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②

이경숙200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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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②

 

 

◈ 어른들은 숫자를 매우 조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친구의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 하는 말은 절대로 묻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들은 '나이가 몇이니? 형제가 몇이니? 몸무게가 얼마나 되니? 그 애의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하고 묻는다. 그래야만 어른들은 그 친구를 알게 되었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 위에는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집을 보았어요. 붉은 벽돌로 지은 집이었죠.' 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결코 상상하지 못한다.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비로소 어른들은 '정말 굉장한 집이구나!' 하고 외치는 것이다.

 

 

◈ 바람이 불면 꽃은 다른 꽃들과 서로 뒤섞이면서 향기를 나누고 백조는 백조의 무리 속에서 평화를 얻는다. 사자는 무리를 지어서 사냥하고 기러기는 줄을 지어서 날아간다. 포도 덩굴은 서로에게 줄기를 감으면서 성장하고 밤나무는 무성한 숲을 이룬다.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고독을 즐기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고독은 지혜를 낳는다.

 

 

◈ 이 세상에 죽음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삶은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창공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곤 한다. 죽음의 그늘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더욱 고귀하게 만든다. 죽음으로 인해 탄생이 보다 소중할 수 있는 것이다.

 

 

◈ 학자들은 인간의 사랑을 다스리는 법칙까지도 발견했다. 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결코 학자들의 기호가 아니다. 학자들은 나이 어린 소녀보다도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한다.

 

 

◈ 부모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 태왕과 달이 혹은 바다와 육지가 서로 어울릴 수 없듯이 우리도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제각기 태양과 달이며 바다와 육지이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를 통찰하며 서로 존경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 행복하다는 것은 소망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이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마음 속에 작은 소망의 불씨 하나를 남겨두는 일이다.

 

 

◈ 고통에 굴복당하지 마라. 고통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단지 그대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 그대를 쫓는 것은 그대가 그것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도망을 치면 안된다. 탓해서도 안된다. 두려운 생각을 해서도 안된다.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고통을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다. 고통을 가만히 풀어놓으면 저절로 해결된다. 그대는 오직 사랑을 맞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고통을 거역하지 말고 고통에서부터 도망치지 말고 고통을 사랑하라. 고통의 밑바닥이 얼마나 감미로운가를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사랑이란 천박하다. 진실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색과 침묵 속에서 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사랑이란 말이 없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조용히 관조한다는 뜻이다.

 

 

◈ 그대의 마음 속에 형제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형제와 이별해야 하는 슬픔도 심어주고 싶었다. 나는 또한 그대의 마음 속에 아내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아내와 헤어져 있는 슬픔도 심어주고 싶었다. 우물을 파는 사람들이 우물이 없을 때 느끼는 아쉬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 인간이란 결국 수많은 인연의 매듭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인연의 줄 뿐이다. 인연의 줄을 탁 놓아버리면, 인간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 나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당신을 받아들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다리를 절룩거린다면, 나는 당신에게 춤추자고 청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이런 저런 사람들을 싫어한다면, 그런 사람을 불러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에게 음식을 바칠 것이다. 당신을 좀 더 잘 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당신을 분석하거나 관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행위와 말을 가지고 당신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당신을 통하여 모든 행위와 말을 판단하리라.

 

 

◈ 나를 한층 성장시킬 수 있는 싸움의 상대자는 바로 나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 명성이나 향기로운 술이나 사랑이나 지성보다 더욱 고귀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은 우정이었다. 언제인가 쓸쓸한 날에 청춘에 대한 향수같은 것이 나를 엄습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학생 시절의 우정 때문일 것이다.

 

 

◈ 진리란 고독 속에서 홀로 익어가는 법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샘물은 우리가 혼자 있을 경우에만 솟아나온다. 예술가는 창작을 위해 작가는 사색을 위해 음악가는 작곡을 위해 화가는 영감을 위해 성자는 기도를 위해 혼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재발견하기 위해 반드시 고독이 필요하다. 그것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우리는 고독 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

 

 

◈ 천재의 운명. 천재는 이 세상에서 어둠을 밝히는 등대가 되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스스로는 이 세상의 답답함에 질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천재는 이런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것이다.

 

 

◈ 자유는 황금보다 고귀하다. 선택의 자유만 있다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 벗이여! 나는 그대의 우정이 이토록 필요한 모양이다. 나는 이성적인 논쟁을 초월하여 마음의 등불을 찾아가는 순례자들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는 길동무를 갈망한다. 나는 가끔씩 뜨거운 정열을 맛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나 자신을 초월하여 평화로운 장소에서 쉬고 싶은 것이다. 나는 배타적인 논쟁과 행동에 진저리가 난다. 우정이 나에게 주는 기쁨과 소중함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른다. 우정을 품고 있는 사람만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부드러운 사랑과 따뜻한 동정심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나는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대 곁에 있으면 나는 나 자신을 변호할 필요도, 나 자신을 옹호할 필요도, 나 자신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나는 곧 그대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꿈의 아름다운 술이 얼마나 붉고 얼마나 감미로운 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꿈을 함부로 허물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 참을 수 없는 인생의 가벼움과 무거움. 인생은 엄숙한 사건이나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을 잔뜩 늘어놓기도 한다.

 

 

 

생텍쥐페리《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