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사태, 설마 파국은 아니겠지?

최용일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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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대차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하고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열릴 예정이었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선거일정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연말 상여금 삭감지급에 따른 노조간부 철야농성, 잔업과 특근거부, 그리고 일부 노조원들의 시무식 난동, 서울 본사앞 규탄집회 등으로 계속 확대일로에 있던 성과금 투쟁이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업이라는 파국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시무식장 폭력사태를 계기로 노조 측의 불법 노동쟁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졌고, 회사측이 시무식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노조간부 22명 및 폭력과 잔업거부를 주도한 26명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 대응을 천명했으며, 일부 조합원들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면서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도 사과를 권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악화된 분위기에서 파업을 결정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노조집행부는 조합원 총회보다는 손쉬운 대의원회의를 통하여 파업을 관철시키는 등 화해보다는 옥쇄를 결정한 느낌이고, 이에 따라 강경대응을 천명해온 회사측이 파업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할 것인지 타협을 모색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 일단 공이 회사측에 넘어온 형국이다.


노조가 조합원의 요구를 명분으로 현 사태를 파업 국면까지 끌고 가는 것은 2개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파업을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현대차 노조의 현 집행부는 지난 해 말 터진 간부의 납품비리에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위원장을 포함한 새 집행부를 뽑아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현대차 노조가 소속될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이다.


금속노조의 주축세력인 현대차 노조의 박 위원장으로서는 오는 2월 중순께 2개의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서 어차피 불명예 퇴진하게 될 일부 간부들이 금속노조로 자리를 옮기기 위한 호기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견제세력들로서도 이 같은 '반전'의 노림수를 알고 있지만 일반 조합원들이 "성과금을 받아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놓고 파업을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반대로 선거에서 집행부를 장악하려면 더욱 선명성을 부각시켜 "절대 회사에 밀리지 않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집행부의 파업 수순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비리행위로 불신에 직면해 있던 노조집행부가 미지급 성과금 문제를 이용하고, 다른 현장의 노동조직들이 경쟁적으로 동조하였으며, 회사 측도 10여년간이나 계속된 노사분규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파업을 방조내지는 유도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노사양측 모두 파업의 적법성 확보나 회사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지금 정작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인 현대차의 밑바닥에서부터 위험신호가 켜진 것을 간과한 채 노사의 잘잘못을 한가하게 따지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국민경제 차원에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6위의 자동차업체로 끊임없는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의 몇 안 되는 스타기업이며,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도요타 생산방식을 본받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도요타 경쟁력의 핵심은 이른바 작업자 중심의 ‘도요타 생산방식’이다.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현장밀착형 교육훈련을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한 사람이 여러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처럼 생산의 유연화, 노동의 유연화가 가능한 생산방식은 최첨단 자동화 설비보다 생산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도요타의 제도나 설비를 흉내 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흉내 낸다 치더라도  끝내 따라갈 수 없었던 마지막 ‘비결’이 바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과, 그것의 바탕이 된 노사 협력, 노사 신뢰의 문화였던 것이다. 도요타는 회사 어느 규정에도 고용보장 조항이 없지만 고용 불안 또한 없다. 50년 이상 단 한 번도 정리해고가 없었던 인간존중의 경영철학이 그것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1998년 미국의 신용평가회사가 도요타의 종신고용을 문제삼아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하자 오쿠다 히로시 당시 사장은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자는 자신부터 먼저 할복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니 도요타가 50년 이상 무파업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면 현대차는 노사간 단체협약 곳곳에 고용보장 장치가 있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 IMF이후 구조조정하면 인원정리부터 생각하는 문화가 도입된 한국적 현실에서 회사가 어려운데 감원을 망설이는 최고경영자는 ‘무능’이라는 낙인과 함께 바로 목이 잘린다. 경영자가 목숨을 걸고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기업과, 형편이 조금만 어려워도 가차없이 감원을 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같을 수 없다. 노사 불신만 갈수록 커지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사 협력이 필요한 일들마다 되는 일이 없다.


그 결과는 회사 성과로 나타난다. 현대차는 생산성면에서 경쟁력 1위인 도요타의 60% 수준에 불과하며, 1인당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도요타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조원을 넘었으며, 2001년 이후 연간 이익이 100억 달러를 넘은 해가 다섯 번이나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50년 이상의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도요타와 현대차간의 격차는 도저히 건너기 힘든 강처럼 여겨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도요타가 유연생산방식을 자랑하는 반면 현대차에서는 한쪽 라인은 주문이 밀려 연장근무를 하는데도, 바로 옆의 라인은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 노사는 모두 주간연속2교대제(심야를 제외한 나머지 근무시간을 2교대로 운영) 도입이 임금 보전과 생산량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그렇지만 노조는 인력 전환배치에 소극적이다. 전주공장의 재배치 계획은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고, 울산의 5공장 증설도 주차장 확보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아산공장은 쏘나타 생산을 울산공장으로 넘겨 그랜저 전용공장으로 바꾸고, 울산공장은 대신 클릭을 인도 공장으로 넘기는 차종 재배치 계획도 진전이 없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도요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글로벌 톱5’ 달성이라는 회사의 비전과 가치보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 더 집착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돈에 똥독이 들었다”고 자조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모르니 일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기고 보자”고 말하는 풍토이니 성과달성을 못했다고 성과급을 못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일부 차종은 도요타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뒤처져 있다. 

 

현대차 파업사태, 설마 파국은 아니겠지?

 

현대차가 도요타에 비해 유일하게 경쟁력 있는 것은 공권력도, 인사관리도 무서워하지 않고 물불을 안 가리는 강고한 파업연대의 힘뿐인 듯하다. 노사가 똘똘 뭉쳐도 경쟁력이 있을까 말까 한 판에 50년 연속 무파업에 5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을 10년 연속 파업이나 하면서 어떻게 따라 잡을 것인가. 이러한 파업사태가 계속되는 한 추월이 요원할 뿐 아니라 점점 더 뒤처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한국노사관계의 특수성이 이 더 문제다.


그래서 현대차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람들, 여론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간해서 양비론을 해답으로 내놓지도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대차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으니 노조의 일방적인 자제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의 여론은 반좌파적, 반노조적 기류를 강하게 띄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차 노조는 상대적 좌파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소속이며, 그 중에서도 몇 안 되는 강성 노조라는 점에서 집중타를 맞게 생겼다. 게다가 별로 예절을 따지지 않지만 가끔 불거질 때마다 따지는 버르장머리 논리로 보건대 시무식장 난동은 용서받지 못할 무례인 것이다.


반기업적 정서와 반노조적 정서가 겹칠 때 고작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현대차 불매 운동같은 움직임이고, 주식시장에서는 금속노조 소속 기업의 주식 투자 거부 움직임 정도일 것이지만 노조에게 그리 유리한 국면이 되기보다는 사측의 강경입장만 부추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사 불신이 노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회사는 지금껏 노조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한 적이 없고, 노조도 더 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양보한 적이 없으며, 노사 모두 화합을 얘기하지만 회사는 “노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노조는 “회사가 먼저”라고 버틴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다 노사 둘 다 패자가 될 공산이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현대차 노사 모두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변화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현대차의 위기 신호는 노사 신뢰가 없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임을 노사관계를 지켜보고 충고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는 자치가 원칙이지만 꼭 개입해야 할 정부 측이나 기타 중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원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밉지만 아무 때나 때릴 게 아니라,때릴 때를 가려서 때려야 하고, 때리려면 분명하게, 아프게 때려야 한다.

 

낄 데 끼워야지 안 낄 데 끼우면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