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실존했던 거상(巨商) 임상옥이란 인물을 그려낸 소설. 몇 년 전 MBC에서 드라마로 방영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이다. 당시 드라마도 안 봤던 내가 2006년 어느 날, 문득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그리고 곧 2007년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열었다. #1.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당부를 하셨는데 나에게는 "철학책을 몇 권 읽어보라"는 말씀을 전하셨다. 뜬금없이 철학 책이라니. 어린 마음에 수학,과학 보다는 국어,사회를 곧잘 해서 그러셨나 생각했다. 얼마 뒤 서점에서 '철학에세이'라는 책을 샀으나 좀 읽다 말았다.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대학진학 무렵, 나는 무엇을 배워 어떤 사람이 될까 고민하던 중 선생님의 당시 말씀이 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이따금 지금도 궁금할 때가 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여하간 나는 속된말로 '장사꾼' 들이 모인다는 경영학부에 진학,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기대와 바람과는 어긋한 선택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내가 왜 경영학부에 왔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는 것. (-_-;)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지도 만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니 '商業之道', 곧 상업에도 도(道)가 있으며 그 도를 이룬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이미 제목을 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막상 임상옥의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지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영리 추구를 벗어나 좀더 성숙한 기업가가 되는 것은 누구나 이야기한다. 그러나 상업에서의 도(道)를 추구한다는 것은 아무나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이미 드라마로도 방영되었고 출간한지 6년이 지난 소설에 나는 신선함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모처럼 느끼는 그 스릴과 긴장감을 마음껏 만끽하며 지난 며칠을 책만 읽으며 보냈다. #2. 死 (죽을 사) 鼎 (솥 정) 戒盈祈願 與爾同死 (계영기원 여이동사) 위의 세 가지는 임상옥이 3번의 위기를 맞았을 때 각각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 준 단서다. 잠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던 시절, 석숭스님이 마지막 떠날 때 전해 준 것들이었다. 물론 임상옥이 갖추었던 학식과 지혜 자체가 풍부하기도 했지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석숭 스님이 알려준 저 단서들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상불(商佛)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가슴에 와닿는, 기억에 남는 것 역시 저 세 가지 단서다. 그것은 임상옥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며, 작가 자신도 바로 그것을 이야기싶어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사라는 것, 사업이라는 것, 어차피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쉽지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위의 세 가지 교훈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살아서 요동치는 생명력을 가진 글자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솥 정(鼎) 자와 세 번째인 戒盈祈願 與爾同死 (계영기원 여이동사), 즉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는 구절이 인상깊다. 개인이 끊임없는 욕망을 다스리고 균형을 이루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돈 수십억, 수백억을 만지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것은 초등학생에게도 동일한 명제이다. 하물며 나같은 대학생에게도 그런 욕망이 없을까.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저 글자들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우리 시대는 어떠할까. 거상은 존재할까. 아니, 당시 조선사회와 비추어 거상이 태어날 환경은 조성되어 있는걸까. 언제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반사적인 경계와 비판을 반복한다. 무덤덤해져 버린 각종 단어들, 글로벌, 세계화, 경쟁력, 핵심인재 같은 것과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도되는 국내외 경제계의 현실은 깔끔하고 깨끗하기보다 난장판에 투기판 같다. 이 시대에 임상옥이 있었다면 과연 그는 거상이 될 수 있었을까. 작가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혹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 김 회장을 등장시킨 것 같다. 자신은 바퀴에 미쳐서 바퀴벌레라는 이야기를 남긴 김 회장. 그는 생전에 임상옥을 마음 깊이 따르고 있었으며 신차 '이카로스'가 완성되자 비운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어찌됐든 김 회장이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 속 구조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나는 어떻게 될까. '商業之道(상업지도)'를 깨달을 수 있을까. #4. 임상옥은 젊은 시절부터 남다른 수완과 안목으로 거부가 된다. 그러다 인생이 황혼기에 도를 깨닫고 그것을 전부 나누어 주며 자신은 조그만 채소밭은 가꾸는 평범한 노인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의문점은 왜 항상 인생의 말년에만 깨달음이 오느가 이다. 만약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이란 것을 젊었을 때 깨달았다면 과연 임상옥의 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나는 가끔 이런 모습에 혼란스럽다. 가끔 젊은 시절 놀 것 다 놀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 '개같이' 돈을 긁어모은 뒤 느즈막히 예수를 영접하고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이 간증을 한다. 물론 좋은 얘기들이지만 결론에는 그 재산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 그럼 뭘까. 젋었을 때부터 나름의 신앙이 있어 차마 그렇게는 살지 못했는데 결국 별로 나눌 것은 없는 신앙인들에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건가. 천국에서의 상급이 다르다고 하지만 아직 천국은 안 가봐서 모르는 것이고 천국까지 간다면 상급이 얼마나 중요할까. 그렇다면 이생에서 놀 것 다 놀고 즐길 것도 즐기면서 열심히 돈 좀 긁어모은 뒤 말년에 좋은 일 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 이 것 또한 멋진 삶이라 할 수 있는건가. 아직도 내 믿음은 한참 멀은 거겠지. #5. 나는 최인호가 부럽다.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라는 에세이를 통해 처음 이 분의 책을 접했다. 거론하기도 숨찬 숱한 히트작들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즈음 '유립' 이라는 총 6권의 장편대하소설을 또 한 번 발간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작품을 내놓은 엄청난 생산력, 다산력은 물론이요 그 꺼지지 않는 열정이 부럽다. 꽤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 불교관련 소설을 시작으로 이번에 '유림'을 통해 유교 사상을 정리하는 소설을 완간했다. 차기 작품은 기독교 사상과 관련된 소설이라 하니 그것 또한 흥미롭다. '상도'에서도 기존의 불교적 색채 외에 유교와 기독교(천주교) 관련 내용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한 소설가에게서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건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분이 어렸을 때부 터 매일같이 종이에 무언가 글을 써왔다는데 그것이 참 무섭다. '유림' 도 읽고싶어졌다.
商道(상도) 1~5
조선시대 실존했던 거상(巨商) 임상옥이란 인물을 그려낸 소설.
몇 년 전 MBC에서 드라마로 방영해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이다. 당시 드라마도 안 봤던 내가 2006년 어느 날, 문득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그리고 곧 2007년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열었다.
#1.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당부를 하셨는데 나에게는 "철학책을 몇 권 읽어보라"는
말씀을 전하셨다. 뜬금없이 철학 책이라니. 어린 마음에 수학,과학
보다는 국어,사회를 곧잘 해서 그러셨나 생각했다. 얼마 뒤
서점에서 '철학에세이'라는 책을 샀으나 좀 읽다 말았다.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대학진학 무렵, 나는 무엇을 배워 어떤 사람이 될까
고민하던 중 선생님의 당시 말씀이 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이따금 지금도 궁금할 때가 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여하간 나는 속된말로 '장사꾼' 들이 모인다는 경영학부에 진학,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기대와 바람과는 어긋한 선택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내가 왜 경영학부에 왔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는 것. (-_-;)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지도 만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니 '商業之道', 곧 상업에도 도(道)가 있으며
그 도를 이룬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이미 제목을
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막상 임상옥의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지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영리 추구를
벗어나 좀더 성숙한 기업가가 되는 것은 누구나 이야기한다.
그러나 상업에서의 도(道)를 추구한다는 것은 아무나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이미 드라마로도 방영되었고 출간한지
6년이 지난 소설에 나는 신선함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모처럼 느끼는 그 스릴과 긴장감을 마음껏 만끽하며 지난 며칠을
책만 읽으며 보냈다.
#2.
死 (죽을 사)
鼎 (솥 정)
戒盈祈願 與爾同死 (계영기원 여이동사)
위의 세 가지는 임상옥이 3번의 위기를 맞았을 때 각각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 준 단서다. 잠시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던 시절,
석숭스님이 마지막 떠날 때 전해 준 것들이었다. 물론 임상옥이
갖추었던 학식과 지혜 자체가 풍부하기도 했지만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석숭 스님이 알려준 저 단서들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상불(商佛)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가슴에 와닿는, 기억에 남는 것 역시
저 세 가지 단서다. 그것은 임상옥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며, 작가 자신도 바로 그것을
이야기싶어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사라는 것,
사업이라는 것, 어차피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쉽지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위의 세 가지 교훈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살아서
요동치는 생명력을 가진 글자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솥 정(鼎) 자와 세 번째인 戒盈祈願 與爾同死 (계영기원 여이동사),
즉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는
구절이 인상깊다. 개인이 끊임없는 욕망을 다스리고 균형을
이루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돈 수십억, 수백억을 만지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것은 초등학생에게도 동일한 명제이다.
하물며 나같은 대학생에게도 그런 욕망이 없을까.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저 글자들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우리 시대는 어떠할까. 거상은 존재할까. 아니, 당시 조선사회와
비추어 거상이 태어날 환경은 조성되어 있는걸까. 언제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반사적인 경계와 비판을
반복한다. 무덤덤해져 버린 각종 단어들, 글로벌, 세계화, 경쟁력,
핵심인재 같은 것과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도되는 국내외 경제계의
현실은 깔끔하고 깨끗하기보다 난장판에 투기판 같다. 이 시대에
임상옥이 있었다면 과연 그는 거상이 될 수 있었을까.
작가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혹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 김 회장을 등장시킨 것 같다. 자신은 바퀴에 미쳐서
바퀴벌레라는 이야기를 남긴 김 회장. 그는 생전에 임상옥을 마음
깊이 따르고 있었으며 신차 '이카로스'가 완성되자 비운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어찌됐든 김 회장이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 속
구조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나는 어떻게 될까.
'商業之道(상업지도)'를 깨달을 수 있을까.
#4.
임상옥은 젊은 시절부터 남다른 수완과 안목으로 거부가 된다.
그러다 인생이 황혼기에 도를 깨닫고 그것을 전부 나누어 주며
자신은 조그만 채소밭은 가꾸는 평범한 노인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의문점은 왜 항상 인생의 말년에만 깨달음이 오느가 이다.
만약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이란 것을 젊었을 때 깨달았다면
과연 임상옥의 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나는 가끔 이런 모습에
혼란스럽다. 가끔 젊은 시절 놀 것 다 놀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
'개같이' 돈을 긁어모은 뒤 느즈막히 예수를 영접하고 기독교인이
된 사람들이 간증을 한다. 물론 좋은 얘기들이지만 결론에는
그 재산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 그럼
뭘까. 젋었을 때부터 나름의 신앙이 있어 차마 그렇게는 살지
못했는데 결국 별로 나눌 것은 없는 신앙인들에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건가. 천국에서의 상급이 다르다고 하지만
아직 천국은 안 가봐서 모르는 것이고 천국까지 간다면 상급이
얼마나 중요할까. 그렇다면 이생에서 놀 것 다 놀고 즐길 것도
즐기면서 열심히 돈 좀 긁어모은 뒤 말년에 좋은 일 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 이 것 또한 멋진 삶이라 할 수 있는건가.
아직도 내 믿음은 한참 멀은 거겠지.
#5.
나는 최인호가 부럽다.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라는 에세이를 통해 처음 이 분의 책을
접했다. 거론하기도 숨찬 숱한 히트작들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즈음 '유립' 이라는
총 6권의 장편대하소설을 또 한 번 발간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작품을 내놓은 엄청난 생산력, 다산력은
물론이요 그 꺼지지 않는 열정이 부럽다. 꽤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 불교관련 소설을 시작으로 이번에 '유림'을 통해 유교
사상을 정리하는 소설을 완간했다. 차기 작품은 기독교 사상과
관련된 소설이라 하니 그것 또한 흥미롭다. '상도'에서도 기존의
불교적 색채 외에 유교와 기독교(천주교) 관련 내용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한 소설가에게서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건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분이 어렸을 때부
터 매일같이 종이에 무언가 글을 써왔다는데 그것이 참 무섭다.
'유림' 도 읽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