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sky

김근호200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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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어 , 피에르 해가 중천인데 아직까지 자는거니  "

 

가만히 눈을 떴다. 눈동자가 파란색이고 금발인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인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말투였다.

 

" 아아, 여태까지 자버린건가 "

 

내 이름은 피에르이다. 여기는 에스카다국 약간 왼쪽에 위치한 약간 동떨어진 지방, 엘리드이다. 여기서 나는 그냥 한 서커스단의 광대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파는 일을 한다. 딱히 다른 재주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웃음을 파는 일을 한다. 그래서 항상 내 마음속의 웃음이라는 단어는 매진상태이다.

 

툭툭털고 일어나니 요셉이 날 쳐다봤다. 요셉은 아까 그 전형적인 서양인이다. 나는 조용히 뭉친 뒷머리를 손빗을 젓으면서 나지막히 말했다.

 

 

" 또 왜. 오늘만해도 내 낮잠을 깨운게 몇번째인줄 알아? "

 

" 아 그래두, 또 웃음을 팔아야하잖아. "

 

" 하, 또 예정에 없던 예약 손님인가... "

 

나와 요셉은 목장쪽으로 걸어갔다. 이유는 정기적으로 요셉이 끄는 우편 마차가 출발할 시간이 거의 되어가기 때문이었다. 도착했다.

검은 몸에 흰 목깃을 가지고 있는 매끈한 말과 그 뒤에 걸려있는 작은 빨간색 마차가 눈에 띄었다.

 

나와 요셉은 마차에 올라탔다. 요셉은 마부석에, 나는 뒤 빨간 마차의 지붕에,

 

요셉이 말했다.

 

" 하하, 오늘도 맑은 날인가? 피부에 느껴지는 바람이 나쁘지 않군. 그렇지 않나? "

 

" 그래, 맑은 날이지. 맑은 날이야. "

 

요셉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듯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 이 말은 굉장히 똑똑한 것 같아.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타고 우편을 나눠줄 수 있을걸? "

 

나는 피식 웃었다.

 

" 짜식, 새 말이 좋다면 좋다고 하지 뭐하러 그리 돌려말한담. "

 

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 30년 후 ,

 

 

" 일어나게, 벌써 중천일세 "

 

피에르가 말했다.

 

이제는 금발이 백발로 변해가는 두 노인이 아침에 만나 서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광대일은 서커스단이 망해버려 한참 전부터 할 수 없었고, 지금은 요셉의 우편일로만 두명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요셉이 옆에 있던 손에 익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다.

 

피에르가 말했다

 

" 하하, 벌써 풍이 온겐가? "

 

" 뭐 그렇지. 사람도 늙고, 말도 늙고... "

 

둘은 또다시 항상 그래왔듯이 빨간 마차로 걸어갔다.

30년 전의 그 말은, 이미 노쇠할대로 노쇠해서 무릎을 드는 것 조차 힘겨워 보였다.

 

" 이려 "

 

요셉이 말했다. 그 늙은 말은 예전의 그 힘찬 발걸음을 주저하고 타각타각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편을 다 나누어주고, 요셉과 피에르는 요셉의 집에서 쉬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빨간마차를 집앞에 매어둔채로...

 

" 우리도 참 많이 늙지 않았나? "

 

" 그렇지, 그무엇도 세월을 막을 수는 없어. "

 

갑자기 가끔 푸르륵 거리던 그 말의 소리가 멎었고, 풀썩 이라는 소리와 굉음과 함께 빨간 마차가 넘어졌다. 둘은 놀라서 나가보았다.

그 말은 죽어있었다. 아마 일하기엔 너무 늙은 나이였던 것 같다.

 

요셉이 달려가 흐느꼈다.

 

 

"  흐흑, 안돼, 네가 없으면, 나는, 나는, 흐흑.. "

 

피에르는 세상 만사가 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요셉의 어깨를 토닥였다.

 

요셉은 그날 이후로 먹을 것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눈에는 생기가 없어졌다. 어느날 갑자기 요셉이 거리로 나갈 채비를 했다. 피에르는 그 모습을 보고 이제 활기차지겠지. 하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요셉은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인도 맞은편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그 말과 똑같이 생긴 검고 흰갈기의 말이 있었다. 요셉은 그대로 차도로 뛰어나갔다. 큰 트럭이 미처 자기를 보지 못했던 것도 모른채로

 

 

"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

 

쾅.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중에는 물론 피에르도 있었다. 피에르는 굽실굽실거리고 있는 트럭운전사의 멱살을 잡았다.

 

" 자네!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는가? 당신이 내 친구 요셉을 살려낼 수 있기에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가? 왜 말을 못하나!! "

 

피에르는 뒷말을 못있고 무릎을 꿇었다. 그 때 그 뒤에 있던 목격자가 말했다.

 

" 근데요. 솔직히 잘못한건 트럭 운전사님이 아니라 그 노인분이셔요.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가고 있었다구요. 근데 빤히 보고서도 알아서 뛰어나오셨다고요. 마치 눈먼 장님처럼.. "

 

피에르는 순간 섬칫했다.

 

'눈먼 장님?'

 

 

30년 전에 그말이 떠올랐다

 

' 이 말은 굉장히 똑똑한 것 같아.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타고 우편을 나눠줄 수 있을걸? '

 

'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

'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

'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

'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

' 아마 눈먼 사람이라도 이 마차를 '

 

 

...

 

 

피에르는 요셉의 시체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요셉의 눈꺼풀을 열어보았다.

 

 

 

 

 

하얀색이었다. 검은색이어야할 눈동자가 하얀색이었다.

 

그렇게 백내장으로 보이지도 않는 눈을 가지고 고작 친한 친구 한명 먹여살리려고 통풍이 온 몸과 그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30년간 우편마차를 끌어왔던 것이다.

 

피에르는 울기 시작했다.

 

" 흐흑, 자네, 안보인 이 하늘을 맑다고 말한 것도, 눈먼 사람이라도 마차를 끌 수 있다고 말한것도, 흐흐흑, 다 그것 때문인가? 고작 이 잘난 몸뚱아리 먹여살리려고? 자네는 늘 항상 그랬어! 항상 모든 위험은 자기가 무릅쓰고! 항상 편해보이려고 하고,..,.,  흐흑,  안돼!!!!!!! 이렇게 가면 안돼! 이럴 순 없어. 아직 해주지 못한 게 많은데! 안돼! 안돼! 안돼...  흐흐흑,, 흑, "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피에르는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창밖에 흘러들어오는 햇살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액자하나를 보며 말했다. 그 액자에는 두 남자와 뒤의 말 한필과 빨간 마차가 있는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 오늘은 참 맑은 날이군, 자네 볼에 스치는 바람도 그리 상쾌하지 않지는 않을 것 같아... 오늘은 뭔가 세상이 하얗게 보이는 군, 아마 나도 자네 따라 갈 것 같아. 이 여름날 자네의 마차를 타고 가는 그 바람이 정말 상쾌했는데,, 이제 나도 자네와 함께 하나님의 곁으로...  "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 액자의 말 목덜미에는 일부러 깎은 듯한 하얀 털이 있었다. 그 모양을 자세히 보니 이렇게 쓰여있었다.

 

 

 

 

' s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