대로.. 고개를 떨구는..공길..

 바로 앞에 서있는 지운의 귀에도 겨우..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 미안해.. 미안해..

지운아..”

 

 공길의 양 어깨를.. 잡고 있는.. 지운의 손이.. 떨려온다.

 지운.. 공길을 끌어다.. 제 품안에.. 꽉.. 끌어안는다.

 공길.. 지운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체.. 아무 말도.. 않고.. 있는 데..

 미동도 않은 체.. 가만히.. 제 어깨에.. 기대 있는

 공길의 머릴 쓸어내리며.. 지운이 말한다.

 

 “ 널 이렇게.. 안기 까지..

난.. 죽을 만큼 힘들었어.

 이젠.. 후회 따위 하지 않아..

 나한텐..

나..그리고 너.

지금 이 순간이..제일 중요하니까.

차라리...울어.

얼마든지..

 

널..절대..혼자 두지 않아.

 절대로..“

 

 

#. 안채에서 나온.. 장생과 다리.

 

 

 다들 모인 자리에서.. 혼인하겠다 말한 뒤에..

다리와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장생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마 웃어줄 수가 없었다.

온전히.. 기뻐해주지 못하고..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해서..

그녀를.. 그대로.. 가슴에 담지 못해서..

그는.. 다리의 앞에서.. 죄인이 된 기분 이였다.

 말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장생의 곁에서 걷고 있는 다리.

그런 그를 알면서도..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마음을 빼앗겼고,

 그의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해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원한 죄로..

 지금.. 다리는.

그에게.. 서운한 마음조차도.. 가슴 깊은 곳으로 묻어 버렸다.

 말없이..그 곁을 걷던..다리,  장생에게..

 

 

 “ 내가 택한 거야.

 그러니까.. 그러지 않아도 돼 ”

 

장생.. 다리의 말에.. 대답대신.. 작은 한숨이.. 입가로 새어나온다.

 마음을 들켜버려.. 곤란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

 다리.. 그냥.. 웃어 보인다.

 

 “ 처음부터.. 웃어주길 바라지 않을게.

 천천히 하자..우리. “

 

 장생..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듯한..다리의 얼굴을.

 마치..처음 만난 사람을 보는 듯.. 바라보다가..

 그녀의 미소를 보며..애써 함께 웃어본다.

#. 공길과 장생의 처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장생.

 먼저 들어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정리하고 있던 공길이..

문 소리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들어오는 장생을 향해..

 살며시..미소를 짓는다.

장생.. 그 미소에.. 괜시리.. 배알이 꼬인다.

 

 “ 뭐 좋아..실실 웃냐? 얄미운 놈.”

 

공길.. 그런 장생을 보며..

 

 “ 좋지..

 세상 겁나는 거 없이.. 천방지축이던 장생이가 장가를 간다는 데..

 좋지 안 좋아? “

 

 장생.. 여전히..불만이 가득한 얼굴로..공길을 보다,

 털썩 드러눕는다.

 

 “ 너..진짜 얄미운 거 알아?

생각해보면..

어쨌든.. 결국엔.. 니가 하고 싶은 데로..해버리잖아.

광대패를 떠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너 정말.. 그 먼데까지 가서.. 잘 해낼 수 있겠어?

 내가.. 너 혼자 보내놓고..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휴... 저 고집을 .. 누가 말려..“

 

한숨을 푹푹 쉬며.. 투덜거리는.. 장생을 바라보는

공길의 눈빛이..아련하다..

잠시 멈추었던.. 손길을 바삐 움직여.. 짐을 다 챙긴 후,

 이부자리를.. 정리하고는.. 장생의 곁에 눕는 공길.

 양 손을 뒷머리에.. 배고 누워 있던 장생이..

 고개를 돌려 공길을 바라본다.

공길.. 그 눈길을.. 모른 체 하며.. 눈을 감아버리는 데..

 

 “ 길아.. ”

 

 공길.. 눈을 감은 체로..

 

“ .. 왜..? 곤하다... 일찍 자자. ”

 

 장생.. 한 손으로 공길의 머리를.. 들고는..

 제 한쪽 팔을 공길의 머리 밑으로 밀어 넣어, 팔베개를 해준다.

공길.. 그런 장생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 ..참나. 왜.. 안하던 짓 하구 그래?”

 

 공길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장생.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팔베개 하고 있던 제 팔을 끌어당기자,

 공길.. 그대로.. 장생의 품으로 들어오는 데..

장생의 왼쪽 가슴에.. 몸을 기댄 공길. 장생을 올려보며,

 

 “ ..어? 진짜.. 이상하네.

 왜 이래.. 징그럽게..

에그.. 저리 떨어져! “

 

 장생. 공길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공길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

제 머리를 받치고 있던..오른 팔을 공길의 등 뒤로 감아.. 꼬옥 안는다.

 

 “ 으..숨막혀.. 진짜.. 오늘 이상하네.. ”

 

 장생.. 공길을.. 품에 꼬옥.. 안고는..

 제 턱 밑에.. 있는.. 공길의 머리카락에.. 가만히..뺨을 가져다 댄다.

 

 “ 이젠..

 언제..이렇게..너랑 둘이 누울 수 있을지 모르잖어.

기억해 두려구. 니 냄새..

 좋다. 이렇게. 꼬옥.. 안고 있으니까..

 꼭.. 너랑.. 한 몸 인거 같아. " 

 

공길.. 가만히.. 장생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의 허리로..한 팔을 둘러.. 꼬옥.. 안아준다.

 

 “ 넌.. 언제나..내가 걱정 없이 기대도 될 만큼.. 크게 보였는데..

 오늘은.. 내가 널.. 안아줘야 할 것 같다.

 걱정 마.. 다 잘 될거야..

 난.. 걱정안해. “

 

 공길의 말에.. 장생.. 몸을 낮춰..

공길의 품으로 머리를 묻는다.

 공길.. 두 팔 벌려.. 장생의.. 단단한.. 등을 천천히 쓸어내려준다.

 

“ 난.. 걱정돼..

 벌써부터.. 니가 보고 싶으니까..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

 

보고 싶어서.. 가슴 졸일 땐..

 이 잔인한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그들이다.

언제나처럼.. 시간은.. 지속되지만..

 그 시간을 거스를 수도.. 멈춰 세울 수도 없는.. 한낱 인간에겐..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이..

 어쩔 수 없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로를 보듬어 안은 그들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