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개헌 제안] 레임덕 막고 정부 주도권 잡기 ‘승부수’

황규상200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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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함에 따라 대선 정국이 개헌 정국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 제안 배경=지난해 이후 개헌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을 제안한 것은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충분히 성숙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본보 여론조사에서 4년 중임제 지지가 67.7%로 나타나는 등 최근 들어 단임제보다는 4년 연임제 또는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앞서가기 시작했고,정치권에서도 개헌시기를 놓고 이견만 있을 뿐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낮은 지지율 속에 임기말 레임덕에 허덕이는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과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개헌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일거에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노대통령 개헌 제안] 레임덕 막고 정부 주도권 잡기 ‘승부수’
국면 전환을 통해 현재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형성돼 있는 대선구도를 흔들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노대통령이 밝힌 대로 올해가 개헌을 할 수 있는 최적기여서 이 시기를 놓치면 이런 기회는 앞으로 20년 뒤에나 맞을 수 있다는 시기적 절박성이 노 대통령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된 듯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부터 개헌을 준비해 왔고 지난해 정기국회가 끝난 뒤 구체적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 개헌 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 아래 향후 일정과 관련한 로드맵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개헌 내용=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어떻게 일치시킬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부적인 것까지 얘기하면 논의가 지연되고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면서 “큰 원칙만 정해진다면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은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오는 12월19일 17대 대선을 예정대로 치르되 내년 4월의 18대 총선을 앞당겨 실시해 내년 2,3월 경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4년 임기를 동시에 시작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것은 전면 개헌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이른바 ‘원 포인트(One Point)’ 개헌이다. 전면 개헌은 다음 정부로 미루고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대통령 임기 조항만 올해 안에 바꾸자는 얘기다.

정·부통령제로 할 것인지 여부도 아직 거론할 시기가 아니며,노 대통령 임기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즉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중임할 수 없다’는 헌법 70조 한 조항만이라도 고쳐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개헌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정·부통령제 도입여부는 추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개헌 가능성=개헌 성사 여부는 한나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 예비 대선주자는 물론 당론으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노 대통령의 제안은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하고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최소한 30명이 찬성하지 않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개헌안 발의에서 국민투표까지 60∼90일이 소요되는 일정을 감안해 2∼3월에 개헌을 발의한 뒤 국민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이 담화 발표 직후 “멀지 않은 시기에 개헌 문제에 대해 충분히 답변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간 분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만일 한나라당이 개헌을 수용한다면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해도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 개헌을 수용할 가능성이 없어 노 대통령과 여권은 국회 표 대결이라는 극한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이 끝까지 개헌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고,국회에서 표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