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E] 결혼에 대한 辯

박소영200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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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문득 그렇게 말했다.

이런 결혼식, 나도 하긴 했지만, 좀 .. 그렇더라.

맘에 안 들었어...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남들따라 살거냐고 삐죽하게 반발해 버렸지만,

그것보다 마음이 살작 섭섭해 졌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저 무심한 한 마디에 대해 반박을 하자면,

전지 열장짜리 대자보를 쓴다고 해도 넉넉히 쓸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한 두마디로 요약하자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섭섭해..'

 

육체로 하는 sex는 안하고 살자면 얼마든지 살겠지만,

부부로 살면서, 정신으로 마음으로 하는 sex는

하지 않고서는 살수가 없을 것만 같다...

마음으로 오고 가는 교감이 느껴질 때,

저 사람과 내가 부부구나, 통하는 구나, 닮아가는 구나.....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식을 치뤄내면서,

신부 본인으로써, 혹은 이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실, 얼마나 냉정했겠냐만은) 객관적인 구경꾼의 심정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한 사람이 살든, 열 사람이 살든

있어야 할것들은 다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자취든 신접살림이든 그건 매 한가지 일것이다.

그러니, 살림살이마련에 대한 변은 접어 두도록 하겠다.

해봐야,

혼수가 적니 많니 하는 고리타분한 얘기 밖에 더 나오겠는가

살림살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고 살려면 살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니까

 

신랑의 본가인 제주는

자연과 고어를 아주 잘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여기 저기 생활 전통도 잘 지켜져 오고 있는 편이라서,

결혼도 예식을 차리고자 한다면 끝도 한도 없었겠지만,

다행히 양가 어르신들이 약식과 간소를 강조해 주셨다.

 

날을 잡고,

신랑집안 어른이 써주신 서신(날,시 등이 써진)을 받을 때

아버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예전 같으면 집나서는 시각이니 뭐니 다 따지지만,

요즘 세상은 볼일 다 보고 식만 치르는데, 그런 것 아무 소용 없다...

그 말씀에 동의하면서, 굳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생각이시라고 깊이 감탄했었다.

 

한 선배 언니가 동시입장을 해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을 보고

나도 꼭 그러리라 생각했었다.

뭐 팔려가는 느낌이 어쩌고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둘이 같이 입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인상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른들이 모두 생존해 계시는 데 어림없다는 얘길 들었고

나는 이내 수긍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지만,

꼭 신부 마음대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ㅡㅡ;

 

결혼식 당일에 메이크업을 받을 미용실에 도착하니,

그 이른 아침에도 화장과 머리 손질에 한창인 신부들이 많았다

신랑 신부를 찍어내는 공장 같은 느낌......

나도 그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졌고,

네 시간 만에 신부로 재가공 되었다.

 

지금의 일반적인 결혼식 문화는 하객과 가족, 신랑신부를

모두 섭섭하게 만든다..

네시간 다섯시간 치장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만,

정작 사람들과 교감을 나눌 시간이 너무 적다.

출석부에 도장 찍듯 사진을 찍고, 축의금을 내고,

동원된 박수 부대 처럼 박수를 치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밥을 먹고

힘든 숨을 몰아쉬며 식장을 나와 뿔뿔히 흩어진다...

이렇게 치러지는 결혼식은 정말, 컨베이어벨트 같다..

 

양식도 한식도 일식도 중식도 아닌,

그냥 현대식(!)인 결혼식은 너무나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어차피 현대식 결혼식은 누가 정통이라고도 할 수 없는데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그 무슨 상관이랴,

나와 우리만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드레스를 가봉하는 순간에는 마치 모든 것이

신랑과 신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린 출생지를 알 수 없는 "현대식"결혼식에

우리 모두를 끼워맞춰서 가봉당하고 있다.......

 

줄어가는 하객때문에 하객알바도 있고,

주례를 빌려주는 주례협회도 있다고 한다.

존경할 만한 어르신과의 관계도,

오메가메 이어지는 동년배들과의 관계도 점점 희미해지고

다만, 내 가족, 내 식구들만 옹골차게 보듬고 사는 탓일게다..

어차피 혈통을 알 수 없는 '현대식'결혼인데

주례는 또 왜 필요하며, 하객이 좀 없으면 어떠랴,,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걸??

 

남들과 한 이불에 살 것도 아니고,

남들이 내 결혼식을 기억해주지도 않을 터이다.

기껏, 갈비탕이었냐, 부페였느냐를 기억해주겠지..

남들과 결혼하는 것은 아니니까..

 

조금만 애살을 부리면,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에게 두고 두고 자랑하려면

조금만 손발을 부지런히 놀린다면,

나와 너를 모태로한 '우리식'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누구의 컨베이어벨트에도 올라갈 필요가 없고,

드레스 분장을 다 지우고 난 뒤 허무함을 느낄 필요도 없고,

하객들은 갈비탕과 부페 대신

신랑신부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일날 신랑, 신부 얼굴에 눈코입이 다 있는지 확인하는 식의

결혼식은 정말 싫었건만,

나도 그렇게 해버렸다...

부끄럽고, 허무하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는 나보다 더 용기 있고 끈기도 있어

부디 정말 나로부터 태어나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란다.

 

그런 멋진 사람이 바로 내가 아는 사람이기를 바라고 바란다.

 

0701의 마지막 날, 如詩 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