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는 올해 가요계의 아이콘 중 하나다. 그들이 경쟁상대 없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거나 하기 때문은 아니다. SG워너비가 올해 최고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신화나 비, 세븐보다 더 인기있는 가수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그러기엔 아무리 인기가수라 해도 5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음반 판매량만을 인기의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SG워너비가 중요한 것은 노래만 주력하는 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지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들은 10~20대 대신 여전히 앨범을 적극적으로 사는 20대 중후반~30대까지의 음악팬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R&B적인 창법에 기존의 발라드 멜로디를 얹고, 고급스러운 톤의 리듬으로 꾸민 ‘한국식 R&B’는 음반 소비층에게 매력적이었다. 또 그들은 엔터테이너형 가수들과 달리 TV 오락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지 못하는 핸디캡을 스토리텔링이 뚜렷하고 톱스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돌파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BGM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이 PC앞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했다. 대형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에도 적극적이었던 SG워너비는 앨범뿐만 아니라 디지털 음원 시장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SG워너비의 성공 과정은 곧 가요계 전체의 유행이 됐다. 공격적인 뮤직비디오 마케팅, 특정 디지털 음원 사이트의 음원 공개를 통한 디지털 음원 차트 순위 상승, 그리고 어느 정도의 앨범 판매량. 가비 앤 제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 씨야 등 SG워너비의 방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여성 그룹들이 대거 데뷔했고, 장혜진과 바이브는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가수들을 위한 시장은 한계가 뚜렷하다. 앨범 판매량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디지털 음원 수익이 높다 해도 정액제로 이용되는 유료 디지털 음원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 또 앨범 수익이 도움이 된다 해도 앨범 판매량은 이제 20만장을 돌파한 가수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노래를 밀어도 노래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차이
더 큰 수익을 되기 위해선 가수가 엔터테이너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 디지털 음원 좀 안 팔리면 어떻고, 단일 앨범 판매량이 좀 뒤지면 어떠나. 대신 편당 몇 억짜리 CF를 찍으면 되는데. 드라마나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인지도를 유지하고, 비나 세븐처럼 잘생긴 청년들이 발라드에 비해 보다 자신의 남성적인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댄스 음악을 내세워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CF는 물론 몇 만에 달하는 그들의 팬들이 정규 앨범을 비롯해 관련 상품과 리패키지 앨범까지 사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수익의 몇배를 올릴 수도 있다. 한국식 R&B는 국내에서만 통하는 감성이지만 세계적 트렌드를 굉장히 빠르게 따라가는 (그래서 때론 트렌드인지 표절인지 분간이 안되기도 하는) 한국 댄스음악은 아시아 전역에 통할 가능성이 보다 높더, 거기에 춤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무대매너와 잘생긴 외모는 세계인 누구에게나 먹힐 수 있는 요소들이다. 비는 거기에 드라마를 통해 폭발력을 배가시키면서 미국에서까지 그 상품 가치를 인정받았고, 세븐은 일본에서 2년여에 걸친 꾸준한 활동으로 이제 내는 싱글마다 최소 오리콘 데일리 톱 10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가수가 됐다. 물론 데일리 톱 10이 사람 숫자로만 따지면 별로 많지 않은 듯하지만, 발매하자마자 앨범을 사는 사람들은 곧 그 가수의 열성팬 숫자를 뜻한다. 그들은 싱글 앨범도 사지만 공연도 가고,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도 산다. 비는 아시아 각 지역의 공연과 CF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번다.
이 정도의 톱스타가 아니라도 기획사 입장에서 엔터테이너형 스타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스타 개인의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 스타를 통해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변찮은 기획사라도 톱스타만 한 명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든 막대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워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직접 소속 연예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 제작도 가능하다. 이런 스타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는 여러 부작용을 낳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스타 하나 키워내는 것이 다른 어떤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대중은 좋은 가수에게서 ‘노래’를 듣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는 그가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그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한다(한국은 여기서 ‘앨범’을 빼야겠지만). SG워너비와 씨야를 기획한 GM이 다음 신인으로 연기가 가능한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겠다고 공언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노래 잘 부른다니까요
동방신기 앨범 리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방신기는 2집에서 노래만 부르는 가수와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을 함께 하는 가수 시장 양쪽을 다 가질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가요 시장에는 두 시장을 모두 노릴 수 있는 몇 가수들이 존재한다. 환희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발전 해 노래 잘하는 가수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이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를 통해 극대화 되면서 노래도 잘부르면서 드라마 출연까지 가능한 스타성이 있는 가수로 본격적인 행보를 할 수 있었다. 또 신화는 대표적인 엔터테이너형 그룹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 발라드곡 ‘Once in a life time'을 내놓았다. 그것은 그들의 열광적인 팬 층은 물론, 그들을 알고 있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포괄하는 음원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신화가 발라드를 하건 댄스를 하건 신화의 팬들은 그들의 음원을 소비할 것이고, 신화는 그들을 위해서는 리패키지 앨범이나 디지털 디스크 앨범을 내놓는다. 반면 일반 대중들은 ’Once in a life time'을 BGM으로 소비할 것이다. 신화라는 이름은 이미 다들 알고 있고, 그들이 발라드를 내놓으면 노래가 심하게 나쁘지 않는 한 한번쯤은 들어보게 된다. 게다가 무대를 많이 보여줘야 할 댄스곡과 달리 ‘Once in a life time'은 뮤직비디오나 인터넷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시아 지역 진출로 인해 활동중에도 자주 한국을 비웠던 신화로서는 효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개인적으로야 신화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긴 하지만).
그러나, 동방신기는 이들과는 또다른 방법으로 두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노래 잘부르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동방신기가 스타성을 가진 아이돌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만큼 많은 싱글을 내면서 모조리 일정 판매량 이상을 기록하는 그룹은 없다. 그러나, 노래를 잘부른다고? 물론, 그들이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노래를 잘 부를 뿐만 아니라, 그런 노래실력을 자신들의 캐릭터의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스타성을 가지면서도 극단적으로 팬층이 갈리는 아이돌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보컬리스트로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2집 앨범 ‘Rising sun'의 마지막 곡 ’약속했던 그 때에‘는 보컬리스트로서 동방신기 멤버들이 가진 특성을 마치 멤버들의 기본 목소리 값을 적용한 것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아카펠라로 진행되는 이 곡의 1절에서 동방신기는 영웅재중-유노윤호-믹키유천-최강창민-시아준수의 순서대로 솔로 파트를 부른다. 이는 그룹내에서 멤버들의 목소리 톤이 진해지는 순서와 똑같다. 영웅재중이 가장 부드럽고 넓게 퍼지는 목소리를 가진다면 유노윤호와 믹키유천은 좀 더 남성적인 목소리를, 최강창민과 시아준수는 R&B에 어울릴법한 진하고 밀도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웅재중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넓게 퍼지면서 공간을 채울 수 있다면 시아준수는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다. 또 영웅재중이 가장 낮은 음정을, 시아준수가 가장 높은 음정을 소화하는데서 알 수 있듯 원한다면 각자의 파트에 따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멤버마다 정해진 음역대가 있는 건 아니어서 시아준수가 곡에서 가장 음역대가 높은 ‘내 머릿속을... 내 모습은 선명해’를 부른 뒤, 곡 후반에는 영웅재중이 이 부분을 부르는 등 각 멤버들이 서로의 파트를 돌아가며 부를 수도 있다. 또한 유노윤호와 믹키유천의 경우 둘 다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믹키유천이 ‘Tonight'의 저음 나레이션에서처럼 좀 더 성숙하고 진한 목소리를 가진 것과 달리 유노윤호의 보컬은 아무리 R&B적인 창법으로 목소리를 꼬아 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갓 스무살이 된 소년과 청년 사이의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최강창민과 시아준수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다.
어느정도의 음역대 소화를 전제로 한 멤버 개개인의 목소리의 차별성은 멤버 개개인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독특한 특징들을 부여한다. 그들은 굳이 기획사에서 인위적으로 보컬이나 랩파트를 나눠주지 않아도 목소리 만으로 멤버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다. 또 그들은 저음에서부터 고음, 1절에서부터 후렴구까지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후렴구에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약속했던 그 때에'처럼 부드러운 톤에서 진한 톤으로,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곡에 임팩트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유노윤호의 ’내 머릿속을 모두 지워도....‘에서 영웅재중의 ’아픈 기억들 슬픈 눈물로...‘로 넘어가는 부분처럼 멤버간의 톤 차이를 이용해 임팩트를 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영웅재중 뒤에 갑자기 시아준수가 나오면서 시아준수의 진한 톤을 더 확실히 느끼게 해주거나, 시아준수 뒤에 영웅재중이 나오면서 가장 저음에서 고음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영웅재중의 목소리가 가진 깨끗한 맛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컬그룹으로서 동방신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이렇듯 다른 다섯 명의 톤이 모여 일반적인 보컬 그룹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기 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음정을 합창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화음을 낼 때 보다 풍부하게 곡을 채울 수 있고, 더불어 누굴 코러스의 메인으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느낌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영웅재중이 앞에 나설 때와 시아준수가 앞에 나서 코러스를 할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즉, 그들은 다섯이 모였을 때 꽤 다양한 화음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러스만으로도 사운드를 꽉 채울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리드보컬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그들의 코러스 자체가 하나의 훅처럼 사용될 수도 있는 그룹이다.
영웅재중부터 시아준수까지
‘약속했던 그 때에'에서도 ’그룹‘으로서 동방신기의 역량이 확연히 드러난다. 영웅재중으로부터 시아준수까지 노래가 이어진 뒤, ’약속했던 그 때에'는 별다른 구성적 변화 없이 후렴구를 두 번 더 반복하면서 노래를 끝낸다. 또 ‘내 머릿속을 모두 비워도 / 주체할 수 없이 저며 드는 추억이 / 너무 슬퍼서 너무 아파서 / 네 모습은 너무 선명해’나 ‘..... / 내 눈엔 너 하나만 떠올라’ 등 마지막 부분만 고음 / 저음으로 살짝 바꿔 진행되는 후렴구 멜로디는 음정을 서서히 높이거나 임팩트있게 처음부터 치고 들어가기 보다는 ‘주체할 수 없이 저며 드는 추억이’에서 약간 음정을 높인 뒤 다시 잔잔하게 곡을 끌고 가다가 끝에서 음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의 변화만 준다. 아카펠라로 이뤄진 이 노래 자체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런 잔잔한 느낌만 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Always there'는 편안하지만 밋밋할 수도 있는, 앨범 마지막에 어울리는 정도의 곡이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코러스는 이 곡에 어느 정도의 기승전결을 부여하면서 노래를 지루하지 않게 치장한다. 같은 멜로디로 구성돼 있지만 영웅재중의 ‘저 하늘을... ’과 유노윤호의 ‘저 태양을...’은 동방신기의 코러스에 따라 그 전개가 달라진다. 영웅재중의 파트에서는 저음 중심으로 잔잔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던 것이 유노윤호 파트에서는 조금 더 음정을 높이면서 조금 더 곡의 흐름을 끌어 올리고, 이 흐름은 믹키유천과 최강창민의 파트로 갈수록 점점 올라가면서 곡을 절정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곡의 절정인 시아준수의 보컬에서는 오히려 시아준수의 보컬이 임팩트 있게 치고 나오도록 각 마디의 끝 부분만 조금씩 따라 부르다가 다시 곡을 채우는 코러스로 곡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곡 마지막의 ‘너무 슬퍼서 .... 너 하나만 떠올라’ 부분에 이은 여음은 코러스가 솔로 보컬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저음부터 고음까지 층층이 음역대를 채우고 있는데, 이런 코러스가 깔리면서 멜로디상으로는 변화 없는 부분이 코러스에 깔린 묵직한 저음을 통해 곡의 마무리에 어울리는 무게를 갖는다.
물론 그들의 코러스는 혼자서도 거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화려한 코러스를 자랑하는 빅마마같은 그룹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다양한 톤과 다양한 음역대는 곡을 꽉 채울 정도로 곡에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미성이 남아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다 모였을 때 젊은 청년의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즉, 그들은 멤버 각각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것이 하나로 모였을 때 또 다른 특징을 가질 수 있다. 잘만 이용하면 동방신기의 코러스는 억지로 그룹의 성격을 부여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보컬’ 그룹으로서의 동방신기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팩트있는 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동방신기가 그들에게 맞는 곡을 만들어내기 그리 쉽지 않은 그룹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톤을 가진 보컬들을 하나의 곡으로 녹여내려면 보컬 각각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보컬 디렉팅을 통해 보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코러스까지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동방신기만의 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SM은 SM
두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동방신기의 특성보다는 멤버 각각의 역량에 기대거나, 지금까지 SM의 제작방식에 기댄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대표적인 예는 ‘Tonight'과 ’Rising sun'이다. 이 두곡은 동방신기의 역량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동방신기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얼굴 잘생겼을 뿐 실력없는’ 아이돌 그룹 특유의 편견을 강화한다. 물론, 'Tonight'에서 시아준수에서 영웅재중으로 이어지는 곡 후반의 애드립은 순식간에 고음을 낼 수 있는 그들의 역량을 보여주고, 후렴구로 쓰일 만큼 그대로 곡 전체를 지배하는 동방신기의 코러스, 그리고 곡 마지막에 계속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시합하듯 이어지는 멤버들의 애드립은 편견없이 듣는다면 결코 못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비교대상을 박효신이나 나얼로 잡는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가수들 중에서 이정도의 음처리를 보여주는 가수들이 차고 넘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곡은 지나칠정도로 기존 SM의 스타일과 닮아있다. 멤버 전원들이 모든 파트에서 힘을 넣고, 음을 지나치게 끄는 것은 모든 곡을 R&B처럼 소화시키는 SM, 정확하게 말하면 유영진의 악습이고, 멤버들이 연이어 애드립을 하는 것은 노래를 잘 부른다는 느낌 보다 오히려 곡의 맥락과 상관없이 과시용 애드립처럼 들린다. 이는 ‘Tonight'이 곡의 구성상 멤버들의 애드립이 없다면 곡의 절정을 찾기 쉽지 않다는데 이유가 있다. 이 곡은 처음부터 멤버들의 애드립을 통해 곡에 임팩트를 주려 노력한다. 처음부터 말 그대로 ’워우워어~‘가 난무한다. 또 1절의 구성을 보라. 멜로디 자체는 유노윤호에서 최강창민, 그리고 동방신기의 전체 코러스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구성이지만 거기에 시아 준수가 엄청나게 힘을 줘서 ’이른 아침 햇살의 따뜻함이죠..‘를 부르면서 따로 곡에 임팩트를 준다. 즉, 메인 멜로디의 흐름은 큰 변화가 없는데 거기에 갑자기 다른 요소가 끼어들어 곡의 흐름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뚱맞다.
물론 이는 갑자기 들어와서 밀도있는 톤과 매끈한 고음처리로 한 번에 임팩트를 주는 시아준수의 역량을 확인시켜주지만, 흐름 없이 갑자기 힘을 주는 이런 보컬은 보컬리스트의 기교를 자랑하는 것 이상의 정서적 힘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 곡은 2절에서도 시아준수 부분을 영웅재중으로 바꿔 똑같은 전개를 보여 곡의 구성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 그리고 또다시 보컬의 개인기를 이용해 곡을 억지로 절정으로 끌고 간다. 2절까지 멜로디가 그대로 반복된 뒤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보컬이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그 멜로디라는 것이 ’너무나 깊은...‘이나 ’I know....'처럼 곡의 맥락과 별개로 두 보컬이 엄청 힘을 주면서 처음부터 악센트를 주고, 그 다음에는 두 보컬이 번갈아가면서 소리를 지르며 애드립을 하는 식이라 곡의 맥이 계속 끊긴다. 남는 건 두 보컬이 말그대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는 것뿐이다. 그나마 이런 곡들이 연결되는 것은 ‘너무나 깊은...’부터 ‘I know...'까지 차분히 깔렸다가 점점 곡을 끌어올리는 동방신기의 코러스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곡이 뚜렷한 흐름없이 임팩트있는 부분들을 조각조각 모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정작 그 역할을 해야할 코러스가 제대로된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Stolen my soul / stolen my heart / 내 안에 그대가 너무나 넘쳐 /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걸요 / 내린 비를 맞은 아이처럼 / 대지 위에 뿌린 사랑처럼’은 실질적으로 ‘Stolen my heart'와 ’내 안에 그대가 너무나 넘쳐‘ 두 멜로디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다기 보다는 똑같은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동방신기의 코러스 역시 화음이 아니라 말그대로 떼창을 부르는 것처럼 똑같이 후렴구를 소화해 이 앨범에서 화음이 잘 된 곡들이 주는 정련된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한다. 보컬 자체의 가창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모든 파트마다 확실하게 임팩트를 주는 동방신기 멤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보컬의 기량이 아닌 노래의 정서적인 흐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Tonight'은 꽤 정신 사나운 곡이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파트에서 처음부터 소리를 질러버려야 하는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경우 안정적인 다른 곡들과 달리 이 곡에서는 지나치게 소리를 질러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약속했던 그 때에'같은 아카펠라 곡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Tonight'은 이 앨범의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녹음상태다. 이 앨범의 녹음 상태는 국내 메이저 음반 기획사가 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형편없다’. 곡 시작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며 라이브처럼 진행되는 ‘Tonight'의 녹음 상태가 그대로 앨범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라이브라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라이브라는 핑계로 보컬이나 각 사운드의 소리가 선명하지 못하고 멀리서 울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점이다. 이런 사운드는 과거 라이브 녹음이 좋지 않았을 때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선택하는 레코딩으로, 요즘에는 어지간한 라이브 앨범들은 현장성도 살리면서 사운드각각의 소리도 최대한 선명하게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의심나면 박정현이나 이승환의 라이브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이 앨범은 라이브가 아니라 라이브처럼 효과를 낸 곡에서, 심지어는 그 외의 곡들에서도 사운드가 명료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치 보컬에 에코를 넣은 것처럼 목소리가 울리고, 다른 사운드 역시 퍼지는 느낌이 난다. 비유하자면 한 발 떨어져서 부르는 노래를 듣는 느낌이다. 그만큼 생생하지 못하고 답답하다. 물론 SM은 급한 앨범 제작 일정에 이래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요즘 같은 세상에 이들의 곡을 오디오로 오랫동안 들을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뭉쳐 나오는 일반적인 컴퓨터 스피커로 듣는다면 이 앨범의 녹음 상태는 그러려니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기본의 문제다. 다른 가수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룹의 앨범을 이렇게 형편없이 녹음하면 혹시라도 이 앨범을 오디오나 CDP에 헤드폰을 물려 듣는 사람, 특히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들어왔던
20~30대 사이의 동방신기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Rising sun'의 첫 번째 문제는 여기 있다. HOT시절부터 동방신기에 이르기까지 인더스트리얼적인 리듬 프로그래밍과 헤비메틀적인 기타리프를 조합하길 즐겨했다. 이런 곡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듣는 사람을 계속 자극할 수 있도록 리듬 프로그래밍과 디스토션 기타가 매우 입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운드가 곡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곡을 휘몰아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Rising sun'의 사운드는 계속 어떤 사운드가 자극적으로 친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것이 입체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Now I cry...'부분의 기타사운드를 들어보라. 음정이나 톤 자체는 입체적으로 계속 좌우 전후로 왔다갔다 해야할 소리인데 녹음탓에 계속 보컬 뒤에서 징징거린다는 느낌만 준다. 당연히 곡의 파워가 떨어진다. 게다가 전주 부분에서 사운드는 볼륨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확 나오게 되는데, 이 때도 녹음문제로 인해 확 터져준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물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Tonight' 이상으로 이 곡은 멤버들의 보컬 역량에 의존한다. ’Rising sun'이 199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촌스러운 스타일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 곡은 멜로디와 랩, 혹은 멜로디와 멜로디 사이가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1절에서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랩이 끝난 뒤에 시아준수의 멜로디가 이어지는 부분이나, 영웅재중의 ‘마치 수많은 해답을 찾아가....’에 이어 간주와 믹키 유천의 ‘이 시간은 언제나...’로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그 뒤에 다시 후렴구로 이어지는 부분은 모두 개별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 부분들은 모두 ‘무식하게’ 이어지던 리듬을 끊어버리거나, 아예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식이다. 믹키유천과 영웅재중의 랩 뒤에는 갑자기 센 이펙트를 넣어 앞 부분과 곡을 단절 시킨 다음 다시 처음부터 느리게 곡을 전개해 다시 점차 곡의 속도를 높여 나가고, ‘마치 수많은 해답을 찾아가...’에서 한 번 절정에 오르면 갑자기 ‘Slow down'이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리듬이 등장해 새로운 부분이 전개되는 식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Tonight'이 그러하듯 각각의 임팩트는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곡 전체적인 그림은 생뚱맞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들은 그나마 곡의 멜로디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을 때다. 최강 창민의 ‘절망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파트로 넘어가면서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은 이 곡 최대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이 부분에서 동방신기 멤버들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특징중 하나가 드러난다는 것은 중요하다. 동방신기 멤버들은 각각의 음역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해진 음역대 안에서 다이나믹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즉, 짧은 시간 안에 저음에서 고음으로, 혹은 그 반대의 멜로디를 소화하면서 곡에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Rising sun'에서 ’절망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최강창민은 ’절망‘에서 한 번 세게 지른 뒤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급격하게 음을 내리고,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은 다시 음을 끌어 올린다. 그래서 이들의 보컬은 매우 임팩트있게 다가오고, 특히 최강창민에 이어 더 진한 톤을 가진 시아준수가 곡의 흐름을 끌어올린 뒤 시아준수와 상반된 보컬을 가진 영웅재중이 마지막을 담당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 시킨다.
그러나, ‘Rising sun'은 이런 멋진 부분들을 하나의 일관된 흐름에서 소화하는 대신 마치 조각모음처럼 부분부분 심어 놓는다. 원래 진행대로라면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랩 뒤에 ’힘을 잃어버린 날개...‘부터 후렴구인 ’나를 닮아 가슴...‘으로 이어지며 곡이 한 번 클라이막스로 흐르고, 그 다음에 ’절망...'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곡을 몰아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제 곡은 그 사이에 계속 랩을 넣거나, 갑작스럽게 곡을 ‘발랄’하게 만드는 ‘Slow down'파트를 넣으면서 곡을 산만하게 진행시킨다. 이는 'Rising sun'의 지향점이 곡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무대를 위한 곡이기 때문이다. 음악자체로 봤을 때 이 곡의 흐름은 엉망에 가깝지만, 다섯명의 멤버가 돌아가면서 활약하는 ’Rising sun'의 무대에서 이 곡은 각 멤버들에게 모두 임팩트 있는 순간을 제공한다. 곡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무대의 느낌도 달라지고,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교체된다. 곡의 흐름으로 따지면 후렴구 뒤에 최강창민의 파트가 곧바로 나오는 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는 랩으로 뜸을 들이고나서 최강창민이 앞으로 나와서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나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Rising Sun'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임팩트가 중요하더라도 곡을 그렇게 잘라먹는 것 말고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건 유영진 스스로가 이미 곡 후반부의 사물놀이만 빼면 일관성을 상당한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HOT 멤버들 각각에게 임팩트를 준 ‘아이야’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는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있게 몰고 갔던 신화의 ‘Wild eyes'같은 곡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가 굳이 ’Rising sun'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2000년대 중반에 이펙터를 써서 사운드에 노이즈를 집어넣는다거나, 평범한 드럼 톤의 리듬 프로그램을 써서 곡을 꾸미는 것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다만 한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Rising sun'이 다분히 중국시장을 노린 곡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마치 1990년대의 한국처럼 아이돌 그룹에 광적인 열광을 보내고, 마치 종교 의식처럼 그들의 무대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다. 즉, 그만큼 멤버들의 카리스마가 더욱 부각되고, 강하고 자극적인 구성이 어필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곡의 맥락과 상관없이 임팩트 위주로 곡을 꾸미는 ’Rising sun'은 중국 팬들에게는 그들이 바라는 무대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Rising sun'은 국내에서 동방신기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팬들은 단지 음악으로서가 아닌 무대위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Rising sun'에 환호했고, 정말 1990년대로 돌아간 듯했던 ‘트라이앵글’에 비해 그나마 헤어스타일도 멀쩡해지고 확실하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도 있는 ‘Rising sun'이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사람들에게 ’Rising sun'은 HOT 시절에나 들을법한 노래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강창민이 생각보다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든가, 영웅재중과 시아준수의 결합이 얼마나 임팩트있는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앨범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거나, 그들의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라이브 무대도 흔치 않았으니 동방신기의 팬을 제외한 일반 대중에게 그들은 그저 잘생긴 아이돌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Rising sun'같은 곡들은 보컬들에게 힘을 잔뜩 주게 하면서 보컬을 혹사 시키거나, 후렴구에서 역시 ‘Tonight'처럼 화음없이 단순한 떼창으로 보컬그룹으로서의 동방신기만의 특징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했다. 한국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Rising sun'은 기존 팬들에게 ‘트라이앵글’보다는 나은 타이틀곡을 제공했다는 것 외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녹음만 좋았더라면
만약 대안이 없었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앨범에는 이미 동방신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줄 대안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One'이다. ’One'은 작곡가 켄지가 동방신기를 그들의 기존 이미지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지금의 동방신기만이 들려줄 수 있는 어떤 정서를 담아냈다. 이 곡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무엇보다 보컬 디렉팅이다. 이 앨범의 다른 곡들은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 톤을 별다른 조절 없이 그대로 놔둘 뿐만 아니라 그들이 SM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배우며 생긴 못된 버릇을 그대로 놔뒀다. 유영진의 탓인지 몰라도 그들은 모든 노래에서 계속 끝을 잡아끄는 버릇이 있다. 이런 버릇들은 어떤 곡이든 짧고 밝게 치지 못하고 조금씩 길게, 그래서 약간 우울하게 들리도록 하는 느낌을 준다. ‘One'에서도 그 버릇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켄지는 최대한 이 곡에 맞춰 보컬 디렉팅을 하면서 동방신기의 새로운 목소리를 끌어냈다.
‘One'은 곡의 구성으로 봤을 때 록 발라드에 가깝다. 곡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스케일이 커질뿐만 아니라 영웅재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속에서...‘처럼 한번에 쭉 올라가는 멜로디라인은 록발라드의 특성을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곡은 차분하게 시작해 절정으로 쭉 치고 올라가는 것이 매력이고, 곡이 일관성있게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닌다. 이 곡의 1절부터 후렴구까지 진행되는 방식을 보라. 'Tonight'같은 곡들이 짧은 멜로디의 단순 반복으로 후렴구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던 것과 달리, ’One'의 후렴구인 ‘Someday....'부분은 곡을 보다 절정으로 끌고 가기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한다. ’Someday...' 다음에는 ‘Just one, 너뿐인걸'으로 한 번 더 곡이 치고 올라가고, 그 뒤에는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으로 이어지면서 곡의 흐름을 끝까지 올려놨다가 다시 ’...알잖아‘를 통해 곡을 마무리한다. 즉, 이 곡은 1절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면서 완전히 곡의 절정을 맛보게 했다가 마무리까지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만큼 보컬이 어느정도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곡의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은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다른 곡과 다르게 바뀌어 있다. 시아준수의 목소리는 워낙 진해서 어떤 노래를 부르건 상당히 밀도있는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그만큼 어떤 부분에서도 임팩트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One'같은 곡에서 그의 목소리는 다른 멤버에 비해 상당히 튈 수도 있다. 이 곡은 영웅재중처럼 부드럽지만 높게 고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보컬에게 더 적당하다. 켄지는 보컬 디렉팅을 통해 시아준수의 보컬 톤을 최대한 부드럽게 바꿔 놓았다. 1절에서 영웅재중 뒤에 시아준수의 보컬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좁게 퍼지는 대신 밀도있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 힘을 빼고 보다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워낙 밀도있는 보컬이기에 영웅재중의 파트와 똑같이 반복되는 멜로디에서 그의 보컬이 좀 더 임팩트를 주면서 곡의 흐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영웅재중 대신 유노윤호로, 시아준수대신 최강창민의 목소리로 바뀐 2절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웅재중 다음으로 부드러운 톤을 가진 유노윤호가 분위기를 잡으면 시아준수 다음으로 밀도 있는 톤을 가진 최강창민이 곡을 이어가면서 모든 멤버들이 고루 노래를 부르면서도 곡의 흐름이 무리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보컬 디렉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동방신기가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징을 제대로 살려낸 코러스 디렉팅이다. 각 절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One’이지만, ‘Someday I'll lay my love on...'의 후렴구 부분은 유독 튄다. 절의 앞 부분은 매우 낮고 처연하게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갑자치 힘차고 약간은 밝은 느낌마저 준다. 비유하자면 영웅재중과 시아준수의 파트가 록발라드면, 이 부분은 팝 발라드다. 이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이 부분의 코러스가 ’Rising sun'처럼 단순한 떼창을 하는 게 아니라 화음을 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강하기보다는 풍성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는 그 미묘한 시기에 있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성인 남자의 그것에 비해 미성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톤이 진하건 엷건 간에 이들의 목소리는 코러스를 위해 한데 모이게 되면 풋풋한 청년의 목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Rising sun'이나 ’바보'처럼 좀 더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필요할 때 유영진이나 황성제가 코러스로 참여한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켄지는 이 후렴구를 곡의 구성을 통해 오히려 곡에서 없어서는 안될 부분으로 만든다. ‘Someday...'부분만 보면 이 곡은 갑자기 밝고 희망차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에 이어지는 전개의 핵심은 그 밝은 느낌이 어둡게 변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있다. 후렴구 뒤에 이어지는 ’Just one, 너 뿐인걸‘과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 / 내가 살아가는 한 이유‘는 각 멤버들이 코러스를 깐 상태에서 앞으로 나오면서 힘을 주며 노래를 불러 절실한 느낌을 준다. 즉, 코러스는 그대로 이어지는데 멤버 개개인의 보컬 멜로디가 앞에 나와 리드 보컬 역할을 하면서 쭉 고음으로 이어지는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뒤로 갈수록 절실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절실해지는 느낌은 다시 솔로 파트가 사라지고 코러스만 남는 ’오직 너를 위한, 맘뿐인 날‘을 통해 극대화 된다. 앞의 ’Someday...'가 초반에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정도였다면 끝까지 올라간 감정선이 멤버들의 코러스를 통해 폭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밝은 느낌이었던 코러스가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은 '절실한‘ 소망이었음이 느껴지고, 이는 ’오직 너를 위한..‘뒤에 나직하게 깔리는 ’알잖아‘에서 코러스가 사라진 상태에서 솔로 파트의 보컬을 통해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노래 가사 그대로 언젠가 ’I'll lay love on you'하고 싶지만, 그 끝에는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이라며 과거를 회상하는 자조적인 슬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One'을 들을 때는 첫 코러스 파트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절과 2절을 통해 같은 감성이 반복되고, 다시 거기서 한 번 더 치고 올라가면서 슬픔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 이르면 ’Someday...'로 시작하는 후렴구만 들어도 처연한 감정이 들만큼 이 곡이 주는 정서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Someday...'부분이 밝은 느낌이라 해도 곡을 조금씩 끌면서 부르는 동방신기 멤버들의 특성은 그 멜로디마저 조금은 우울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것이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그런 버릇이 'Someday...'와 다른 파트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곡에서 2절 이후 이어지는 멜로디 전개는 작곡가로서 켄지의 재능과 동방신기 멤버들의 역량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후렴구로부터 그 뒤의 멜로디가 하나로 쭉 이어지며 절정으로 치닫는 ‘One'은 그 뒤에 더 곡을 폭발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돌림노래하듯 또 같은 후렴구의 반복으로 끝내면서 코러스를 더 키우거나 하는 건 나태한 작곡가들이나 하는 일이다. 여기서 켄지는 영웅재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 속에서...‘부분에서 승부수를 던진다. 기존의 사운드에 긴박감있게 진행되는 현악세션이 들어오면서 곡의 긴장감이 올라가고, 이 때 영웅재중은 이미 충분히 절정까지 올라간 앞의 후렴구보다 더 음을 높게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 속에서 지금 그대의 곁으로 가요‘까지 순식간에 음을 끌어올리면서 남은 감정까지 모두 폭발시킨다. 짧은 멜로디지만 이 파트가 없었다면 분위기를 반전시켜 다시 한 번 차분하게 곡을 이끄는 믹키유천의 ’I pray for this love...'로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여기서 영웅재중의 보컬은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 꽤 높은 음에 마지막의 폭발까지 어지간한 보컬들은 잔뜩 힘을 넣어 부를 곡을 원래의 톤을 유지하면서 수월하게 부르다가 ‘....가요’에서 순식간에 음정을 높이는 그의 보컬은 ‘One'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부드러우면서도 허스키한 톤을 함께 가지고 있고, 음역폭까지 넓은 그의 보컬은 ’Rising sun'같은 노래보다는 이런식으로 좀 더 어둡고 더불어 폭발적인 느낌까지 동시에 소화하는 록발라드에 어울려 보인다.
간주조차 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이어지는 이 곡에서 영웅재중의 보컬은 곡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소화했고, 이는 이 곡이 믹키유천의 ’I'll pray for this love...'에서 갑자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이만큼 끝까지 올라가고 나면 다시 잔잔하게 곡을 이어가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운드가 제거된 채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잔잔하게 진행되는 ’I'll pray for this love..'는 사실상 ‘Someday I'll lay my love on... 너뿐인걸'의 멜로디와 똑같은데, 코러스로 부르던 멜로디를 믹키유천이 혼자 부르면서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던 코러스와 달리 곡의 첫부분처럼 잔잔하게 시작하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잔잔하게 시작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One'의 전체적인 구성을 짧은 시간동안 재현하도록 한다. 믹키유천의 파트가 끝날 즈음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곡의 흐름이 순식간에 올라가고, 최강창민과 시아준수를 통해 음정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유노윤호가 ‘달라지는 매일로’를 부르면서 곡을 한 번 더 폭발시킨다. 이쯤되면 그 뒤에 이어지는 ‘Someday...'는 더 이상 밝고 희망찬 느낌이 아니라 곡이 계속 들려준 폭발적인 감성을 마무리하는 슬픈 멜로디가 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보컬이 사용된 것은 중요한데, 이들
Dark Idol - 동방신기 (강명석님 글 / 동방신기 2집 리뷰)
상당한 장문의 글이지만 내용만큼은 대공감...
SG워너비는 올해 가요계의 아이콘 중 하나다. 그들이 경쟁상대 없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거나 하기 때문은 아니다. SG워너비가 올해 최고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신화나 비, 세븐보다 더 인기있는 가수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그러기엔 아무리 인기가수라 해도 5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음반 판매량만을 인기의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SG워너비가 중요한 것은 노래만 주력하는 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지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들은 10~20대 대신 여전히 앨범을 적극적으로 사는 20대 중후반~30대까지의 음악팬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R&B적인 창법에 기존의 발라드 멜로디를 얹고, 고급스러운 톤의 리듬으로 꾸민 ‘한국식 R&B’는 음반 소비층에게 매력적이었다. 또 그들은 엔터테이너형 가수들과 달리 TV 오락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지 못하는 핸디캡을 스토리텔링이 뚜렷하고 톱스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돌파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BGM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이 PC앞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했다. 대형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에도 적극적이었던 SG워너비는 앨범뿐만 아니라 디지털 음원 시장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SG워너비의 성공 과정은 곧 가요계 전체의 유행이 됐다. 공격적인 뮤직비디오 마케팅, 특정 디지털 음원 사이트의 음원 공개를 통한 디지털 음원 차트 순위 상승, 그리고 어느 정도의 앨범 판매량. 가비 앤 제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 씨야 등 SG워너비의 방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여성 그룹들이 대거 데뷔했고, 장혜진과 바이브는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가수들을 위한 시장은 한계가 뚜렷하다. 앨범 판매량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디지털 음원 수익이 높다 해도 정액제로 이용되는 유료 디지털 음원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 또 앨범 수익이 도움이 된다 해도 앨범 판매량은 이제 20만장을 돌파한 가수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노래를 밀어도 노래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차이
더 큰 수익을 되기 위해선 가수가 엔터테이너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 디지털 음원 좀 안 팔리면 어떻고, 단일 앨범 판매량이 좀 뒤지면 어떠나. 대신 편당 몇 억짜리 CF를 찍으면 되는데. 드라마나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인지도를 유지하고, 비나 세븐처럼 잘생긴 청년들이 발라드에 비해 보다 자신의 남성적인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댄스 음악을 내세워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CF는 물론 몇 만에 달하는 그들의 팬들이 정규 앨범을 비롯해 관련 상품과 리패키지 앨범까지 사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수익의 몇배를 올릴 수도 있다. 한국식 R&B는 국내에서만 통하는 감성이지만 세계적 트렌드를 굉장히 빠르게 따라가는 (그래서 때론 트렌드인지 표절인지 분간이 안되기도 하는) 한국 댄스음악은 아시아 전역에 통할 가능성이 보다 높더, 거기에 춤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무대매너와 잘생긴 외모는 세계인 누구에게나 먹힐 수 있는 요소들이다. 비는 거기에 드라마를 통해 폭발력을 배가시키면서 미국에서까지 그 상품 가치를 인정받았고, 세븐은 일본에서 2년여에 걸친 꾸준한 활동으로 이제 내는 싱글마다 최소 오리콘 데일리 톱 10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가수가 됐다. 물론 데일리 톱 10이 사람 숫자로만 따지면 별로 많지 않은 듯하지만, 발매하자마자 앨범을 사는 사람들은 곧 그 가수의 열성팬 숫자를 뜻한다. 그들은 싱글 앨범도 사지만 공연도 가고,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도 산다. 비는 아시아 각 지역의 공연과 CF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번다.
이 정도의 톱스타가 아니라도 기획사 입장에서 엔터테이너형 스타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스타 개인의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 스타를 통해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변찮은 기획사라도 톱스타만 한 명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든 막대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워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직접 소속 연예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 제작도 가능하다. 이런 스타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는 여러 부작용을 낳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스타 하나 키워내는 것이 다른 어떤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대중은 좋은 가수에게서 ‘노래’를 듣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는 그가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그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한다(한국은 여기서 ‘앨범’을 빼야겠지만). SG워너비와 씨야를 기획한 GM이 다음 신인으로 연기가 가능한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겠다고 공언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노래 잘 부른다니까요
동방신기 앨범 리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방신기는 2집에서 노래만 부르는 가수와 엔터테이너로서의 활동을 함께 하는 가수 시장 양쪽을 다 가질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가요 시장에는 두 시장을 모두 노릴 수 있는 몇 가수들이 존재한다. 환희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발전 해 노래 잘하는 가수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이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를 통해 극대화 되면서 노래도 잘부르면서 드라마 출연까지 가능한 스타성이 있는 가수로 본격적인 행보를 할 수 있었다. 또 신화는 대표적인 엔터테이너형 그룹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 발라드곡 ‘Once in a life time'을 내놓았다. 그것은 그들의 열광적인 팬 층은 물론, 그들을 알고 있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포괄하는 음원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신화가 발라드를 하건 댄스를 하건 신화의 팬들은 그들의 음원을 소비할 것이고, 신화는 그들을 위해서는 리패키지 앨범이나 디지털 디스크 앨범을 내놓는다. 반면 일반 대중들은 ’Once in a life time'을 BGM으로 소비할 것이다. 신화라는 이름은 이미 다들 알고 있고, 그들이 발라드를 내놓으면 노래가 심하게 나쁘지 않는 한 한번쯤은 들어보게 된다. 게다가 무대를 많이 보여줘야 할 댄스곡과 달리 ‘Once in a life time'은 뮤직비디오나 인터넷 마케팅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시아 지역 진출로 인해 활동중에도 자주 한국을 비웠던 신화로서는 효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개인적으로야 신화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긴 하지만).
그러나, 동방신기는 이들과는 또다른 방법으로 두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노래 잘부르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동방신기가 스타성을 가진 아이돌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만큼 많은 싱글을 내면서 모조리 일정 판매량 이상을 기록하는 그룹은 없다. 그러나, 노래를 잘부른다고? 물론, 그들이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노래를 잘 부를 뿐만 아니라, 그런 노래실력을 자신들의 캐릭터의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스타성을 가지면서도 극단적으로 팬층이 갈리는 아이돌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보컬리스트로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2집 앨범 ‘Rising sun'의 마지막 곡 ’약속했던 그 때에‘는 보컬리스트로서 동방신기 멤버들이 가진 특성을 마치 멤버들의 기본 목소리 값을 적용한 것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아카펠라로 진행되는 이 곡의 1절에서 동방신기는 영웅재중-유노윤호-믹키유천-최강창민-시아준수의 순서대로 솔로 파트를 부른다. 이는 그룹내에서 멤버들의 목소리 톤이 진해지는 순서와 똑같다. 영웅재중이 가장 부드럽고 넓게 퍼지는 목소리를 가진다면 유노윤호와 믹키유천은 좀 더 남성적인 목소리를, 최강창민과 시아준수는 R&B에 어울릴법한 진하고 밀도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웅재중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넓게 퍼지면서 공간을 채울 수 있다면 시아준수는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다. 또 영웅재중이 가장 낮은 음정을, 시아준수가 가장 높은 음정을 소화하는데서 알 수 있듯 원한다면 각자의 파트에 따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멤버마다 정해진 음역대가 있는 건 아니어서 시아준수가 곡에서 가장 음역대가 높은 ‘내 머릿속을... 내 모습은 선명해’를 부른 뒤, 곡 후반에는 영웅재중이 이 부분을 부르는 등 각 멤버들이 서로의 파트를 돌아가며 부를 수도 있다. 또한 유노윤호와 믹키유천의 경우 둘 다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믹키유천이 ‘Tonight'의 저음 나레이션에서처럼 좀 더 성숙하고 진한 목소리를 가진 것과 달리 유노윤호의 보컬은 아무리 R&B적인 창법으로 목소리를 꼬아 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갓 스무살이 된 소년과 청년 사이의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최강창민과 시아준수 사이에서도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다.
어느정도의 음역대 소화를 전제로 한 멤버 개개인의 목소리의 차별성은 멤버 개개인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독특한 특징들을 부여한다. 그들은 굳이 기획사에서 인위적으로 보컬이나 랩파트를 나눠주지 않아도 목소리 만으로 멤버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다. 또 그들은 저음에서부터 고음, 1절에서부터 후렴구까지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후렴구에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약속했던 그 때에'처럼 부드러운 톤에서 진한 톤으로,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곡에 임팩트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유노윤호의 ’내 머릿속을 모두 지워도....‘에서 영웅재중의 ’아픈 기억들 슬픈 눈물로...‘로 넘어가는 부분처럼 멤버간의 톤 차이를 이용해 임팩트를 줄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영웅재중 뒤에 갑자기 시아준수가 나오면서 시아준수의 진한 톤을 더 확실히 느끼게 해주거나, 시아준수 뒤에 영웅재중이 나오면서 가장 저음에서 고음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영웅재중의 목소리가 가진 깨끗한 맛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컬그룹으로서 동방신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이렇듯 다른 다섯 명의 톤이 모여 일반적인 보컬 그룹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기 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음정을 합창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화음을 낼 때 보다 풍부하게 곡을 채울 수 있고, 더불어 누굴 코러스의 메인으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느낌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영웅재중이 앞에 나설 때와 시아준수가 앞에 나서 코러스를 할 때의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 즉, 그들은 다섯이 모였을 때 꽤 다양한 화음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러스만으로도 사운드를 꽉 채울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리드보컬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그들의 코러스 자체가 하나의 훅처럼 사용될 수도 있는 그룹이다.
영웅재중부터 시아준수까지
‘약속했던 그 때에'에서도 ’그룹‘으로서 동방신기의 역량이 확연히 드러난다. 영웅재중으로부터 시아준수까지 노래가 이어진 뒤, ’약속했던 그 때에'는 별다른 구성적 변화 없이 후렴구를 두 번 더 반복하면서 노래를 끝낸다. 또 ‘내 머릿속을 모두 비워도 / 주체할 수 없이 저며 드는 추억이 / 너무 슬퍼서 너무 아파서 / 네 모습은 너무 선명해’나 ‘..... / 내 눈엔 너 하나만 떠올라’ 등 마지막 부분만 고음 / 저음으로 살짝 바꿔 진행되는 후렴구 멜로디는 음정을 서서히 높이거나 임팩트있게 처음부터 치고 들어가기 보다는 ‘주체할 수 없이 저며 드는 추억이’에서 약간 음정을 높인 뒤 다시 잔잔하게 곡을 끌고 가다가 끝에서 음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의 변화만 준다. 아카펠라로 이뤄진 이 노래 자체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런 잔잔한 느낌만 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Always there'는 편안하지만 밋밋할 수도 있는, 앨범 마지막에 어울리는 정도의 곡이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코러스는 이 곡에 어느 정도의 기승전결을 부여하면서 노래를 지루하지 않게 치장한다. 같은 멜로디로 구성돼 있지만 영웅재중의 ‘저 하늘을... ’과 유노윤호의 ‘저 태양을...’은 동방신기의 코러스에 따라 그 전개가 달라진다. 영웅재중의 파트에서는 저음 중심으로 잔잔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던 것이 유노윤호 파트에서는 조금 더 음정을 높이면서 조금 더 곡의 흐름을 끌어 올리고, 이 흐름은 믹키유천과 최강창민의 파트로 갈수록 점점 올라가면서 곡을 절정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곡의 절정인 시아준수의 보컬에서는 오히려 시아준수의 보컬이 임팩트 있게 치고 나오도록 각 마디의 끝 부분만 조금씩 따라 부르다가 다시 곡을 채우는 코러스로 곡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곡 마지막의 ‘너무 슬퍼서 .... 너 하나만 떠올라’ 부분에 이은 여음은 코러스가 솔로 보컬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저음부터 고음까지 층층이 음역대를 채우고 있는데, 이런 코러스가 깔리면서 멜로디상으로는 변화 없는 부분이 코러스에 깔린 묵직한 저음을 통해 곡의 마무리에 어울리는 무게를 갖는다.
물론 그들의 코러스는 혼자서도 거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화려한 코러스를 자랑하는 빅마마같은 그룹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다양한 톤과 다양한 음역대는 곡을 꽉 채울 정도로 곡에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미성이 남아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다 모였을 때 젊은 청년의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즉, 그들은 멤버 각각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것이 하나로 모였을 때 또 다른 특징을 가질 수 있다. 잘만 이용하면 동방신기의 코러스는 억지로 그룹의 성격을 부여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보컬’ 그룹으로서의 동방신기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팩트있는 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동방신기가 그들에게 맞는 곡을 만들어내기 그리 쉽지 않은 그룹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톤을 가진 보컬들을 하나의 곡으로 녹여내려면 보컬 각각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보컬 디렉팅을 통해 보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코러스까지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동방신기만의 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SM은 SM
두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동방신기의 특성보다는 멤버 각각의 역량에 기대거나, 지금까지 SM의 제작방식에 기댄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대표적인 예는 ‘Tonight'과 ’Rising sun'이다. 이 두곡은 동방신기의 역량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동방신기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얼굴 잘생겼을 뿐 실력없는’ 아이돌 그룹 특유의 편견을 강화한다. 물론, 'Tonight'에서 시아준수에서 영웅재중으로 이어지는 곡 후반의 애드립은 순식간에 고음을 낼 수 있는 그들의 역량을 보여주고, 후렴구로 쓰일 만큼 그대로 곡 전체를 지배하는 동방신기의 코러스, 그리고 곡 마지막에 계속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시합하듯 이어지는 멤버들의 애드립은 편견없이 듣는다면 결코 못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비교대상을 박효신이나 나얼로 잡는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가수들 중에서 이정도의 음처리를 보여주는 가수들이 차고 넘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곡은 지나칠정도로 기존 SM의 스타일과 닮아있다. 멤버 전원들이 모든 파트에서 힘을 넣고, 음을 지나치게 끄는 것은 모든 곡을 R&B처럼 소화시키는 SM, 정확하게 말하면 유영진의 악습이고, 멤버들이 연이어 애드립을 하는 것은 노래를 잘 부른다는 느낌 보다 오히려 곡의 맥락과 상관없이 과시용 애드립처럼 들린다. 이는 ‘Tonight'이 곡의 구성상 멤버들의 애드립이 없다면 곡의 절정을 찾기 쉽지 않다는데 이유가 있다. 이 곡은 처음부터 멤버들의 애드립을 통해 곡에 임팩트를 주려 노력한다. 처음부터 말 그대로 ’워우워어~‘가 난무한다. 또 1절의 구성을 보라. 멜로디 자체는 유노윤호에서 최강창민, 그리고 동방신기의 전체 코러스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구성이지만 거기에 시아 준수가 엄청나게 힘을 줘서 ’이른 아침 햇살의 따뜻함이죠..‘를 부르면서 따로 곡에 임팩트를 준다. 즉, 메인 멜로디의 흐름은 큰 변화가 없는데 거기에 갑자기 다른 요소가 끼어들어 곡의 흐름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뚱맞다.
물론 이는 갑자기 들어와서 밀도있는 톤과 매끈한 고음처리로 한 번에 임팩트를 주는 시아준수의 역량을 확인시켜주지만, 흐름 없이 갑자기 힘을 주는 이런 보컬은 보컬리스트의 기교를 자랑하는 것 이상의 정서적 힘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이 곡은 2절에서도 시아준수 부분을 영웅재중으로 바꿔 똑같은 전개를 보여 곡의 구성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 그리고 또다시 보컬의 개인기를 이용해 곡을 억지로 절정으로 끌고 간다. 2절까지 멜로디가 그대로 반복된 뒤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보컬이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그 멜로디라는 것이 ’너무나 깊은...‘이나 ’I know....'처럼 곡의 맥락과 별개로 두 보컬이 엄청 힘을 주면서 처음부터 악센트를 주고, 그 다음에는 두 보컬이 번갈아가면서 소리를 지르며 애드립을 하는 식이라 곡의 맥이 계속 끊긴다. 남는 건 두 보컬이 말그대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는 것뿐이다. 그나마 이런 곡들이 연결되는 것은 ‘너무나 깊은...’부터 ‘I know...'까지 차분히 깔렸다가 점점 곡을 끌어올리는 동방신기의 코러스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곡이 뚜렷한 흐름없이 임팩트있는 부분들을 조각조각 모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정작 그 역할을 해야할 코러스가 제대로된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Stolen my soul / stolen my heart / 내 안에 그대가 너무나 넘쳐 /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걸요 / 내린 비를 맞은 아이처럼 / 대지 위에 뿌린 사랑처럼’은 실질적으로 ‘Stolen my heart'와 ’내 안에 그대가 너무나 넘쳐‘ 두 멜로디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다기 보다는 똑같은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동방신기의 코러스 역시 화음이 아니라 말그대로 떼창을 부르는 것처럼 똑같이 후렴구를 소화해 이 앨범에서 화음이 잘 된 곡들이 주는 정련된 느낌을 전혀 주지 못한다. 보컬 자체의 가창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모든 파트마다 확실하게 임팩트를 주는 동방신기 멤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보컬의 기량이 아닌 노래의 정서적인 흐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Tonight'은 꽤 정신 사나운 곡이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파트에서 처음부터 소리를 질러버려야 하는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경우 안정적인 다른 곡들과 달리 이 곡에서는 지나치게 소리를 질러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약속했던 그 때에'같은 아카펠라 곡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Tonight'은 이 앨범의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녹음상태다. 이 앨범의 녹음 상태는 국내 메이저 음반 기획사가 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형편없다’. 곡 시작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들리며 라이브처럼 진행되는 ‘Tonight'의 녹음 상태가 그대로 앨범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라이브라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라이브라는 핑계로 보컬이나 각 사운드의 소리가 선명하지 못하고 멀리서 울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점이다. 이런 사운드는 과거 라이브 녹음이 좋지 않았을 때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선택하는 레코딩으로, 요즘에는 어지간한 라이브 앨범들은 현장성도 살리면서 사운드각각의 소리도 최대한 선명하게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의심나면 박정현이나 이승환의 라이브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이 앨범은 라이브가 아니라 라이브처럼 효과를 낸 곡에서, 심지어는 그 외의 곡들에서도 사운드가 명료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치 보컬에 에코를 넣은 것처럼 목소리가 울리고, 다른 사운드 역시 퍼지는 느낌이 난다. 비유하자면 한 발 떨어져서 부르는 노래를 듣는 느낌이다. 그만큼 생생하지 못하고 답답하다. 물론 SM은 급한 앨범 제작 일정에 이래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요즘 같은 세상에 이들의 곡을 오디오로 오랫동안 들을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뭉쳐 나오는 일반적인 컴퓨터 스피커로 듣는다면 이 앨범의 녹음 상태는 그러려니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기본의 문제다. 다른 가수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룹의 앨범을 이렇게 형편없이 녹음하면 혹시라도 이 앨범을 오디오나 CDP에 헤드폰을 물려 듣는 사람, 특히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들어왔던
20~30대 사이의 동방신기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Rising sun'의 첫 번째 문제는 여기 있다. HOT시절부터 동방신기에 이르기까지 인더스트리얼적인 리듬 프로그래밍과 헤비메틀적인 기타리프를 조합하길 즐겨했다. 이런 곡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듣는 사람을 계속 자극할 수 있도록 리듬 프로그래밍과 디스토션 기타가 매우 입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운드가 곡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곡을 휘몰아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Rising sun'의 사운드는 계속 어떤 사운드가 자극적으로 친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것이 입체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Now I cry...'부분의 기타사운드를 들어보라. 음정이나 톤 자체는 입체적으로 계속 좌우 전후로 왔다갔다 해야할 소리인데 녹음탓에 계속 보컬 뒤에서 징징거린다는 느낌만 준다. 당연히 곡의 파워가 떨어진다. 게다가 전주 부분에서 사운드는 볼륨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확 나오게 되는데, 이 때도 녹음문제로 인해 확 터져준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물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Tonight' 이상으로 이 곡은 멤버들의 보컬 역량에 의존한다. ’Rising sun'이 199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촌스러운 스타일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 곡은 멜로디와 랩, 혹은 멜로디와 멜로디 사이가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1절에서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랩이 끝난 뒤에 시아준수의 멜로디가 이어지는 부분이나, 영웅재중의 ‘마치 수많은 해답을 찾아가....’에 이어 간주와 믹키 유천의 ‘이 시간은 언제나...’로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그 뒤에 다시 후렴구로 이어지는 부분은 모두 개별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 부분들은 모두 ‘무식하게’ 이어지던 리듬을 끊어버리거나, 아예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식이다. 믹키유천과 영웅재중의 랩 뒤에는 갑자기 센 이펙트를 넣어 앞 부분과 곡을 단절 시킨 다음 다시 처음부터 느리게 곡을 전개해 다시 점차 곡의 속도를 높여 나가고, ‘마치 수많은 해답을 찾아가...’에서 한 번 절정에 오르면 갑자기 ‘Slow down'이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리듬이 등장해 새로운 부분이 전개되는 식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Tonight'이 그러하듯 각각의 임팩트는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곡 전체적인 그림은 생뚱맞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들은 그나마 곡의 멜로디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을 때다. 최강 창민의 ‘절망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의 파트로 넘어가면서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은 이 곡 최대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이 부분에서 동방신기 멤버들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특징중 하나가 드러난다는 것은 중요하다. 동방신기 멤버들은 각각의 음역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해진 음역대 안에서 다이나믹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즉, 짧은 시간 안에 저음에서 고음으로, 혹은 그 반대의 멜로디를 소화하면서 곡에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Rising sun'에서 ’절망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최강창민은 ’절망‘에서 한 번 세게 지른 뒤 ’혼돈의 끝은 어딜까‘에서 급격하게 음을 내리고, 시아준수와 영웅재중은 다시 음을 끌어 올린다. 그래서 이들의 보컬은 매우 임팩트있게 다가오고, 특히 최강창민에 이어 더 진한 톤을 가진 시아준수가 곡의 흐름을 끌어올린 뒤 시아준수와 상반된 보컬을 가진 영웅재중이 마지막을 담당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 시킨다.
그러나, ‘Rising sun'은 이런 멋진 부분들을 하나의 일관된 흐름에서 소화하는 대신 마치 조각모음처럼 부분부분 심어 놓는다. 원래 진행대로라면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랩 뒤에 ’힘을 잃어버린 날개...‘부터 후렴구인 ’나를 닮아 가슴...‘으로 이어지며 곡이 한 번 클라이막스로 흐르고, 그 다음에 ’절망...'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곡을 몰아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제 곡은 그 사이에 계속 랩을 넣거나, 갑작스럽게 곡을 ‘발랄’하게 만드는 ‘Slow down'파트를 넣으면서 곡을 산만하게 진행시킨다. 이는 'Rising sun'의 지향점이 곡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무대를 위한 곡이기 때문이다. 음악자체로 봤을 때 이 곡의 흐름은 엉망에 가깝지만, 다섯명의 멤버가 돌아가면서 활약하는 ’Rising sun'의 무대에서 이 곡은 각 멤버들에게 모두 임팩트 있는 순간을 제공한다. 곡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무대의 느낌도 달라지고,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교체된다. 곡의 흐름으로 따지면 후렴구 뒤에 최강창민의 파트가 곧바로 나오는 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는 랩으로 뜸을 들이고나서 최강창민이 앞으로 나와서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나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Rising Sun'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임팩트가 중요하더라도 곡을 그렇게 잘라먹는 것 말고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건 유영진 스스로가 이미 곡 후반부의 사물놀이만 빼면 일관성을 상당한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HOT 멤버들 각각에게 임팩트를 준 ‘아이야’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는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있게 몰고 갔던 신화의 ‘Wild eyes'같은 곡에서 이미 충분히 증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가 굳이 ’Rising sun'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2000년대 중반에 이펙터를 써서 사운드에 노이즈를 집어넣는다거나, 평범한 드럼 톤의 리듬 프로그램을 써서 곡을 꾸미는 것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다만 한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Rising sun'이 다분히 중국시장을 노린 곡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마치 1990년대의 한국처럼 아이돌 그룹에 광적인 열광을 보내고, 마치 종교 의식처럼 그들의 무대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다. 즉, 그만큼 멤버들의 카리스마가 더욱 부각되고, 강하고 자극적인 구성이 어필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곡의 맥락과 상관없이 임팩트 위주로 곡을 꾸미는 ’Rising sun'은 중국 팬들에게는 그들이 바라는 무대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Rising sun'은 국내에서 동방신기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팬들은 단지 음악으로서가 아닌 무대위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Rising sun'에 환호했고, 정말 1990년대로 돌아간 듯했던 ‘트라이앵글’에 비해 그나마 헤어스타일도 멀쩡해지고 확실하게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도 있는 ‘Rising sun'이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사람들에게 ’Rising sun'은 HOT 시절에나 들을법한 노래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강창민이 생각보다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든가, 영웅재중과 시아준수의 결합이 얼마나 임팩트있는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앨범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거나, 그들의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라이브 무대도 흔치 않았으니 동방신기의 팬을 제외한 일반 대중에게 그들은 그저 잘생긴 아이돌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Rising sun'같은 곡들은 보컬들에게 힘을 잔뜩 주게 하면서 보컬을 혹사 시키거나, 후렴구에서 역시 ‘Tonight'처럼 화음없이 단순한 떼창으로 보컬그룹으로서의 동방신기만의 특징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했다. 한국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Rising sun'은 기존 팬들에게 ‘트라이앵글’보다는 나은 타이틀곡을 제공했다는 것 외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녹음만 좋았더라면
만약 대안이 없었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앨범에는 이미 동방신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줄 대안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One'이다. ’One'은 작곡가 켄지가 동방신기를 그들의 기존 이미지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지금의 동방신기만이 들려줄 수 있는 어떤 정서를 담아냈다. 이 곡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무엇보다 보컬 디렉팅이다. 이 앨범의 다른 곡들은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 톤을 별다른 조절 없이 그대로 놔둘 뿐만 아니라 그들이 SM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배우며 생긴 못된 버릇을 그대로 놔뒀다. 유영진의 탓인지 몰라도 그들은 모든 노래에서 계속 끝을 잡아끄는 버릇이 있다. 이런 버릇들은 어떤 곡이든 짧고 밝게 치지 못하고 조금씩 길게, 그래서 약간 우울하게 들리도록 하는 느낌을 준다. ‘One'에서도 그 버릇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켄지는 최대한 이 곡에 맞춰 보컬 디렉팅을 하면서 동방신기의 새로운 목소리를 끌어냈다.
‘One'은 곡의 구성으로 봤을 때 록 발라드에 가깝다. 곡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스케일이 커질뿐만 아니라 영웅재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속에서...‘처럼 한번에 쭉 올라가는 멜로디라인은 록발라드의 특성을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 곡은 차분하게 시작해 절정으로 쭉 치고 올라가는 것이 매력이고, 곡이 일관성있게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닌다. 이 곡의 1절부터 후렴구까지 진행되는 방식을 보라. 'Tonight'같은 곡들이 짧은 멜로디의 단순 반복으로 후렴구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던 것과 달리, ’One'의 후렴구인 ‘Someday....'부분은 곡을 보다 절정으로 끌고 가기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한다. ’Someday...' 다음에는 ‘Just one, 너뿐인걸'으로 한 번 더 곡이 치고 올라가고, 그 뒤에는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으로 이어지면서 곡의 흐름을 끝까지 올려놨다가 다시 ’...알잖아‘를 통해 곡을 마무리한다. 즉, 이 곡은 1절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면서 완전히 곡의 절정을 맛보게 했다가 마무리까지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만큼 보컬이 어느정도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곡의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은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다른 곡과 다르게 바뀌어 있다. 시아준수의 목소리는 워낙 진해서 어떤 노래를 부르건 상당히 밀도있는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그만큼 어떤 부분에서도 임팩트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One'같은 곡에서 그의 목소리는 다른 멤버에 비해 상당히 튈 수도 있다. 이 곡은 영웅재중처럼 부드럽지만 높게 고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보컬에게 더 적당하다. 켄지는 보컬 디렉팅을 통해 시아준수의 보컬 톤을 최대한 부드럽게 바꿔 놓았다. 1절에서 영웅재중 뒤에 시아준수의 보컬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좁게 퍼지는 대신 밀도있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 힘을 빼고 보다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워낙 밀도있는 보컬이기에 영웅재중의 파트와 똑같이 반복되는 멜로디에서 그의 보컬이 좀 더 임팩트를 주면서 곡의 흐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영웅재중 대신 유노윤호로, 시아준수대신 최강창민의 목소리로 바뀐 2절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웅재중 다음으로 부드러운 톤을 가진 유노윤호가 분위기를 잡으면 시아준수 다음으로 밀도 있는 톤을 가진 최강창민이 곡을 이어가면서 모든 멤버들이 고루 노래를 부르면서도 곡의 흐름이 무리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보컬 디렉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동방신기가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징을 제대로 살려낸 코러스 디렉팅이다. 각 절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One’이지만, ‘Someday I'll lay my love on...'의 후렴구 부분은 유독 튄다. 절의 앞 부분은 매우 낮고 처연하게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갑자치 힘차고 약간은 밝은 느낌마저 준다. 비유하자면 영웅재중과 시아준수의 파트가 록발라드면, 이 부분은 팝 발라드다. 이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이 부분의 코러스가 ’Rising sun'처럼 단순한 떼창을 하는 게 아니라 화음을 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강하기보다는 풍성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는 그 미묘한 시기에 있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성인 남자의 그것에 비해 미성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톤이 진하건 엷건 간에 이들의 목소리는 코러스를 위해 한데 모이게 되면 풋풋한 청년의 목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Rising sun'이나 ’바보'처럼 좀 더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필요할 때 유영진이나 황성제가 코러스로 참여한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켄지는 이 후렴구를 곡의 구성을 통해 오히려 곡에서 없어서는 안될 부분으로 만든다. ‘Someday...'부분만 보면 이 곡은 갑자기 밝고 희망차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에 이어지는 전개의 핵심은 그 밝은 느낌이 어둡게 변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있다. 후렴구 뒤에 이어지는 ’Just one, 너 뿐인걸‘과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 / 내가 살아가는 한 이유‘는 각 멤버들이 코러스를 깐 상태에서 앞으로 나오면서 힘을 주며 노래를 불러 절실한 느낌을 준다. 즉, 코러스는 그대로 이어지는데 멤버 개개인의 보컬 멜로디가 앞에 나와 리드 보컬 역할을 하면서 쭉 고음으로 이어지는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뒤로 갈수록 절실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절실해지는 느낌은 다시 솔로 파트가 사라지고 코러스만 남는 ’오직 너를 위한, 맘뿐인 날‘을 통해 극대화 된다. 앞의 ’Someday...'가 초반에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정도였다면 끝까지 올라간 감정선이 멤버들의 코러스를 통해 폭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밝은 느낌이었던 코러스가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은 '절실한‘ 소망이었음이 느껴지고, 이는 ’오직 너를 위한..‘뒤에 나직하게 깔리는 ’알잖아‘에서 코러스가 사라진 상태에서 솔로 파트의 보컬을 통해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노래 가사 그대로 언젠가 ’I'll lay love on you'하고 싶지만, 그 끝에는 ‘언젠가 우리 만난 날처럼’이라며 과거를 회상하는 자조적인 슬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One'을 들을 때는 첫 코러스 파트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절과 2절을 통해 같은 감성이 반복되고, 다시 거기서 한 번 더 치고 올라가면서 슬픔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 이르면 ’Someday...'로 시작하는 후렴구만 들어도 처연한 감정이 들만큼 이 곡이 주는 정서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Someday...'부분이 밝은 느낌이라 해도 곡을 조금씩 끌면서 부르는 동방신기 멤버들의 특성은 그 멜로디마저 조금은 우울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것이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그런 버릇이 'Someday...'와 다른 파트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곡에서 2절 이후 이어지는 멜로디 전개는 작곡가로서 켄지의 재능과 동방신기 멤버들의 역량이 멋진 조화를 이뤘다. 후렴구로부터 그 뒤의 멜로디가 하나로 쭉 이어지며 절정으로 치닫는 ‘One'은 그 뒤에 더 곡을 폭발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돌림노래하듯 또 같은 후렴구의 반복으로 끝내면서 코러스를 더 키우거나 하는 건 나태한 작곡가들이나 하는 일이다. 여기서 켄지는 영웅재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 속에서...‘부분에서 승부수를 던진다. 기존의 사운드에 긴박감있게 진행되는 현악세션이 들어오면서 곡의 긴장감이 올라가고, 이 때 영웅재중은 이미 충분히 절정까지 올라간 앞의 후렴구보다 더 음을 높게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 속에서 지금 그대의 곁으로 가요‘까지 순식간에 음을 끌어올리면서 남은 감정까지 모두 폭발시킨다. 짧은 멜로디지만 이 파트가 없었다면 분위기를 반전시켜 다시 한 번 차분하게 곡을 이끄는 믹키유천의 ’I pray for this love...'로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여기서 영웅재중의 보컬은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 꽤 높은 음에 마지막의 폭발까지 어지간한 보컬들은 잔뜩 힘을 넣어 부를 곡을 원래의 톤을 유지하면서 수월하게 부르다가 ‘....가요’에서 순식간에 음정을 높이는 그의 보컬은 ‘One'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부드러우면서도 허스키한 톤을 함께 가지고 있고, 음역폭까지 넓은 그의 보컬은 ’Rising sun'같은 노래보다는 이런식으로 좀 더 어둡고 더불어 폭발적인 느낌까지 동시에 소화하는 록발라드에 어울려 보인다.
간주조차 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이어지는 이 곡에서 영웅재중의 보컬은 곡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소화했고, 이는 이 곡이 믹키유천의 ’I'll pray for this love...'에서 갑자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이만큼 끝까지 올라가고 나면 다시 잔잔하게 곡을 이어가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운드가 제거된 채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잔잔하게 진행되는 ’I'll pray for this love..'는 사실상 ‘Someday I'll lay my love on... 너뿐인걸'의 멜로디와 똑같은데, 코러스로 부르던 멜로디를 믹키유천이 혼자 부르면서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던 코러스와 달리 곡의 첫부분처럼 잔잔하게 시작하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잔잔하게 시작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One'의 전체적인 구성을 짧은 시간동안 재현하도록 한다. 믹키유천의 파트가 끝날 즈음 코러스가 등장하면서 곡의 흐름이 순식간에 올라가고, 최강창민과 시아준수를 통해 음정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유노윤호가 ‘달라지는 매일로’를 부르면서 곡을 한 번 더 폭발시킨다. 이쯤되면 그 뒤에 이어지는 ‘Someday...'는 더 이상 밝고 희망찬 느낌이 아니라 곡이 계속 들려준 폭발적인 감성을 마무리하는 슬픈 멜로디가 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믹키유천과 유노윤호의 보컬이 사용된 것은 중요한데,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