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이 키운 외과의사4

김영준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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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키운 외과의사4

루이14세가 치질에 걸려 곤란을 겪던 그때, 궁 밖에서는 천재외과의 한명이 등장하게 되었으니, 그의 이름이 바로 샤를 프랑수아 펠리였다.

당시 펠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던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된 치질에 대한 자신감…

펠리는 이걸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생각을 하게 된다.

“전하! 저에게 딱 6개월만 주십시오! 전하의 치질을 고쳐드리겠습니다.”

펠리의 말에 루이14세는 귀가 솔깃해 지는데, 루이14세는 갈등하게 된다. 수술받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 3년전 왕비가 죽자 비공식적으로 몰래 결혼한 마담 드 맹트농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그러나 이런 위험부담을 떠안을 정도로 치질의 고통은 극심했다.

“대신에 수술 실패하면…네 목숨은 없는거다.”

 

1686년 11월18일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는 역사적인 루이14세의 치질수술이 시작된다.

펠리는 그 동안 얻은 지식을 총동원해 루이14세의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루이14세는 감동했다.

“1686년을 ‘치질의 해’로 선포한다. 그리고 허접스러운 저 어의들은 당장 쫓아내! 꼴도 보기 싫다!”

 

펠리의 인생역전이었다. 인생역전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는데,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왕과 비슷한 생활을 했던 귀족들도 한명 건너 한명의 비율로 치질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펠리는 이들 모두를 수술해주게 된다. 그 결과 펠리뿐만 아니라 외과의사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뒤바뀌게 된다.

“내과의사 그 자식들은 툭 하면 관장하고, 피 뽑는거 밖에 못하잖아?”

“의사라면 적어도 펠리 정도는 되야하는 거 아냐?”

“외과의사가 내과의사보다 나은 거 같다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내과 이놈들은 그냥저냥 농담 따먹기나 할줄 아는데, 외과의사들은 하다못해 붕대라도 감아주잖아?”

“전하도 이제 외과의사들을 더 믿으시는 거 같아.”

 

절대왕정국가에서 왕의 신임은 곧 출세였다.

이제 시대의 대세는 외과의가 되었다. 비천한 의사라면서 상대도 해주지 않았던 외과의사들의 신분이 수직상승하게 되었다.

 

외과의사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외과의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때부터 외과의사들은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게 되었고, 이는 곧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내과의사들로부터 갖은 멸시를 다 받던 외과의사들은 이제 내과의사들과 같은 선상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만약 루이14세의 치질이 아니었다면, 외과의사들의 대우는 어땠을까?

펠리가 루이14세의 치질을 고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교차로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