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야?”라고 물으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과 쉽게 교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휴대전화를 손 안에 거머쥐면서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휴대전화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정주사회를 다시 (신)유목사회로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여타 통신기기와 마찬가지로 전화 역시 군사적 ․ 산업적 목적으로 출현하였으나, 이제 그것이 이동성을 갖춘 휴대품으로 진화하면서 전방위 사교를 위한 도구, 나아가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반짝반짝하는 여성 미디어론자들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장기간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유폐되어왔던 여성이 그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사회문화적 전위세력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풀이한다. 도구적 성격이 탈각되어가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됨으로써, 기술과 사회 혹은 기술과 성의 관계가 재구성되어 언어 감각이 탁월한 10대 소녀들이 소통사회의 주역으로 대두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녀@디지털 아시아’라는 제명에는 오늘날의 거시적 동향을 지시하는 용어들이 빼곡히 뒤섞여 있다. 따라서 책 내용 역시 대단히 트렌디하다. 이러한 시사성 때문에 수월치 않은 주제들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지만, 저자들의 문제의식이나 통찰력, 그리고 동원된 방법론은 대단히 독창적이고 높은 수준에 있다. 찬찬히 읽어갈수록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트렌디 아카데미즘’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때때로 지적 의욕이 넘쳐 현장 체험에 대한 “두터운 기술(thick description)”이 “얇은 기술(thin description)”로 귀결한 아쉬움이 거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 생각될 뿐.
모바일 소녀@디지털 아시아
2007년 1월의 읽을 만한 책
저 / 역자 : 이동후 외
출판사 : 한울
2006.11.20 / 352쪽 / 23,000원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야?”라고 물으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과 쉽게 교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휴대전화를 손 안에 거머쥐면서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휴대전화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정주사회를 다시 (신)유목사회로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여타 통신기기와 마찬가지로 전화 역시 군사적 ․ 산업적 목적으로 출현하였으나, 이제 그것이 이동성을 갖춘 휴대품으로 진화하면서 전방위 사교를 위한 도구, 나아가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반짝반짝하는 여성 미디어론자들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장기간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유폐되어왔던 여성이 그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사회문화적 전위세력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풀이한다. 도구적 성격이 탈각되어가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됨으로써, 기술과 사회 혹은 기술과 성의 관계가 재구성되어 언어 감각이 탁월한 10대 소녀들이 소통사회의 주역으로 대두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녀@디지털 아시아’라는 제명에는 오늘날의 거시적 동향을 지시하는 용어들이 빼곡히 뒤섞여 있다. 따라서 책 내용 역시 대단히 트렌디하다. 이러한 시사성 때문에 수월치 않은 주제들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지만, 저자들의 문제의식이나 통찰력, 그리고 동원된 방법론은 대단히 독창적이고 높은 수준에 있다. 찬찬히 읽어갈수록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트렌디 아카데미즘’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때때로 지적 의욕이 넘쳐 현장 체험에 대한 “두터운 기술(thick description)”이 “얇은 기술(thin description)”로 귀결한 아쉬움이 거의 유일한 ‘옥의 티’라고 생각될 뿐.
추천위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