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빅이슈다

참여연대200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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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빅 이슈다 진영종 참여연대 운영위부위원장, 성공회대 영문과 교수 2007-01-01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이나 집단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통합력과 화합력이 부족한 경직된 사회이다. 실제로 사회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유를 대면서 여러 소수 집단을 배제하는 사회는 언젠가는 어느 누구든지 정치, 사회, 문화적인 이유로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 가정이 없는 사람들, 홀로 사는 나이 든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거리에서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뒷골목, 지하도, 구석진 골방에서 힘들게 숨쉬며 존재해 왔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고, 함께 숨쉬며 지내게 하는 일은 사회를 더 맑고, 평등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가정도, 친구도, 직업도 없는 홈리스

유럽에서 잠시 살아보거나 여행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인상중 하나가 ‘유럽은 노인의 나라인가’하는 의구심이다.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에서도 길거리에 노인들이 많이 다닌다. 날씨 좋은 날 공원이나 산책로에 가보면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지키고 있을 터이니,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보다 노인인구가 특별히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자원활동가들의 안내로 공원이나 산책길을 걷고 있는 육체, 정신의 장애우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표현이 좀 거칠지만, 갑자기 유럽은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회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어디에선가는 숨쉬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인 사람들이 아닌가.

특히 유럽의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가정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홈리스(homeless)들을 우리말로는 노숙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노숙자라는 말이 영어의 홈리스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두 옮겨주지는 못한다. 홈이란 물리적인 집, 가정의 의미도 있지만, 정서적인 가정의 의미도 함께 있다. 그러므로 홈리스란 살 곳이 없을 뿐더러, 함께 지낼 사람도 없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생계의 수단도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닌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홈리스란 가정이 없을 뿐더러, 친구도 없고, 직업도 없는 사람들이다.

빅 이슈를 파는 홈리스들

영국의 도시 길거리에서 우리는 두 부류의 홈리스들을 만나게 된다. 가정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직장도 없는 사람들이 유일한 친구인 개를 데리고 담요를 덮어쓰고 앉아서 구걸을 하는 것이다. 개는 인간보다 체온이 높기 때문에 홈리스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된다. 이들은 조용하게 길가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홈리스들은 좀 시끄럽다. 모양새는 홈리스 같아 보이지만 목에 표찰을 차고 길거리에서 “빅 이슈, 빅 이슈!”라고 외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빅 이슈”라고 외치는 홈리스는 소리를 지르면서 무언가를 팔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홈리스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다.

‘(The Big Issue)’는 홈리스들이 길거리에서 파는 잡지이다. 다루는 내용은 주로 시사문제와 문화, 예술계의 평론들이다. 1996년 이후에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스파이스 걸스 등 유명 연예인과의 인터뷰도 싣기 시작했고, 유명 정치인과의 인터뷰도 싣는다. 또 저명한 저술가들이 객원 편집자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잡지의 필자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저명한 사람들이며, 잡지의 수준도 매우 높아 여러 차례 수상을 한 적도 있다. 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며 오직 홈리스와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다. 즉, 어떤 정치집단이나 매체와 연관되지 않은 독립적인 매체이다.

또 이 잡지의 고정란인 ‘가로등’은 홈리스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공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로등’에는 홈리스의 당당한 주장들이 실린다. 한 예로 홈리스들이 여관을 이용하려 할 때 개를 받아주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간혹 목욕을 위해서나 몸이 아플 때 따뜻하게 쉬려고 여관에 가면 나의 친구 개를 받아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나를 멀리하는 인간보다 개가 훨씬 더 가까운 친구이다. 그런데, 여관에서 개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나와 내 친구 모두를 차별하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홈리스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삶의 주인 되도록 도와주는 빅 이슈 재단

는 뉴욕의 홈리스들이 “길거리 소식(Street News)”이라는 신문을 파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화장품 업체 바디 샵의 고든 로딕의 도움으로 1991년 9월 월간지로 창간되었다. 93년에 주간지로 개편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맨체스터, 글라스고우, 카디프, 브리스톨, 버밍햄 등에서 자매지가 출판되기 시작했으며, 국제적으로도 호주의 시드니,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같은 목적의 잡지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거리 매체 국제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Street Papers)를 결성하였다.
이 잡지를 파는 사람들이 목에 표찰을 차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어딘가에 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함께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홈리스와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준다. 이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95년 빅이슈 재단이 설립되었다. 목적은 홈리스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재단의 설립자 존 버드 경의 이야기를 빌면, “많은 홈리스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데 의 도움을 받았다. 잡지를 팔면서 자신의 기술을 습득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되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절망적인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왔기 때문에 잡지를 파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홈리스들이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는 것을 도와준다. 스스로 돕는 것,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것, 독자성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다.”

빅 이슈 재단의 목적은 간단하다. 홈리스들이 스스로 판단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돕는 것이다. 그들을 거리로부터 가정이나 일자리, 직업훈련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원들이 필요로 하는 신발 등의 기본적인 필수품을 제공하는 작은 도움도 준다.

우선 홈리스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한다. 그것이 하룻밤이 되건, 며칠, 몇 달 혹은 영구적인 주거가 되건 돕는다. 또 장기적으로 홈리스들이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훈련을 지원한다. 집에서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기술에서 시작하여 다른 재원을 찾아서 직업훈련을 도와준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조직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많은 홈리스들이 알콜이나 마약과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홈리스들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상담과 치료는 필수적이므로 주거를 위한 단체, 의료단체, 마약 알콜 치료 단체 등과의 협력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치료와 해결을 위해서는 한 단체나 재단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는 것, 어느 나라나 공통의 진리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사람이 이 큰 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가 있다.

홈리스를 위한 사회운동의 빅 이슈를 만들어야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적은 돈도 홈리스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빅 이슈 재단의 활동이 홈리스들이 가정을 꾸리고, 친구를 사귀고, 직장을 얻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빅 이슈 재단이 설립된 이래 도움을 받은 홈리스들은 5,398명이며 현재 400명 이상의 홈리스들이 런던을 비롯한 영국 각지의 길거리에서 “빅 이슈”라고 고함을 지르며 주간지를 팔고 있다. 407명이 교육을 받거나 직업 훈련을 받았으며, 281명이 가정을 꾸렸고, 75명이 직장을 잡았다. 빅 이슈 재단 홈페이지에 소개된 33살의 존은 이렇게 말한다. “2년 전만 해도 나는 길거리에서 골판지 상자에서 살았어요. 이젠 런던대학교 학생이죠. 제가 한 것은 조금 밖에 없는데…….의 도움이 컸죠.” 그는 를 팔다가 교육을 받고 싶어 재단에 지원을 요청해서 대학교에 등록할 수 있었다.

영국의 길거리에서 고함을 지르는 다소 이상한(?) 홈리스들의 배후에는 이러한 큰 사회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시작은 작은 영감에서 시작했지만 곧바로 이 영감이 전국적으로 국제적으로 실체를 갖춘 활동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한국사회에서도 지하도에 숨어있는 노숙자들이 길거리로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게 할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이 마련될 날을 기대해 본다.

쪾15 파운드(약 2만 7천 원)면 를 파는 사람이 지역학교에 1년 동안 등록할 수 있습니다.
쪾50 파운드(약 9만 원)면 판매원이 짐꾼으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자전거를 살 수 있습니다.
쪾100 파운드(약 18만 원)면 판매원이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쪾240 파운드(약 40만 원)면 새로운 가정을 꾸릴 가구와 기본 가재도구를 살 수 있습니다.
쪾2,000 파운드(360만 원)면 6명의 잡지 판매원이 창의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과정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쪾1만 파운드(1,800만 원)면 재단에서 전국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교육과정의 교재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사회] 통권 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