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서(in Brussels)

김지민2007.02.06
조회58
 
브뤼셀에서(in Brussels)
 브뤼셀에서(in Brussels)  

영국에서 프랑스까지는 유로스타를 탄다. 도버해협을 건너는 기차

이름이 유로스타다. 해협을 건넌다고 하니 마치 수족관 속을 기차로

여행하는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처음에는 그

런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엄청나게 긴 동굴을 바다 속 - 엄밀히 말

하면 해면의 아래에 뚫어놓은 기차라 그저 컴컴할 뿐이다. 유로스

타를 타면서 바다 볼 생각하면 낭패다.

 

프랑스와 이어져 있지만 프랑스는 맨 마지막 일정이므로 패스. 우리

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 출발했다. 나는 브뤼셀이라는 도시가 상

당히 생소하지만 여러분은 어떠신지. 솔직히 벨기에가 어디에 붙어

있는 지도 몰랐다. 따라서 약간의 소개를 하자면 벨기에는 우리 나

라와는 별 상관이 없는 국가였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질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서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다른 나라의 침

략과 지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강대국으로

부상하며 자신의 나라에 80배 정도(!)의 식민지를 거느리게 된다.

그 후로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모든 식민지가 독

립함에 따라 대략 경상남북도 정도의 면적만 갖게 된다.

 

벨기에는 미식가의 나라로도 불린단다. 바닷가에 있다 보니 해

산물이 많이 나고 그 만큼 수요도 많다. 특히 홍합요리는 일품이라

고 한다. 아무래도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보니 요리 또한 프

랑스처럼 다양하고 맛있어 진건 아닐지. 하지만 내가 다녀온 벨

기에는 초콜릿의 나라다. 나는 몰랐으나 벨기에의 초콜릿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히딱딱한 초

콜릿이 아닌 부드럽고 진한 맛의 초콜릿부터 상큼한 오렌지 초콜릿

까지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초콜릿에 관한 내용은 아래에

서 더 할 예정이다.

 

벨기에에 도착한게 오전이라 오자마자 호텔에 짐 풀고 관광을 시작

했다. 유럽에는 트램이 참 많이 다닌다.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트램이 운영된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가 굴러 다닐 자리가 부족해지고 자연히

사람들은 자동차를 안쓰고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동차를 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트램을 설치할지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자동차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 정책이 시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은 상당히

지저분 하고 시설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

이 여기서 표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하철표 확인

기계와는 다르게 뻥 뚤린 계단 옆에 조그만 푸싱기계가 서 있다. 직

접 가서 푸싱기에 지하철 표를 넣고 푸싱을 해야 하는데 정말로 무

임 승차의 유혹이 많이 드는 대목이다. 사실 무임 승차해도 거의

걸리는 일은 없다고 하는데 타는 사람 마음이다.

 

겨울이라서 약간 쌀쌀했지만 우리 나라처럼 기온이 낮은 건 아니었

다. (사실 우리 나라에 입국하고 나서 얇은 옷 때문에 얼어 죽을 뻔

했다.) 생미셸 대성당을 거쳐 곧바로 그랑플라스로 갔다. 벨기에는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고 겨울이라 자연히 해가 매우 빨리 졌다.

그래서 다행히도 야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랑 플라스는 영

어로 옴기자면 Grand Place라고 넓은 광장을 말한다. 그 광장을 둘

러싸고 있는 건물은 왕의 집(실제로 왕이 살진 않는다.), 시청사, 길

드 하우스(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조합원건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초콜릿 박물관이다. 팀원들과 7시에 만나기로 해서 그 근처

에서 재미있는 아저씨가 파는 초콜릿을 사고 (시식도 엄청 했다.)

여러 상점을 기웃거리다가 그랑플라스에 들어갔는데, 막 조명을 킬

무렵이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은 그 어떤 말로도, 심지어는 사진으로도

그 광경을 온전히 나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처음

간 놀이공원에 있는 그 기분이랄까. 모두들 프라하의 야경이 백만

불짜리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랑플라스의 야경이 비교도 안되

게 휠씬 멋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딕 양식의 건물을 그대로 쓰

고 있는 시청사는 그 것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유물이었다.

그랑플라스에서 시작해 사방으로 뻗어나간 좁은 상점가 골목

에는 일일이 가로로 등을 달아놔서 머리 위로 반딧불이가 떠

다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만약 유럽에 가서 브뤼셀

에 갈 기회가 있다면 그랑 플라스의 야경만은 놓치지 말길.

 

7시가 되어서 팀원들과 같이 밥먹으로 식당가로 갔다. 내가 굳이

'식당가'라고 표현한 이유는 정말 5사람정도 가로로 서면 꽉 찰만한

골목에 어찌나 식당이 많은지.... 미로처럼 되어 있는 길을 선영누나

(인솔자분)는 쉭쉭 잘도 가는 것이다. 물론 호객행위 하나는 우리나

라 관광지 못지 않다. '니하오'로 하는 사람도 있고, '곤방와', '드러

오쎼요~', '어이~ 누나들~'하는 사람도 있더라.

 

일단 벨기에의 해산물값은 비싸다. 거기서 먹으면 홍합요리 하

나에 15유로다(19000원정도). 포차에서는 무한 리필, 중국집에서는

짬뽕에 팍팍 넣어주는 홍합이 15유로...! 짬뽕 먹을때는 배불러서 버

리고 먹는 홍합인데... 눈물을 머금으면서 먹은 홍합 요리는 정말 맛

있긴 했으나 그 돈주고 먹을 요리는 아니더라. 내가 있는 테이블에

서는 하도 많이 남아서 다른 테이블에 덜어주기 까지 했다. 지금 생

각해보면 약간 아깝기도 하지만..

 

저녁 식사후 유럽의 3대 허무(오줌싸게 동상, 로렐라이 언덕, 진실

의 입)중에 하나라는 오줌싸개 동상을 구경했다. 오줌싸개 동상은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거의 브뤼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동상

미니어쳐, 술집, 가게 손잡이, 간판, 초콜렛, 심지어는 병따개, 가위,

드라이버, 와인병따개(!-느낌표를 붙인 이유는 직접 보면 안다.)까

지 없는 물건이 없다. 과거에 루이 15세가 이해는 못하겠지만 이 동

상을 훔쳐갔다고 한다. 그 이후 다시 돌려주면서 사과의 의미로 옷

을 입혀 보냈다고 하는데, 이제는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다.

하지만 안그래도 썰렁한 동상에 옆건물은 공사중. 그리고 맨몸이었

다. 너무 허무해서 기억에 남는 동상이다.

 

브뤼셀에서 팀원들과 펍에 들어갔었다. 거기서 고1 이후로는 처음

해보는 자기소개를 했다. 술을 한잔씩 시켰는데 멋도 모르고 독한

걸 시키는 바람에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문제는 그 옆에는

동상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소녀 오줌싸개(!) 동상이다. 원래

는 없었지만 그 주위 상인들이 관광객을 더 끌 목적으로 새로 만든

동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줌싸개 동상 만큼이나 볼품 없다. 많은

남성들이 이 소녀의 사진을 찍다가 변태로 낙인 찍혔다는데 철창까

지 두르고 있어서 이 소녀의 도도함(?)을 더 나타내는 것 같았다.

 

*덧: 브뤼셀의 초콜릿과 거리의 마법사 할머니

 

그랑 플라스 주변만 해도 초콜릿 상점이 10여개는 넘는다. 잘 들어

가면 싸고 맛있는 걸 살 수 있지만 잘못 들어가면 된탕 바가지 쓰고

나오는 수가 있다. 내가 산 초콜릿 집도 그리 싼 편은 아니었지만 시

식을 너무 많이 하고 나오는 바람에 하나 사서 나왔다. 싼 집은 일단

초콜릿 가격을 창문이나 문에 크게 붙여놓는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를 보고서 사도 된다. 브뤼셀의 초콜릿은 어딜 가나 정말 정말

맛있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싼걸 추천한다. 하지만 비싼 곳은

고를 수 있는 범위가 많고 시식도 많이 주니 들어가서 구경은

할만 하다.

 

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 한 인형을 봤다. 수를 놓고 있는 인형인데

정말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 옆에서 사진을 한 번 찍고

그랑 플라스로 가던 도중, 또 인형을 봤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인

데 하얀 마법사옷에 마녀 모자에 머리색까지 하얀 할머니 모

습이였다. 인형을 구별하려면 눈을 보라는 말에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들이대고 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쪽" 하고 소리를 내는게

아닌가!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놀라 자빠졌다. 옆에 있던 와플가게에 줄서있

던 사람들은 아마 내가 들이댔을 때 부터 예상했던 모양. 재미있어

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창피해서 가려고 하니 와플집에 서 있던 아

저씨가 낄낄대면서 말하길,

 

"If you're shocked, you have to pay, young man."

 

난 결국 그 할머니 앞에 있는 통에 1유로를 주었고 그 할머니는 답

례로 내손에 키스를 해줬다. 정말 유럽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

다.