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테크 이렇게 -

최호원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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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300만 원이 남는데 우선 아파트 담보 대출 2억 원부터 무조건 갚아야겠죠? 그러면 저축이나 투자나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지만 그래도 빚 갚는 게 우선이죠?”

“근로자전세자금 대출 2년 만기가 돌아오는데 아무래도 펀드에 들어가 있는 자금을 빼서 갚아야겠어요. 지금 여윳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빚부터 갚는 게 정석이겠지요?”

자산 관리 상담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보통사람들의 부채에 대한 견해는 ‘무조건 빚은 갚고 보는 게 우선’이다. 또 ‘빚을 관리 한다’는 것은 무조건 돈이 생기는 대로 바로바로 갚는다는 뜻으로 통한다.

하지만 경제 및 금융 상황이 달라졌다. 빚도 잘 관리해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이제 부채 관리는 투자와 함께 자산 관리 시스템에 포함해야 할 큰 과제가 됐다.

먼저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대학교수이자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2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을 30% 범위 내로 제한했다. 또한 부채 상환 금액을 부부 소득의 30%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전혀 문제가 없다. 고민은 매월 소득에서 발생하는 잉여자금 300만 원의 운용 방법이다.

A 씨는 2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원리금균등상환으로 15년간 매월 140만 원(연 6%) 갚아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160만 원은 적립식 펀드로 3~5년 정도 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부부는 2억 원이라는 대출금이 부담스러워 솔루션을 변경하기로 했다. 잉여자금 300만 원을 전부 담보 대출 상환용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2가지 결론이 날 수 있다. 투자의 기회 비용이 어떻게 활용되고 상실되었는지 알 수 있다.

1안을 선택한 경우 부채 상환 기간이 2안보다 두 배 이상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기 시점에서 자산은 기대할 수 없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을 넓혀가거나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일으키고 다시 그 대출을 갚느라 또 몇 년이 흐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빚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2안의 경우는 어떤가. 부채 상환 기간 동안 투자를 병행했더니 이후 자산 규모 자체가 달라진다. A 씨가 84개월이 지난 뒤부터 월 300만 원씩 8년간 투자한다고 해도 자산은 3억9800만 원(연 8% 수익 가정)에 그치지만 2안대로 15년 동안 부채 상환과 투자를 겸할 경우엔 5억90만 원의 자산을 만들 수 있다. 결국 대출 상환 기간을 두 배 이상 길게 잡아도 1억1000만 원의 기회 비용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출 상환 기간 15년 이상일 경우엔 이자에 대해서 연 10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즉 과세 표준을 낮출 수 있고 17% 정도의 소득공제를 다시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15년간 소득공제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적절한 대출 상환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 사례를 통해 크게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적절한 부채는 투자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대출을 받았을 때는 대출 금액보다 매월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이 소득 대비 얼마나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 또 화폐가치를 생각한다면 아파트 담보 대출은 상환 기간을 길게 잡는 게 유리하다. 셋째, 아파트 담보 대출은 소득공제를 이용해 과세 표준을 낮출 수 있다. 또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이용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기업 과장인 B 씨의 사례도 빚테크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 B 씨는 처음 만났을 당시 10% 안팎의 높은 금리로 각종 대출받은 상태였다. 마이너스 대출이 총 3000만 원(연 10.5%)에다 부부 각각이 낸 신용대출이 총 3000만 원(연 8~9%), 전세자금 대출이 4000만 원(연 4.5%)에 달했다. 자산은 전세금 1억6000만 원이 전부인데, 부채 비율은 무려 60%가 넘은 것이다. 반면 월 500만 원의 수입임에도 100만 원만 적금에 넣고 있어서 소득 대비 저축률은 20% 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B 씨는 자녀도 없는 상태였다.

상담을 통해 누수자금을 찾고 재무 목표와 대출 상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면서 저축 여력을 50%로 올려 잡았다.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 보험을 정리하고 부부 용돈과 문화생활비 등을 줄인 결과였다. 무엇보다 100만 원씩 불입한 적금은 과감하게 해약했다. 그리고 연 10.5% 이자를 내는 마이너스 대출부터 갚기로 했다. 매월 200만 원을 만들어 15개월 동안 마이너스 계좌에 불입하면 우선 3000만 원 모두 상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금 100만 원에 100만 원의 자금을 더 확보한 셈이다. 마이너스 대출 3000만 원을 상환하고 나니 대출 이자로 나가던 26만 원 정도가 1년 뒤에 잉여자금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자금은 차이나펀드에 넣어 투자의 기회비용으로 살리기로 했다.

자산대비 부채비율 체크해야

15개월이 지나고 나서 B 씨 부부의 빚은 총 7000만 원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남편 명의의 신용대출 2000만 원은 매월 상환이 되는 게 아니라 1년마다 상환이 가능하다. 은행을 통해 이 대출을 마이너스 대출로 전환, 매월 200만 원의 자금을 다시 대출 상환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리는 9%에서 10%로 1% 올라갔지만 매월 200만 원을 갚아나가면 10개월이면 2000만 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 또 원금을 갚아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 또한 9.3%를 1년마다 적금을 가입해 만기금으로 갚는 것보다 휠씬 이익이다.

재무 목표와 대출 상환 계획을 명확하게 잡은 지 2년이 되자 이 가정은 5000만 원의 빚을 다 갚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2000만 원에 대한 이자 15만 원이 잉여로 남게 돼 다시 국내 펀드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았다.

이제 이들 부부의 빚은 부인 명의의 신용대출 1000만 원과 전세자금 대출 4000만 원이 남았다. 자산 대비 60%를 차지하던 부채 비율이 30%로 선으로 낮아진 것이다. 물론 금리가 더 높은 신용 대출을 갚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이미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적정선에 도달했기 때문에 훨씬 유연하게 자금 계획을 잡을 수 있다. 상환 계획을 잡는 동시에 전세자금 대출은 후순위로 미루고 대신 적절한 금액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은 4.5%의 낮은 금리인 데다 2년씩 두 번 더 연장이 가능하다. B 씨 부부는 잉여자금으로 3~4년간 펀드로 운용한 후 모든 빚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 경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빚 관리 방법은 ‘금리 높은 것부터 해결하라’다. 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면 무조건 갚는 게 유리하다. 현 상태에서 다른 투자로 8% 이상의 수익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대출 상환 계획은 가족 전체의 재무 목표 속에서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목표 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절약해 대출 상환 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또 하나는 대출 상환 이후 기존에 불입한 이자는 다른 투자로 돌려 또 다른 투자 기회를 노리라는 것이다. 빚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병행해야 투자에 대한 감각이 생기면서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광풍에 뛰어드는 사이 가구당 부채가 평균 3000만 원을 상회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부채도 자산이다. 자신의 재무 상황에 맞게끔 상환 계획을 세우고 적절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부채 비율을 유지하면 빚도 좋은 기회비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는 부채도 자산 관리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때가 된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합리적인 상환 계획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A 씨처럼 짧은 시각으로 결정해서도, B 씨처럼 빚만 키우고 있어서도 곤란하다. 스스로 판단이 어렵다면 재무 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필요한 재무 이벤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부동산 구입, 차량 구입, 자녀 교육비, 자녀 대학 등록금, 은퇴자금, 자녀 결혼자금 등 목돈이 필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부채는 미래 자산을 지키지 못하고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적절한 부채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에게 부채는 자산을 증가시키는 쪽이 아닌, 갉아 먹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적극적인 빚테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