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군고구마 - 고구마는 내친구

김형민200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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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군고구마 - 고구마는 내친구

군고구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은 좀 귀한 풍경이 되어버렸으나 버스정류소나 골목어귀에 진을친 군고구마 통을 보면 얼어붙은 몸이 스르르 녹는 느낌이다. 거기서 피어오르는 더운 김도 좋지만 달작지근하게 전해지는 냄새도 좋다. 군고구마 봉지를 받아들었을 때의 따끈하고 물컹한 느낌도 좋고 손을 대일듯한 뜨거움에 몸서리를 치며 얼른 주둥이 껍질을 벗겨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맛도 좋다. 그 온기와 단맛은 입안을 녹이고 식도를 통해 가슴과 온몸으로 번져간다.

고구마를 익히는 연료로는 연탄이 제격이었다. 장작불이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도시에서 그런 큰 욕심을 내기란 쉽지 않다. 아침마다 가스 불에 고구마를 삶다가 오늘은 며칠 전 마당 한 귀퉁이에 황토를 발라 만든 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워 고구마를 쪘다. 천천히 익으면서 마당 가득 퍼져가는 달짝지근 한 냄새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가을에서 봄까지의 아침식사를 고구마 몇 알과 사과로 때운 지 벌써 몇 년째다. 여름에는 감자와 토마토를 먹고 있는데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것으로 근기가 되겠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운동량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오히려 알맞은 식사량을 일일이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고구마와 사과의 영양분이 밥 한 끼에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고구마로 아침을 때우는 일이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것은 그것을 간식의 개념으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기억 속 고구마는 밥과 동일한 주식이었다. 삶은 고구마는 언제나 밥솥에 들어있었고 밥알이 묻은 고구마를 밥과 함께 먹는 게 일 상사였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는 1783년(조선 영조 39년)경 일본에서 들여온 것을 심기 시작해 쌀이 떨어졌을 때 밥 대신 먹었다고 하는데 쌀이 부족했던 시절, 고구마는 이처럼 쌀과 비등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고구마는 이처럼 밥이나 떡과 함께 익혀 먹거나 찌거나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는다. 물론 생으로 먹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고구마는 알코올이나 녹말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녹말로는 당면을 만들어 먹는다. 줄기나 잎을 나물로 먹으며 가축의 먹이로도 쓰인다. 고구마를 가장 달게 먹으려면 달구어진 돌에 굽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구우면 고구마 속 효소가 녹말과 작용해 더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군고구마 장사들은 이 원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다.

 

글 : 최영철 | 시인

 

노랗게 잘 익은 고구마는 달고 맛있답니다
여러분들도 먹어보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