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의 충격? - 보랏

김정오2007.01.17
조회84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가 마침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작년 11월 전미 박스오피스를 2주연속으로 점령했던 이 영화는 러시아에서는 상영이 금지되고 촬영장소였던 루마니아에서는 그 마을 주민들에게 고소를 당하는 등 숱한 논란거리를 제공했던 2006년의 문제작중 하나다. 도대체 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했었는데 시사회를 톤해 본 결과는 나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문화적 차이의 충격? - 보랏


 

우선 주연 배우인 보랏역을 맡고 이 영화의 제작을 담당한 샤샤 바론 코헨은 내 예상과는 달리 영국 출신의 배우였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이 사람이 정말 카자흐스탄쪽 사람인줄 알았다는....)  그가 과연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싶고...;;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래리 찰스란 감독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며 2003년 밥 딜런이 출연한 가명과 익명 (Masked and Anonymous)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이 그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영화 제목에도 씌여져 있듯이 이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방송국 리포터인 보랏이 미국에 문화 탐방을 와서 미국 문화를 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형식은 얼핏 보면 다큐멘터리의 형을 띄고 있는데 이러한 극적 장치는 영화를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자칫하면 허구적 상상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역효과를 일으킬수도 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심히 부담스럽게 생긴 보랏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엉뚱한 행동들을 거의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카자흐스탄의 방송리포터 보랏이 미국에 문화 탐방을 위해 뉴욕에 왔다가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의 TV에서 우연히 본 파멜라 엔더슨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를 만나기 위해 LA로 가는 과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 여정이 참 골치가 아프다.

 

문화적 차이의 충격? - 보랏


 

그는 여성단체 회원들과의 인터뷰 도중에 갑자기 여성비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해댄다거나 전직 국회의원과의 인터뷰 중에 자신의 아내의 젖으로 만든 치즈를 건네며 자기나라에선 친구랑 치즈를 나눠 먹는다고 먹인다거나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모여 있는 로데오 경기장에서 미국의 국가 연주에 맞춰 카자흐스탄이 최고의 나라이며 다른 나라들은 찌질이들이 지배하는 나라라며 노래하는등등의 수없이 많은 엽기적인 행동들을 서슴없이 행한다.

 

또한 TV속 베이와치에 나오는 파멜라 엔더슨을 보고 한눈에 반했으나 아내가 무서워서 파멜라에게 갈수 없다며 한탄 하다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동생을 산책시키다가 숲속에서 곰에게 강간(?)을 당해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 좋아하며 하이파이브를 한다거나 유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멋모르고 투숙했다가 그집 주인이 유태인이란 사실을 알고는 두려움에 떨다가 -이장면은 마치 "블레어 윗치"를 패러디한것 같다- 바퀴벌레를 보고 주인이 변신해서 자신을 죽이러 온거라며 소스라치며 도망가는등의 엽기적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는 그후에 자신을 유태인들로 부터 지키기 위해 곰을 한마리 산다...ㅡ.,ㅡ)

 

문화적 차이의 충격? - 보랏


 

더 많은 엽기적 행동들이 있지만 차마 글로 쓰기엔 그래서 이만 줄이겠지만 정말 상상이상의 그 무엇을 보랏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의 엽기를 보게 될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심히 민망했었다. 성적인 농담들로 가득한 대사들과 추악해 보이기 까지하는 보랏의 행동들은 아무생각없이 코믹물로만 알고 영화를 접하면 심한 충격을 받을수도 있을 정도의 수위를 가진 것들이다.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도 난감할 정도로 말이다. 따라서 그런것들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으신 분들은 가급적 관람을 자제하시길 바란다.

 

사실 이 영화가 미국문화의 허상을 들췄다거나 위선을 풍자했다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봤을때 약소국가이며 사실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카자흐스탄이란 나라에서 온 보랏이 미국의 각종 문화들 (미국의 유머들, 여권신장운동, 정치문화, 게이문화, 기독교문화, 매춘문제, 흑인문화 등등...)을 조롱하듯 행동하는 것들을 보면 약간의 통쾌함을 느낄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풍자나 조롱을 위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비하시키거나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정당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극중에서 한 여성이 보랏을 보고 문화적 차이를 언급한것 처럼 아마도 우리 역시 이 영화를 보고 불쾌함을 나타내는것은 분명 우리와 그들 간의 문화적 차이라 말할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불쾌감이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분명 이 영화는 정상적인 영화는 아니다. 영화적 형식 자체도 파격적이며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 구성등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  정말 뭐라 말하기 난해한 영화 한편을 본것 같다. 그리고 당분간 잊지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