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필드.

심재민200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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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섭렵하려는 우매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축구게임이 나오면 최고가 되어야 했고 축구만화는 모두 봐야했다.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축구에 관련된 뉴스를 모두 보는 것, 축구를 보는것도 좋아한다.

 

이런 나에게 어렸을적에 정말 좋아했던 축구만화가 있다. '우리들의 필드-무라에다 겐이치' 이다. J리그가 탄생하기 전부터 아마추어 최고의 스트라이커 아버지를 둔 주인공이 어려서부터 축구를 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놓은 만화이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후 바로 선진축구를 배우기위해 아르헨티나로 축구유학을 떠난다. 1년여에 걸친 유학후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의 2부리그 겪인 팀에 들어가지만 그 이유는 단지 아버지가 뛰었던 곳에서 축구를 시작하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돌아왔을 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주인공이 유학을 갈 당시엔 축구의 인기가 시들했었는데 J리그가 출범하여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J리그로의 승격을 꿈꾸고 열정을 불사른다.팀은 주인공이 들어간 후 승승장구하여 J리그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이다.

 

팀을 소유하고 있는 모기업이 J리그로의 승격을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주인공과 팀원들이 격분을 했음은 물론이고 팬들과 언론들도 술렁인다. 성격이 불같은 팀원들 몇몇은 이적하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워낙 돌풍을 일으키던 팀이라 이적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달랐다. 그팀을 아버지의 팀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팀과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승격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에 감명한 팀원들도 잔류를 선언하고 오히려 구단주에게 항의를 한다. 그 방법은 더 열정적으로 경기를 뛰고 기필코 우승하여 승격시키지 않으면 못하게끔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에 팬들은 더욱더 열광하고 이슈메이커가 된 이 팀의 감독이 팀을 사달라고 언론에 깜짝발언을 하며 징계까지 받는다.(그런데 이팀의 이름이 도쿄FC였나?)

 

잘나가는 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아서 여기저기서 구단주의 사무실로 문의가 끊이지 않자, 구단주 또한 서서히 생각이 바뀌게 되어 우승할 경우 승격을 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자.

무엇때문에 고작 만화의 스토리를 이렇게 장황하게 써 내려갔을까?

 

작년 오랫동안 축구팬과 축구인들의 숙원이었던 K리그와 지금은 내셔널 리그로 개칭한 K2리그간의 업다운제를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K리그가 20개팀이 될때까지 다운은 없고 매년 승격만 하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에 전기리그를 압도적인 승점차로 우승을 확정한 고양KB가 가장 가능성이 많아보였다. 그리고 결국

2006년 시즌을 우승으로 마친 고양KB는 모두 알다시피 승격거부라는 초유의 결정을 해버렸다. 이에 선수는 물론이고 팬,언론, 연맹까지 아연질색하였고 몇일전 내셔널리그연맹은 고양KB에게 강도높은 징계안을 내놓았다. 거의 이 징계를 생각이 없으면 자진퇴출하라는 협박에 가깝다. 여태까지 뭐하나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연맹의 이미지에서 생각하면 왠일로 이렇게 강경하게 나갈까 생각이 되어질 정도이다. 고양을 응원하던 서포터들은 물론이고 개울물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 이 미꾸라지 한마리를 많은 일반 축구팬들

또한 용서할 마음은 없는 듯 하다. 한 축구 사이트에 올려진(www.soccer4u.co.kr)  여의도의 국민은행 앞에서 추운 겨울날 몇시간을 떨면서 일인시위를 했다는 한 고양 서포터의 글은 눈시울마저 젖게 만든다.

 

모두들 승격을 거부한 국민은행을 중세유럽의 마녀사냥을 하듯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물론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내셔널리그의 한팀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쳐 응원한 서포터즈와 승격을 위해 뛴 선수들, 그리고 승격제의 최초 수혜자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일반 축구팬들의 마음을 농락했다는 것에 대한 것은 백번 잘못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이 고양KB에게만 있을까?

역사를 공부할때 한 현상의 이면에는 많은 이유들이 존재하여 그러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KB는 왜 승격을 거부했을까?

고양이 우승 확정 이후에 승격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였고 그 이유를 은행법에 따른 규제에 의한 것이라 하지만 다른 이유들은 축구계의 정황과 상황 속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엠파스의 듀어든 기자는 k리그의 구단들이 거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게다가 승격을 하면 가입비 명목으로 수십억을 내라고 하는데 누가 얼씨구나 하면서 승격을 하겠느가 라는 글의 칼럼을 게재했다. 확실히 공감이 가는 것이 프리미어리그 같은 하이레벨의 리그는 말할 것도 없어 옆의 J리그도 1부리그에서 뛰는것이 수익이 우선 천지 차이이고 또한 그런 기회가 많다는 당근이 있기 때문에 승격을 못해 안달인 것이다. 그런데 승격해봐야 적자를 감수하며 구단을 경영해야 하고 거기다가 승격하는데 가입비마저 수십억을 내야한다면 쉽게 승격을 할 수 있을 팀이 과연 얼마나 내셔널 리그에 존재하는 지 궁금하다.

 

여기서 두번째 원인이 있다. 이것을 연맹이 보기에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실력적인 측면도 측면이거니와 국민은행이라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가지고 있는 고양KB가 자금면에서도 가장 탄탄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압도적인 실력차로 전기리그를 우승한 고양KB는 K리그의 성남이 그러했던 것처럼 후기리그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모습이 연맹에서는 걱정이 되었나 보다. 챔피언 결정전 전에 '1위팀이 안될때에는 2위팀의 승격'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아이러니 하다. 사실 연맹은 고양이 통합우승하지 못할것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제도일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이다. 승격에 가장 적합한 팀이었기 때문이었고 이러한 팀이 후기리그에 지지부진한 모습이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국민은행은

우승후에 금융법 관련법규를 구실로 승격을 거부해 버렸다. 그런데 사실 연맹의 국민은행을 위한 제도가 거꾸로 국민은행의 승격거부의 면죄부로 사용되어질 요지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연맹에는 승격거부에 대한 관련 규정이 전무하다. 이번 징계는 단지 급조된 것일 뿐이라는 거다. 때문에 사실 승격거부에 대한 징계가 어떠한 구속력이나 '근거'를 가질 수가 없다.

 

그리고 k리그 연맹이나 축구협회, 내셔널 리그 연맹에서는 승격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놓지 못하였고 많은 문제점들-승격에대한 가입금, 축구발전기금(게다가 이 축구발전 기금, 가입금의 용도가 어디인지 전혀 투명하지 않다.) 같은-의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채 단지 승격이라는 대전제만을 던져놓고 너희는 그냥 따라와라는 식의 안일한 행정을 해왔다는 것에서 연맹과 협회의 책임또한 작지 않다.

 

자. 국민은행은 연맹의 징계에 대한 답을 2월 2일까지 우선 미루어 놓았다. 지금쯤이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듀어든기자도 언급하였지만 만약 국민은행이 내셔널리그로부터의 퇴출을 받아들인다면??(물론 국민은행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서 깊은 사과를 해야한다. 그들을 가슴속으로부터 응원한 서포터들을 위해서라도)

 

연맹은 또 어떻게 나올까.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들이 만화 '우리들의 필드'와 오버랩되는 것은어쩔수 없는듯하다. 우리도 발전된 ,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리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