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김수정200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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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고슴도치 / 위기철 / 청년사     요즘은 서점이 참 좋군. 책을 검색하면 책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안내문을 출력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고슴도치

 

나는 뭐, 이렇게 까지 해줘도, 잘 찾지 못해서

일하는 언니께 찾아달라 부탁을.... ㅋ

하지만 조그만 책이 선반 맨 아랫쪽에서 큰 책들 사이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규....

물론 언니분은 한번에 쏙 찾아내서, 뭐야 이 매장에 있는 책의 위치를 죄다 외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여튼,

정남쓰의 적극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지금 한창 읽고 있던 책이 6~70년대 배경 미국 책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한국적인 현실감이 엄청났고,,

번역본만 읽다가 오리지날 한국 작가의 책을 읽으니,

역시 한글로 맛깔나게 표현해 해는 능력에

어허, 유후, 과연~ 등등을 연발하게 되더라.


웃기기도 넘 웃겨서,

자연스레 큭큭큭 웃게되고..

중간중간 그림이 넘 귀여워서 하나 찍어올까 하다가,,

이시대의 지성인인 대학생 중 한명으로서;;;

소명의식을 십분 발휘하여;;;;

꾹꾹 참고 삽화가의 저작권을 보호해 주었다;;;;;

(사진 찍을때 찰칵 소리나는게 부끄러워서 그런게 절대! 아니다;;;;)

 

여튼,,

타인의 접근이 불안하기만 한 고슴도치 한마리인 헌제.

그의 고슴도치 탈출기!

로 요약 되는 내용.

 

누구나 각자 자신의 어느 부분 만큼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게

하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그 영역이 무지하게 넓어 헌제처럼 고슴도치 같이 보일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그 영역을 가장 최소한으로 설정하여, 친한 친구 뿐 아니라 아직은 낯선 자들에게까지 자신의 많은 영역에 기꺼이 들어올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영역 100% 를 완전히 개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가족 사이라도,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아무리 연인 사이라도,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누구든 고슴도치로 변신하는 마지막 경계선은 갖게 마련이다.

 

난 어렸을 적 질투가 너무 많아서,

내가 나를 개방하는 것 만큼, 남도 나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한 사람에게 특히 많이 개방하면,

그사람도 오직 나에게만 특히 많이 개방해야 한다고 졸라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여튼 지금은,

완전히 받아들였다.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타인의 개방 정도, 자기 영역 수호에

서운해 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근데 이런 나의 자세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인지, 아님 단념에 불과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책 내용과 상관없는 인상적인 구절 컬렉션.

(선정기준은 내 눈에 딱 꽂혀 다음장으로 넘어가기 힘들게 만드느냐의 여부이다.)

 

무릇 작가가 작품 속에서 할말을 다 못하면 작품 밖에서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헌제와 그의 딸 유진이의 미술관 감상 방법은 참 재미있다. 작품을 보고 무엇을 닮았는지 상상해 보는 것. 작품의 제목에 얽매여 감상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제목이 아닌 작품 자체이면 충분하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의 작가로서, 작품은 빈약하기 짝이없고, 작품 밖에선 엄청난 변명들을 쏟아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의 싸이월드는 이런 변명들을 쏟아내는 場이라고나 할까...;;;

 

왜냐하면 내 자신이 무척 불쌍한 아이라는 상상을 하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 어린시절 놀림 받고서 우는 것을 멈추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명신의 대사. ㅋㅋ 빨강머리 앤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 이런 캐릭터는 늘 사랑은 받더라니깐. ㅎㅎ;;

 

그녀를 다시보기 전에는 그리움이었던 감정이 이제 점점 지겨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 헤어진 연인 연화를 만나는 헌제의 느낌.

그리운 존재는 뒤에서 몰래 보아야 한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막상 만나면 할말을 잃어서 정말 지겨운 자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분명 앞으로도 계속 그리워 하게 되겠지.

 

연화 : 나랑 결혼하는 그 남자도 한 번 이혼한 적이 있는 남자야. 유진이만한 사내아이도 있어.

(헌제 : 바보같은 자식.. 그는 자신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

--> 이혼남인 헌제가 애인이던 연화와 헤어진 이유 중 하나가, 이혼남인 채로 연화를 힘들게 하지 말라는 연화 어머니의 만류 때문. 그치만 연화 어머니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가 연화와 헤어진 가장 큰이유.

남자들은 때론 둘 사이의 뭔가 문제를 극복해낼 용기가 없어서 헤어지곤 한다. 도망가고 싶은 것이지. 좋은 것을 얻어야 할때의 난관을 극복하긴 싫고, 그냥 몸과 맘 편한채 두 손이 비어있는게 낫다는 생각이겠지. 그런 사람들은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철 좀 더 들고 나서 하시지...

 

'몹시 슬픈' 자는 결코 엉엉 울지 않으며 오직 억울한 자만이 엉엉 우는 법이다. 억울함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지만 슬픔은 스스로를 향한 감정이니까.

--> 삽화가인 헌제가 몹시 슬픈 시계를 그리는 장면. 엉엉 우는 모습을 그리다가 지우면서 생각한다. 몹시 슬픈 자는 결코 엉엉 울지 않는다고.. 사실 나는, '몹시 슬퍼' 본지가 너무 오래된거 같다. 물론 '조금 슬플' 때는 꽤 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의 관계에서 대체 누가 누구를 버린다는 말인가. 단지 그저 버림받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을 뿐.

--> 옳소.. 옳소..

 

절대로 안속으려고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들이야 말로 사실은 진짜로 속고 있는 거예요. 그것도 일종의 피해망상증이라구요. 슬픈 장면이 나오면 그냥 울고, 악당이 나오면 그냥 분개하면 되잖아요.

--> 드라마의 요목조목을 따지면서 저건 뻥이야, 말도 안돼, 하고 있는 세진에게 명신이 하는 대사. 나도 '열아홉 순정'을 보면서 말도 안돼~ 라고 외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 허구를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보는 수준이었으니, 나의  '말도 안돼~'는 피해망상이라기 보다는, '부러워~'의 다른 표현 아닐까? ㅋ;;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고, 입이 두 개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헌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 식당에서 메밀국수를 먹는 것과 동시에 말이 끊이지 않는 명신을 보며 헌제가 하는 생각. 왠지 생각하는게 넘 우껴서 ㅋㅋ 웃어버렸다. 아놔;;; 넘 깜찍한 발상 아니야?! ㅋㅋㅋ

 

명신 : 좋아요, 그럼 30초의 여유를 줄테니까 저랑 결혼하고 싶은 이유를 딱 세가지만 대봐요.

헌제 :그건 30초도 필요 없어요. 첫째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당신 곁에 있고싶기 때문이고, 셋째는 그래야만 당신이 나를 일으켜 줄 것 같기 때문이죠.

명신 : 세번재 이유 때문에 봐주는 줄 알아요. 결혼도 하기 전에 얼어 죽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

--> 헌제가 고슴도치 탈을 벗고, 스키장에서 고꾸라진 채 명신에게 프러포즈 하는 장면. 나름 엄청나게 감동적인 프러포즈 였다 *^^*

근데 개인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일순간에 변할 수 있는 것인지.. 뭐랄까, 헌제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난 사람이 급하게 변하면 사랑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가 없던데.. 내가 이상한건가?!

 

그곳까지 오기 위해 그는 일생동안 헤매고 다닌 기분이 들었다.

-->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헤매고 다니는 중!! 이라고 믿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