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임보애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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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잘 익은 상처에서는 꽃 향기가 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당신이 손을 잡아 준 순간,

어쩐지 겹겹이 구부정한 주름틈에도 배꽃 향내 흥건하다.

 

마주보는 것이든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든

농익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그대로의 축복이요, 기적인 까닭에.

 

곰삭은 세월속에 비밀스레 발효한 우리네 마음결은

어느새 생의 너덜한 끄트머리를 능숙하게 기워줄지 모를일.

 

또 혹간 그러지 못한듯 어떠하랴.

우리생에 낡고 누추한 실밥 한 가닥,

그저 쓱싹 비벼 어느결에 찔러 넣어 줄,

 

난삽한 그대로 반겨줄 누군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그것은 언제나 어느 순간에도 수고롭지 아니할 것이다.

 

하여 내 인생 최고의 순간, 내 인생 최고의 마침표 아니 말 줄임표를

당신과 내가 이렇듯 사이좋게 나눠 찍을 수 있다면

그 때 주저 없이 덮어도 좋으리라.

 

나비의 그것을 닮은 이 행복한 마지막 장을.

 

그러니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로버트 브라우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