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고객은 봉이야

최종선2007.01.17
조회62
AS비용으로 마케팅비용 수익 보완… 부품가격 국산차의 3~9배 웃돌아

BMW 최고급 세단 7시리즈를 타는 윤모씨는 얼마전 라디에이터 이상으로 정비소를 찾았다. 수리를 맡기고 견적이 400만원 가량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실제 수리 후 정비센터에서 제시한 금액은 무려 750여만원. 윤씨가 정비소측에서 받은 견적서는 4장이나 됐는데 이 가운데 첫장 네줄만 한글로 돼 있고 나머지 내역은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었다. 윤씨는 도대체 무엇을 수리했는지 알 수 없었고, 너무 바가지라는 느낌이 들어 아예 다른 수입신차로 바꿀 생각이다.

윤씨는 이런 식의 정비소 운영으로 많은 안티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BMW 한번 잘못사면 수리비로 차값 만큼 날린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산 에쿠스 VS450의 라디에이터 가격은 12만9,000원이다. 7시리즈보다 한단계 아래급인 8,500만원 짜리 BMW 530i의 라디에이터 가격은 41만5,000원. 에쿠스의 3.5배나 된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사상 최대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입차 부품가격은 국산차에 비해 최대 3~9배를 웃도는 등 한국 소비자가 수입차업체들의 봉으로 전락하고 있다.

벤처기업 사장인 이모씨는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아우디 A6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는 아우디 정비소에 교체할 부품 검사를 의뢰했다. 체크한 결과 교체해야 할 부품 몇개가 검색됐고 이씨는 정비소의 말대로 수리를 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정비소가 내미는 견적서. 견적서에는 무려 20여가지의 부품교체 내역이 있었고 청구된 가격은 270만원이었다. 이씨는 정비센터에 항의했지만 정밀검사해 본 결과 모두 갈아야 하는 부품이어서 갈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씨는 이후 수입차를 전문으로 고치는 한 정비센터에 가서 견적서 내용을 알아본 결과 뒷창문 스위치, 후미등 전구, 브레이크 라이닝, 엔진오일, 오일필터, 타이밍벨트, 등속 조인트 등 이미 전 차주인이 얼마전 교체한 부품들이었다. 이씨는 부품가격도 국산차에 비해 4~5배나 비쌌다며 수리비 뻥튀기로 피해를 본 게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수입차의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오려면 물류비용이 많이 들고 제품별로 부품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일률적으로 매길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국산차업체 엔지니어 출신인 한 수입차 딜러는 최근 수입차업체의 마케팅비용 증가와 판매가격 할인 등으로 마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AS) 비용에서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왜곡된 수입차 시장구조는 고스란히 고객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정비소를 차려야 판매를 할 수 있는 딜러들은 자체 수익을 맞추기 위해 소모품과 부품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 수입차업체들이 북미시장이나 유럽시장에 진출해 파격적인 AS 전략을 펼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소비자를 크게 낮춰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시장확대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 만큼 수입차업계도 폭리를 취하기보다는 가격 혜택을 소비자에게 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입차는 올해 판매 대수 4만2,000대, 매출액 3조원대 수준, 시장점유율 4.4%가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귀족 마케팅을 이유로 국내 소비자를 현혹해온 행태를 바로잡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