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김유진2007.01.19
조회22
사랑을 말하다.

두 건의 결혼식이 뒤엉킨 복잡한 예식장.

 - 저기 혹시..

 아기를 안고 있던 한 여자가 남자에게 멈칫멈칫 말을 걸었다.

 - 예, 무슨 일이신지..

 눈썹을 찡긋거리는 남자의 반응에 여자는 순간 주책맞을 정도로
 반가운 표정이 되면서..

 - 허~  어머!  설마설마 했는데 맞구나~
   저 기억 안나세요?  선경이 친군데..

 - 선경이 친구..?  선경이?  아~! 선경이!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같은 것이 터져 나왔다.

 - 아~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게 몇년만이죠?

 8년만인가..?  9년인가..?  언뜻 햇수도 계산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래전에 얘기..
 한때 세상 둘도 없는 사랑을 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지쳤다며
 떠나가 버렸던 그녀.

 지금 아기를 안고 남자앞에 서있는 여자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었다.
 가끔 귀찮을 정도로 두사람의 데이트에 껴들고 했던..
 여자는 서둘러 그녀의 소식을 전한다.

 - 참!  선경이도 결혼한거 아시죠?
   걔 남편이랑 마포에서 고깃집해요
   언제 한번 놀러가 보세요. 되게 반가워할거예요

 순간 남자는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결혼을 했다니..
 심지어 남편과 고깃집을 한다니..

 - 참 신기하네요. 선경이.. 고기 참 안 좋아했는데..

 남자의 멍한 한마디에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에이~  설마요?
   걔 친구들 사이에서 고기 킬러로 유명했어요
   별명이 '육식소녀' 였는데요?

 여자의 자신있는 말투.
 하지만 남자도 밀리지 않았다.

 - 아니에요.  제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저도 그렇고, 선경이도
   그렇고 둘다 고기를 안 좋아했어요
   거기다 우린 둘다 비오는 날을 워낙 좋아해서  비만 오면   
   맨날 짬뽕, 우동.. 뭐 그런거 먹으러 갔던거 같은데..

 그 말에 친구는 썩은 미소를 휘날리면서 말하길,

 -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구요?
   선경이 비오는 날은 나오기 귀찮다고 우리랑 약속하면 맨날
   펑크내는 애였어요
   어머, 근데 걔가 연애할땐 그런 사기를 치고 다녔단 말이에요?


 사랑이 끝난뒤 

 그 사람의 진실을 확인하는 일은 대체로 괴롭습니다.
 알고보니 그랬다는.. 다들 알고 나만 몰랐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

 하지만 또 모든 진실이 괴롭기만한 것은 아니죠.
 니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니가 좋아하는 날씨는 나도 좋아한다고..

 그때,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무수한 거짓말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