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로 결심한 표정같은 것이 있다.

김지예2007.01.23
조회61
헤어지기로 결심한 표정같은 것이 있다.

 고단한 사랑을 겨우겨우 지탱하던 사람이 이젠 정말 끝내야겠다고 생각할 때, 그런 순간만의 대표적인 표정같은 것이 있다.


 남자는 지금 그녀의 얼굴이 바로 그 표정이라는 것을 막 알아차렸다. 그건 화내거나 우는 표정이 아니라, 차라리 웃는 얼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체념이지만 약한 느낌이 아닌 강한 느낌.. 되돌릴 수 없음을 너무 잘 아는 아주 단호한 체념같은 것.

 울면서 헤어지자고 말할 때는 차라리 되돌릴 수 있었다. 화를 내면서 헤어지자고 말하는건 말하는 사람의 진심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표정,
 그리고 아무말도 없는 5분,

 남자는 정말 끝이 왔다는걸 직감했다.


 그녀는 왜 갑자기 이별을 결심했을까.?

 내 마음은 뭘까.?

 나도 헤어지고 싶은걸까.?

 나는 이미 헤어질걸 알고 이 자리에 나온걸까.?

 상황을 종합해서 여러가지로 결론을 내려 애써봤지만, 남자의 머릿속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미리 예견된 당연한 것 같기도 했고, '갑자기'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빌어야 하나..

 아니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척 뭘 먹겠냐고 물어볼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할까.?

 남잔 도저히 이런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별이 이렇게 코앞에 와 있는데도 꼭 남의 일인것 같았다.
 마치 카페에 마주앉아 있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대사를 쓰는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껏 남자가 불편해하는 적은 좀처럼 없었다.
 늘 기분을 맞춰주느라 조마조마했던건 여자쪽이었다.
 지금 남자의 불편함을 알아차린 여자는 그래서 허탈하게 통쾌했다.
 '나도 마지막에야 너를 한번 초조하게 만들어 보는구나..'

 하지만 갑자기 초라해진 남자가 불쌍해 보였다.
 '너, 나한테처럼 하면 아무도 끝까지 니 옆에 남아있지 않을텐데..'

 

 여자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말을 꺼냈다.
 '헤어지자.' 라고..

 남자는 충격을 받았다.

 '헤어지면 안돼.!' 라고 말할줄 알았다.

 최소한 '나.. 너랑 헤어지고 싶어..' 정도로 말할줄 알았다.

 근데 그녀는 지금 '헤어질거야..' 하고 말한다.

 헤어질거라고.?
 남자는 모자란 사람처럼 그녀가 한 말을 또한번 되풀이했다.
 
 헤어질거라고.?

 너 근데, 그렇게도 말할줄 알아.? 그렇게 말할줄 알았어.?

 말할줄 아는 애가 왜 이때까지는 맨날, 그렇게 원하는걸 시원하게  말할줄 알면서 왜 지금까지는 항상.. 

 그렇게 조르듯이 말하고, 불쌍한척 말하고, 구걸하듯 말했어.?
 남자는 따지려다가 그만 두었다.
 여자의 표정이 너무 단호해서, 너무 단호하게 체념한 얼굴이라서..


 헤어지기로 결심한 표정같은 것이 있다.
 가장 슬픈 순간을 눈물이나 화로 표현하지 않고, 무섭게 웃어버리는 얼굴, 다른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 같은 모습,

 헤어지겠다고 결심하는 것, 그건 어차피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므로..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