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 이대로는 안된다

이태복200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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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난민, 이대로는 안된다



  북한에서 탈출했던 국군포로 가족들의 강제 북송문제에 대한 들끓던 여론이 다른 이슈에 밀려 다시 잊혀지고 있다. 남쪽의 가족 품에 안기길 절실히 원했던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마 깊은 좌절과 절망감, 배신감, 그리고 혹독한 생존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을 것이다.


  이번 국군포로가족사건은 심양영사관사건에 이어 터진 대형사건이었고 다시 중국당국에 의해 북으로 송환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동북3성이나 연해주, 내몽골 등지에는 북한에서 넘어온 유랑민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북한을 벗어난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개 가난과 미래에 대한 절망이 큰 것 같다. 중국당국은 북한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구실로 적극적인 송환정책을 펴고 있다. 연변자치주를 비롯한 동북 국경지대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북한당국의 태도이다. 식량난이나 다른 이유로 북한지역을 벗어나 친인척이 있는 만주나 연해주 지역에 북한주민이 거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닐 터인데 송환작업에 열심이라는 점이다. 북한당국이 탈북난민의 송환작업에 나서지 않는다면, 탈북난민문제는 중국정부의 국제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탈북난민들은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될 존재이다. 중국, 북한, 한국 모두 유엔에 가입돼 있는 이상, 난민지위를 요구하는 그들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 한국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한국으로 귀환시켜야 할 사람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임무는 엄중하다. 이번 국군포로가족들에 대한 한국정부와 외교부의 대처는 수준 이하로 대사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정부의 외교부는 중국정부와의 외교마찰을 우려하지만,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외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식조차 번번이 배반하는 외교당국자들의 업무태도와 자세는 어째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재국가의 한국인과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와 국위선양, 한국인맥 만들기, 정보취득과 보고와 같은 기본적인 외교업무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승진풍토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로얄패밀리, 학벌과 지연 등에 의해 승진이 좌우돼왔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온갖 역사적 왜곡과 잘못 표기된 주재국 교과서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교민들이 한국대사들 만나기가 본국 대통령만나기와 같다는 불평이 나도는 현실에서 힘 없는 탈북난민들의 구조요청은 귀찮은 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외교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제스처는 어느 정권 때도 있어왔고 그 바람을 이용해 출세의 길을 달린 인사도 있었지만 한국교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우선 한국정부는 탈북난민들의 국제난민 지위 확보를 위한 외교노력을 중국당국과 벌려야 한다. 이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이 계속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언론도 탈북자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탈북난민, 혹은 난민으로 용어에서부터 바꾸어야 한다. 둘째, 정부당국은 국군포로, 납북자 등 당연히 귀국할 권리가 있는 국민들에 대해서 북한당국과 송환협상을 진행하고, 상시적인 긴급구조팀을 운영해 신속한 대처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북한당국과의 협의과정에서 일반 탈북난민들의 만주와 연해주 정착문제에 대한 태도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넷째, 외교부의 풍토는 한국정부의 반영일 것이므로, 제대로 된 정부 개혁 작업이 진행돼야 비로소 변화가 가능할 것이고, 한국교민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나올 것이다.


  탈북난민문제는 한국의 북방문제를 해결해가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므로 장-단기적 전략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인도적인 접근으로 그들의 고통과 불행을 해결하도록 적극 노력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