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

이영주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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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2007) 문흥미 글,그림 / 장차현실 글,그림 / 원혜진 글,그림 / 정혜용, 신영희 글,그림 / 난나 글,그림 / 권범철 글,그림 / 손문상 글,그림 / 정광숙 글,그림 | 길찾기 펴냄       만화를 보며 '빈곤의 여성화'를 절감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만화 무크지를 출간했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사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여성노동의 현실은 이렇게 어려움에 봉착해 있으니 변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적 이야기를 만화라는 편안한 형식으로 포장해 선동하는 교양자료집쯤 되지 않을까, 하는 빈곤한 상상력에, 올해 1월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을 읽는다는 설렘 정도가 이 책에 대한 내 기대의 전부였다.   아, 이런... 나의 빈곤한 상상력은 여성노동 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신자유주의가 정치 경제 문화 등 거대한 범주는 물론이고 일상까지 파고들어 삶 자체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숱한 보고서들을 읽고, 특히 여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결과들을 각종 통계치와 도표로 확인하면서도, 또 숱한 토론 속에서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문제를 제대로 해석해내지 않고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할 논리를 찾을 수 없다는 확신에 가까운 결론을 내려놓고도, 여전히 관념으로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초반 익숙한 여성노동의 이슈인 직장내 성차별과 성희롱,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로 거론되는 출산과 육아 문제를 읽을 때만 해도 '거 참 만화 잘 그렸네' 하고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 비정규직 유통노동자, KTX 여승무원, 청소용역노동자, 특수고용직 골프장 경기보조원, 한부모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여성노동 현실이 호소력 짙은 펜선에 실려 눈에 들어오면서 웃음은 눈물로, 짙은 한숨으로, 가슴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차오르는 분노로 변해갔다.   대놓고 선동하거나 이론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억압이 작동하는 구조를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또 그러한 가부장제적 여성억압이 신자유주의의 노동억압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이해시키는 것을 보면, 역시나 나처럼 이해력 딸리는 사람에게는 글보다는 그림이 효과적인 게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 한권의 만화책이 지금 현실이 이러하니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앞에서 여성이자 노동자인 나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 고 명쾌한 답변을 내려주진 않는다. 그 대답은 신자유주의 시대 '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노동자인, 바로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